대구교육청, 소규모학교 '무상급식'마저 없앤다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9.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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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백명이하 66곳 '무상급식' 폐지 검토 / 시민단체 "무상급식 확대, 공약 저버리나"


대구시교육청이 내년부터 4백명 이하 학교 무상급식 지원사업 폐지를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예산부족'이 핵심 이유다. 그러나 무상급식 예산 비율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구가, 소규모 학교에 지원되는 급식 예산마저 삭감하려 하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교육복지과 한 관계자는 7일 "2012년부터 현재까지 3년동안 실시하고 있는 4백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사업을 내년도에 전면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1월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신년사에서 밝힌 "모두를 위한 보편성"과 "학생 행복" 정책에 맞춰 연초부터 소규모 학교 무상급식 지원사업 폐지를 검토했다. 특히  소규모 학교 무상급식 지원사업에 드는 "예산 40억원이 가장 큰 부담"이라는 게 폐지 검토의 이유다.

대구교육청은 2012년 11월부터 2백명 이하에서 4백명 이하 학교로 전면 무상급식 범위를 확대하고 대구 4개 지역교육지원청에 전체 6억원의 예산을 배분했다. 대구지역 420개 학교 중 초등학교 27곳, 중학교 6곳을 포함한 33개교 4,600여명이 무상급식을 받게 됐다. 기존에 지원하던 2백명 이하 학교 27곳까지 더하면 모두 57개 학교(특수학교 8곳, 체고 1곳 제외)의 1만1,300여명이 급식비를 지원받았다. 

우동기 대구교육감, 교육정책 기자간담회(2015.1.5.대구교육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동기 대구교육감, 교육정책 기자간담회(2015.1.5.대구교육청)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교육청이 올해 발간한 '대구학교급식백서'를 보면, 이 수는 지난해 기준 4백명이하 초·중 66곳(초 51곳, 중 15곳)으로 늘어났다. 66개 학교 초·중학생 2만여명이 무료로 밥을 먹게 된 셈이다. 지원받는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예산도 40여억원으로 훌쩍 증가했지만, 우동기 교육감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015년 초등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한 것과 비교하면 성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우 교육감은 올해 1,2학년, 내년에는 3,4학년 2017년도에는 5,6학년으로 3년내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공약했다.

하지만 우 교육감은 무상급식 확대 공약과 달리 하던 사업마저 폐지를 고려해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올해 실시하기로 한 1,2학년 무상급식도 대구시와 예산 분배를 놓고 다투다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특히 대구는 보편급식이 아닌 선별급식을 고수하면서 '가난을 증명하는 아이'에게만 밥을 주는 급식 지원제도를 실시해 수년째 전국 꼴찌 무상급식 비율을 기록하며 매년 국정감사 질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5년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무상급식 시행현황' 자료를 보면, 대구는 유치원 390곳·초중고교 437곳 등 모두 827곳 중 10.4%인 86곳에서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17개 시·도 중 무상급식 0%인 경남 다음으로 낮아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남의 경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을 전면 삭감해 갑자기 0%로 비율이 떨어졌다. 전국 무상급식 실시 학교는 올해 7,805곳이고 실시 비율은 67.4%다. 가장 높은 곳은 전북으로 무상급식 비율이 무려 94.4%에 이른다.

'의무급식 제로 대구교육이 부끄럽다'(2012.7.20.대구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의무급식 제로 대구교육이 부끄럽다'(2012.7.20.대구교육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우리복지시민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4백명 이하 학교 전면 무상급식 폐지는 줬다 뺐는 일방적 졸속행정"이라며 "우동기 교육감은 초등 전면 무상급식 공약을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난 5년간 교육청이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 매년 1천5백억~2천여억원에 이르고, 최근에도 5백~6백억원이 남은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 예산 핑계를 대지 말라"고 지적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무상급식 무풍지대라는 비난과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원칙과 기준 없이 시행된 4백명 이하 소규모 학교 무상급식마저 교육청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정해 실시하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로또복권식 무상급식 정책을 멈추고 전면 무상급식 확대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스스로의 공약 파기와 시대 역행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장기철 대구교육청 교육복지과 학교급식담당 계장은 "교육감이 신년사에 밝힌 정책에 맞춰
실무부서가 폐지를 검토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확정된 부분은 없다. 검토만 하는 중이다. 급식지원과 관련한 여러 사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여러 사안에 예산이 많이 들어 어떤 부분 예산을 줄일까를 논의하다 나온 것 뿐"이라며 "사실 단정은 곤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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