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심판' 몽둥이 들었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 입력 2016.04.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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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왕국' 결국 저물다…'朴 책임론' 불거질 듯


야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는 데다 원내 1당 자리까지 내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도 시작됐다. 다음 대선까지는 불과 1년 8개월 남았다. 특히 새누리당의 수도권 참패와 찍어낸 자들의 생환, 무너진 영남.강남 텃밭은 '박근혜 심판' 정서 외에 달리 설명하기가 어렵다. '박근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 여권 핵심부는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은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 비서실장 등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총선 개표 상황을 예의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패배가 확실시 된 13일 오후 11시 이후에도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거의 여왕? 한 철 지났다…'박근혜 심판풍'에 청와대 초토화

특히 집요하게 선거에 간여해왔던 게 통하지 않았던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진박 밀기, 야당 심판은 모두 빗나갔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및 재보선 등에서 대통령 직을 유지하면서도 '선거의 여왕'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마케팅'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박 대통령은 '진박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야당의 비판을 뒤로 한 채 격전지 인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왔다.

특히 총선 하루 전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 악화를 비롯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고 '국회 심판론'을 제기했었다. 

'북풍 공작' 의혹도 나왔다. 정부가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탈북한 13명의 존재를 급하게 밝힌 것이나, 정찰총국 대좌의 탈북 사실을 알린 것 등은 유권자들에게 '북한 붕괴론'의 착시를 줌과 동시에 '안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연일 '북한 때리기'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거 전 '순방 효과'까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향해 등을 보였다. 그것도 철저하게 등을 보였다. '선거의 여왕' 타이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재보궐선거를 1년에 1회로 제한하는 선거법 개정에 따라 국회의원 재보선은 사실상 내년 대선 전 1건 밖에 없다. 임기 마무리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으로 부활할 일은 적어도 임기 안에는 없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이 한창이던 지난 3월 10일 대구를 찾아 '공천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이 한창이던 지난 3월 10일 대구를 찾아 '공천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

16년만의 여소야대, 식물 대통령 될까?


당장 닥친 문제는 국정운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법, 파견법,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 갈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 과반 의석이 없는데다, 두 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 '결재'를 받으러 다닐 상황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이지만, '호남당'의 정체성을 가진 국민의당이 이에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정국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레임덕 상태에 돌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어떤 타격을 입힐지 아직 가늠하기도 여려운 상황이다. 당내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야당의 반대에도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밀어붙이기에 응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눈 앞의 전당대회, 멀리는 대권을 보고 있는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들이 이번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 청와대와 거리두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진박' 공천 실패의 대가는 뼈아픈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와 척을 진 것은 두고두고 부담이다. 

강경 일관도의 대북 정책이 변할지도 주목된다. 이번 총선 민심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제동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풍 몰이'가 역풍을 맞고, '색깔론'이 먹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테러방지법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은 결국 심판을 받게 됐다. 레임덕이 진행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만약 집권 하반기 측근 비리 등이 불거지기라도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더이상 지탱시킬 수 없게 된다. 정보 기관 및 권력 기관에 박 대통령의 입김이 계속 미칠지도 의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박근혜 왕국'의 아성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나긴 '겨울 왕국'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2016.4.14 (독립언론네트워크 / 프레시안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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