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육' 싹튼 달성 유가초, 학생 적다고 문 닫아야 하나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6.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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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 9월 신설학교에 통·폐합 추진 "학생 감소" / 학부모모임 "비민주적 폐교 반대"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학생들의 무 수확날(2015.11.2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학생들의 무 수확날(2015.11.2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있는 농촌 작은학교 '유가초등학교'의 '행복교육'이 멈출 위기에 놓였다.

1933년 개교 후 30여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지만, 대구시교육청이 4년 전 '대구행복학교'로 지정하면서 입시교육대신 문화예술과 자연활동 등 '슬로우교육'을 벌여 학생수가 114명으로 4배가까이 늘었다. 이후 교육부 상을 수상하고 교육청 소규모학교 우수사례로도 뽑히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행복교육 4년만인 오는 9월이면 유가초는 문을 닫아야 한다. 대구교육청이 "학생 감소"를 이유로 인근 신설학교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비민주적인 일방적인 폐교 강행"이라며 통폐합 '반대' 학부모모임을 만들고 대구교육청 앞에서 3주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가초 학생들의 '윈드오케스트라'(2016.6.6)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유가초 학생들의 '윈드오케스트라'(2016.6.6)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8일 대구교육청(교육감 우동기)에 따르면 교육청은 오는 9월 1일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가칭 '테크노4초등학교'를 개교한다. 수용인원은 1,100여명이고 개교 첫해 예상 입학수는 4백여명이다. 테크노폴리스 인근에 1만8천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신규 학령인구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미 올 3월 유가면 테크노북로에 비슬초등학교를 개교했다. 오는 9월 테크노4초교 문을 열고 내년 3월에도 학교 1곳을 더 개교해 모두 3개의 초등학교를 신설할 방침이다. 테크노4초교는 현재 시공 중에 있으며 8월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위치는 유가초등학교에서 직경 2.5km 정도 떨어져 있다.

대형 신설학교가 들어서면 농촌지역 작은학교인 유가초의 80년 역사는 끝을 맺게 된다.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직접 텃밭을 만들어 무와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전교생이 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벌인 4년간의 행복교육, 슬로우교육 실험은 석달 뒤 막을 내려야 한다.

운동장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유가초 학생들(2015.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운동장에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유가초 학생들(2015.7)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이미 대구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동창회와 학교에 통폐합 관련 공문을 보내고 동의를 구했다. 지난 4~5월에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2차례 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이후 교육청은 통합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식·우유, 방과후교실, 오케스트라 무료지원 등을 제안했다.

또 5월 18일에는 학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용지에는 4가지 항목이 적혔다. 교육청은 1(이전통합 바람직), 2(이전통합 불가피), 3(다수의견 따름)번 응답은 '찬성', 4(이전통합 반대)번 응답만 '반대' 의견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80%가 통폐합에 "찬성"한다고 나타났다. 교육청은 7일 이와 관련해 달성군 한 식당에서 통폐합 사실을 재공고하는 교육공동체 화합모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이 이를 반대하는 집회를 신고해 철회했다.

'행복학교 박람회' 중 유가초를 찾은 우동기 교육감(2015.11.19~20)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행복학교 박람회' 중 유가초를 찾은 우동기 교육감(2015.11.19~20) / 사진 출처.유가초 홈페이지

특히 유가초 학부모 20여명은 '농촌작은학교 유가초를 지키는 학부모모임'을 만들고 8일 현재까지 3주째 대구교육청 앞에서 '통폐합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부모모임은 ▷일방적 통페합 과정 ▷면소재지 학교는 60명 미만일 경우에만 통폐합 대상이 되는 교육부 권고안 ▷부당한 내용이 담긴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이유로 "대구교육청이 추진하는 통폐합은 효력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수옥(40) 농촌작은학교 유가초를 지키는 학부모모임 대표는 "통폐합, 이전이라고 하나 사실 폐교 수순"이라며 "비민주적으로 통폐합을 밀어붙이는 교육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더군다나 행복교육 우수사례로 선정해놓고 이제와 학생 수가 적으니 학교 문을 닫으라는 것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이렇게 갈팡질팡해 어떻게 교육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통폐합 반대' 유가초 학부모의 피켓시위(2016.5.19.대구교육청 앞) / 사진.김수옥 대표 제공
'통폐합 반대' 유가초 학부모의 피켓시위(2016.5.19.대구교육청 앞) / 사진.김수옥 대표 제공

반면 권오식 대구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담당자는 "폐교라기 보다 학령인구 신규 유입으로 인한 확대 이전"이라며 "학생과, 교직원 모두 그대로 옮기고 신규 입학생을 받아 새로운 건물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 학생들은 신설학교를 선호해 유가초 인근에 새 학교가 생기면 최근 증가 추세의 유가초 유입생은 줄어 학생 수가 적어질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대구에서는 유가초, 대동초, 학산초 등 작은학교 5곳의 통폐합 강행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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