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해고자들 2억여원 임금체불 드러나도 외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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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26명 등 40명 조병채 원장실 앞 농성 "체불 해결하고 고용승계" / 병원 "할 얘기 없다"


해고자의 피켓..."이 곳은 제가 일하는 자리입니다"(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해고자의 피켓..."이 곳은 제가 일하는 자리입니다"(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병채 병원장님, 뭐가 그렇게 무서워 만나주지도 않습니까. 얼굴 한 번 보고 얘기 좀 합시다"

22일 아침 8시. 대구시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2층 조병채 병원장 집무실 앞. 지난 1일자로 해고된 경북대병원 하청업체 비정규직 주차관리 노동자 이흑성(63)씨는 이 같이 외치며 조 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조씨를 포함한 26명의 해고자들은 같은 목소리로 조 원장에게 "면담 한 번"을 외쳤다.

8년에서 12년까지 일하던 40~60대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은 병원이 올해 하반기 수의계약한 새 하청업체 L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새로 수습 직원들을 고용해 9월 30일자로 전원 해고됐다. 앞서 하청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일시적 계약해지 후 새 업체에 전원 고용승계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북대병원 조병채 원장실 앞 해고자들의 농성(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병원 조병채 원장실 앞 해고자들의 농성(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병원은 35명에서 4명을 해고하고 31명으로 인원을 줄여 새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위반이다. 지침 상 하청업체는 현재 근무 종사원을 고용승계해야한다. 노조는 반발했지만 병원은 주차 업무 축소를 이유로 강행했다. 때문에 일터에서 밀려난지 한달동안 해고자들은 로비 농성과 촛불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병원은 하청업체와 해결하라며 문제를 방관했다.

하청업체 사장은 이미 3개월 수습 대체인력을 뽑았다며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조병채 병원장도 고민하겠다고 말한 뒤, 오히려 해고자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게다가 전 하청업체인 S업체의 사장 전모씨가 해고자 26명 등 경북대병원 본원과 칠곡경북대병원 등 모두 42명에 대한 퇴직금 명목의 2억4천만원을 임금체불해 이들은 해고와 고소, 임금체불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조병채 원장실 안에서 농성 중인 해고자들(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병채 원장실 안에서 농성 중인 해고자들(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답답한 마음의 해고자들은 이날 아침 조 원장 출근시간에 맞춰 원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게 됐다. 그러나 조 원장은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원장실 안 회의실에서 서류 몇장을 결재하고 간부들과 회의를 한 뒤 경주로 떠났다. 노동자들의 한 번만 만나달라는 애원은 외면했다. "면담을 왜 거부하느냐", "해고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도 조 원장은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해고자들을 포함한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간부 등 40여명은 이날 아침부터 현재까지 ▷해고자 전원 고용승계 ▷해고자 등 노조 간부 3명에 대한 병원의 고소 취하 ▷해고자들과 칠곡경북대병원 등 모두 42명에 대한 퇴직금 명목의 임금체불 2억4천만원 지불 등을 촉구하며 계속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조 원장이 면담을 들어줄 때까지 병원장실에서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신은정 공공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해고에 고소에 임금체불까지. 공공의료원에서 있을 수 없는 파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조 원장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면담 한 번"을 외치며 농성중인 경북대병원 해고자(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면담 한 번"을 외치며 농성중인 경북대병원 해고자(2015.10.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입장은 같다. 달라진 것은 없다. 할 얘기가 더 없다. 이미 대체인력이 있는데 고용승계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고소는 취하할 수 없다"며 "이렇게 불법 농성과 집회를 벌이는데 무슨 면담을 하겠다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병원도 노조도 이미 전 사장을 고발했다"면서 "최선을 다 했다. 얘기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대병원노조와 경북대병원은 21일 경북대병원 전 주차관리 하청업체 S업체 사장 전모씨를 '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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