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학교 운동장 '중금속' 오염에도 무대책·무책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6.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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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탄 트랙 134개교 중 96곳 '납' 성분 기준 초과, 철거·학생 건강검사는?..."국가의 책임"


대구 96개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유해물질인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양에 노출됐을 경우 성인보다 아동 인체에 더 악영향을 끼치는 중금속이 학교에서 최대 기준치의 130배이상이 발견됐음에도, 대구시교육청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납 검출로 우레탄 트랙 사용이 금지된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2016.6.22.동인초)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납 검출로 우레탄 트랙 사용이 금지된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2016.6.22.동인초)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근 경남도교육청은 발견 즉각 철거 계획을 발표한 반면, 대구교육청은 "예산 마련 후 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학생 건강검사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교육청이 무대책, 무책임으로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 당사자는 대구교육청으로 즉각 우레탄 트렉을 철거하고 학생 건강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교육청은 대구 445개교 중 우레탄 트렉이 설치된 134개교에 대한 납(Pb), 카드뮴(Cd), 크롬(Cr⁺⁶), 수은(Hg) 등 유해한 중금속 성분에 대한 검사를 의뢰한 결과 "96개교(71.6%)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KS기준, 9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기준치 초과 학교는 초등학교가 53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는 21곳, 고등학교는 20곳, 특수학교는 1곳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구대청초등학교는 납 성분이 기준치 130배 이상인 11,700㎎/㎏으로 나타나 조사대상 학교 중 오염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동부고등학교도 기준치의 60배 이상인 5,415㎎/㎏의 납 성분이 검출됐다. 대구동도중학교와 대구서남중학교, 대구조일로봇고등학교에서도 4,000㎎/㎏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돼 지역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태로 확인됐다.

'위험'이라고 적힌 테이프, 우레탄 트랙 출입이 금지됐다(2016.6.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험'이라고 적힌 테이프, 우레탄 트랙 출입이 금지됐다(2016.6.2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우레탄 트랙은 고무칩에 폴리우레탄을 도포한 육상트랙 형태로 달릴 때 먼지가 나고 넘어지면 부상 위험이 큰 흙운동장 대신 안전하다고 인식돼 10년간 인조잔디와 함께 전국 학교 운동장에 설치돼 왔다. 이번 조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대구의 학교들도 비슷한 시기에 우레탄 트랙을 조성했다. 

그러나 2009년 환경단체의 유해성 지적 후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정부는 2010년에야 인조잔디 유해기준을 마련했다. 우레탄 트랙 기준은 2014년에 생겼다. 이어 교육부는 올초 전국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 학교 운동장에서 기준치 이상 납 성분이 발견됐다. 때문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우레탄 트랙 전면 철거"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교육청은 '사용중지' 조치만 취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최근 신규로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27개교에 대한 추가 유해성 조사를 실시하고 6월말 발표한 뒤 기준 초과 우레탄 트랙에 대한 철거 예산을 마련한다는 게 22일 현재까지 나온 대책의 전부다. 추경예산이 마련될 때까지 문제의 우레탄을 걷어내지도 못하고 마사토 등의 대안도 국고지원이 확정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지역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 관련 현황' / 자료.대구교육청
'대구지역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 관련 현황' / 자료.대구교육청

운동장에서 오래 활동한 학생들에 대한 건강검사 계획도 전무하다. 기준치를 넘진 않았지만 소량이라도 납이 발견된 학교에 대해서도 대책이 없다. 안창영 대구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장은 "납 성분과 학생 건강의 연관성 확인이 어렵고 책임 소재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학생들에 대한 혈중 납 농도 선별검사"를 촉구했다. 은재식 사무처장은 "납은 저농도에 노출이 지속될 경우 아동은 신경정신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며 "경미해도 한번 흡수되면 완치가 어렵다"고 했다. 때문에 "책임 당사자인 대구교육청은 무책임과 무대책으로 방관하지 말고, 즉각 일부 학교에 한해서라도 건강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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