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초등학교 학부모의 소망 "지금 이 자리, 이대로"

평화뉴스
  • 입력 2016.06.13 09: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유가초 세 아이의 아버지 김수옥(40)씨 "입시 벗어난 작은학교 1곳 괜찮지 않나요?"


대구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대구유가초등학교 통·폐합'이 이해당사자 학부모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유가초는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중남부 농촌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농촌 작은학교입니다. 5년전 폐교 위기를 겪었지만 교육청이 '행복학교'로 지정해 현재 학생 수는 11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3학년, 1학년, 유치원생. 저의 세 아이들도 유가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교육부 '소규모학교 통폐합 권고안'의 기준인 '면지역 60명미만'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지만, 향후 '학생수 감소가 예상된다'는 논리로 통·폐합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학부모가 이를 알게 된 것은 올해 3월 입학식 때였고 교육청은 '학부모 상대 공청회를 할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청은 공청회가 아닌 '유가초 이전통합을 통한 교육력 제고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통폐합 설명회를 고집하고, 농촌 작은학교 유가초를 '지금 자리에 남아있게 해달라'는 학부모 요구를 무시하고 무상급식(우유포함), 방과후학교(1인당 연210만원), 윈드오케스트라, 행복학교, 졸업앨범비 예산지원 등 형평성 논란으로 아이들 피해가 우려되는 각종 지원대책을 말하며 회유하고 있습니다.

'통폐합 반대' 유가초 학부모의 피켓시위(2016.5.19.대구교육청 앞) / 사진.김수옥 대표 제공
'통폐합 반대' 유가초 학부모의 피켓시위(2016.5.19.대구교육청 앞) / 사진.김수옥 대표 제공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우려되는 지원대책이 아닙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지금과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농촌 작은학교 유가초를 다니면서 학생 개개인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넓고 좋은 환경에서 뛰놀며 체력을 기르고 작은공동체에서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기를 희망합니다.

무엇보다 학부모가 분노하는 이유는 교육청이 이 일을 추진하는 방법이 비민주적이기 때문입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동의 절차를 '꼼수'로 가득한 설문조사로 대체하고, 이마저 55%에 달하는 찬반이 모호한 응답자 의견을 모두 찬성한 것으로 포장해 학부모 80%가 찬성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모임이 따로 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재학생 학부모 83명 중 48명의 학부모가 '유가초 통폐합 반대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정확히 57.8% 학부모가 반대하며 생업이 바빠 미처 만나지 못한 학부모를 감안하면 그 비율은 더 높을 것입니다.

운동장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유가초 학생들(2015.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운동장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유가초 학생들(2015.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최근 교육부는 신설학교 허가를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조건부로 해주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학교를 아이들 '배움의 터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돈의 논리'로 보고 있습니다.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고 먼 미래를 보고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습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 차원 보다는 교육수요자(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 현실은 어떠합니까? 대도시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입시를 위한 획일화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작은학교는 이같은 교육현실 속에서 작은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작은학교에 대한 우수한 사례가 많습니다. 지금 통폐합이 진행되는 유가초도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린 특성화된 학교로 대구교육청의 대표적 성공사례입니다. 입시에서 벗어난 작은학교 1곳쯤 괜찮지 않나요?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려 위기에 빠진 공교육의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교육이 삽니다. 작은학교를 살리는 일은 지역공동체 복원과 교육본질의 회복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학생들의 무 수확날(2015.11.2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학생들의 무 수확날(2015.11.2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유가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 맞벌이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많습니다. 농촌 작은학교 유가초등학교는 이러한 열악한 여건의 아이들을 끌어안는 부모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학교가 갖는 또다른 장점은 학생이 학교와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은학교의 경우 학생 한명에게 쏟는 정성과 밀착도가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작은학교에 학교폭력이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교육청에서는 적정규모를 유지해야 교육의 효율성을 유지할수 있다며, 작은학교에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고, 선의의 경쟁상대가 없어 학습동기가 부족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경쟁력은 큰학교에 간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도심의 경우 사교육 같은 주변 환경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보일 뿐입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학생의 자존감이 높아졌을때 나타납니다. 결국 작은학교가 갖는 사회적 환원효과는 클 수밖에 없는데, 지금 우리 교육이 갖는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큰 학교들도 규모를 줄여 소규모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폐합 위기를 겪고 있는 유가초등학교가 지금껏 80여년의 세월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 작은학교로 남아 우리 아이들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좋은 환경에서 뛰어놀며 추억을 만들고 도시 규격화된 대규모 학교에서 처럼 경쟁을 통한 배움이 아닌 작은공동체에서 협력을 통한 배움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고] 김수옥 농촌작은학교 유가초를 지키는 학부모모임 대표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