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금속 우레탄 운동장 교체 0건...언제 바뀌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9.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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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후 운동장 사용 위해 부직포 등 임시방편...전문가 "장기간 노출 위험"
대구교육청, 96곳 중 연말까지 27곳 철거 계획·70% 미확정 "예산 마련 중"


중금속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대구시 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위에 부직포가 덮였다. 그 위로 걸어가고 있는 초등학생들(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중금속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대구시 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위에 부직포가 덮였다. 그 위로 걸어가고 있는 초등학생들(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붉은색 우레탄 위에 검은 부직포가 둘러쳐진 대구 중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 위로 개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뛰어 놀았다. 얇은 부직포는 학생들의 발걸음과 손장난에 금방 벌어져 우레탄을 드러내 보였다.

유해물질인 중금속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한 학교 운동장 모습이다. 축구공을 잡거나 바닥에 뒹굴면서 학생들은 연신 부직포 주변을 맴돌지만, 흔한 경고 문구 또는 관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까지 출입 통제 플래카드와 테이프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개학 후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부직포를 우레탄 트랙에 설치한 것이다. 기준치 이상 중금속이 발견된 대구지역 다른 초.중.고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직포·방수포 등을 덮어놓고 운동장을 사용하는 형편이다.

부직포가 덮인 우레탄 트랙을 밟고 걸어가는 어린이(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직포가 덮인 우레탄 트랙을 밟고 걸어가는 어린이(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우레탄 트렉 중 96곳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견 후 두달이 지나 개학을 맞았지만 철거, 교체된 곳은 0건으로 조사됐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은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된 전체 학교 중 27곳에 대한 철거와 교체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나머지 70% 학교에 대한 계획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학생들은 임시방편으로 부직포가 덮인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벌여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교육청 교육시설지원단은 "20개교에 대한 설계용역, 5개교에 대한 설계용역 진행, 2개교에 대한 공사집행 등 27개교에 대한 철거, 교체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철거, 교체에는 학교당 평균 2억여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마사토, 안전검증을 거친 우레탄으로 연말까지 교체할 계획이다.

부직포가 덮히기 전 납 성분이 검출된 우레탄 운동장(2016.6.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직포가 덮히기 전 납 성분이 검출된 우레탄 운동장(2016.6.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체 예산은 160억원이며 2차 추경에서 40억원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3차 추경에서 추가한다. 예산은 교육부와 대구교육청이 5:5로 나눈다. 그러나 70%대에 이르는 69곳에 대한 철거, 교체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발표 후 2달간 안전검사는 전무하고 통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창영 대구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과장은 "우레탄 교체와 철거를 위한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빠르면 한달 안에도 가능하다"면서 "일단 예산을 마련하는 중이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우레탄 트랙 옆에서 학생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레탄 트랙 옆에서 학생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2016.9.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영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과 교수는 "납은 몸에 들어가면 적혈구와 결합해 뼈, 척추로 간다"며 "특히 같은 양이라도 성인에 비해 아이들이 더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소량이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면서 "중금속 장난감을 빨던 아이들이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직포가 있어도 분진이 발생하면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 루트와 노출량을 체크하고 정한한 분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교육청은 지난 6월 대구 445개교 중 우레탄 트렉이 설치된 134곳에 대한 납(Pb), 카드뮴(Cd), 크롬(Cr⁺⁶), 수은(Hg) 등 중금속 검사를 의뢰한 결과 "96곳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KS기준, 90㎎/㎏)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53곳, 중학교 21곳, 고등학교 20곳, 특수학교 1곳이다. 대청초등학교는 기준치 130배 이상, 동부고등학교는 60배 이상, 동도중학교와 서남중학교, 조일로봇고등학교에서도 4,000㎎/㎏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돼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확인됐다.

대구지역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 관련 현황 / 자료 제공. 대구교육청
대구지역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 관련 현황 / 자료 제공. 대구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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