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가 정의로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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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나라를 염려하는 젊은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사병 충원 방식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꾸자고 제안하였고,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모병제에서는 주로 가난한 젊은이들이 입대하게 되므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였다. 국방과 병역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인데다가 새누리당 내의 잠룡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견해차라는 점에서 내년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국방 개혁도 효율과 정의를 기준으로

국방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군 간부들은 대형 국방 비리 사건에서도 보듯이 밑동부터 썩어있고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위탁하는 등 자주 국방 의지가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인식이다. 사병들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없이 소위 “국방부 시계”만 처다 보면서 제대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형편이다. 이런 군대에 비싼 돈을 들여 첨단무기를 배치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바꿀 수는 없다. 효율과 정의를 아울러 충족시키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효율을 위해서는, 평시에는 모병제를 통해 군을 정예화하여 전문가가 군 조직을 유지하도록 하고, 예비군을 잘 훈련시켰다가 유사시에 징병제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커다란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아무튼 모병제는 일리가 있다.

한편, 강제 징집하는 징병제와 달리 자원자로 충원하는 모병제에서는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충분한 병력을 확보할 수 없는데, 경제적 보상에 치중하다보면 미국처럼 흙수저들만 총알받이가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 의원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군대 경력이 사회 지도층 되는 데 유리하도록

모병제가 정의의 기준까지 충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흙수저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는 군대가 아니라 나라를 염려하는 젊은이들이 자원입대하는 군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는 군대 경력이 사회 지도층이 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적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군 미필자는 고위공직자(선출직 포함)가 되기 어렵도록 해야 한다. 또 교육을 책임지는 대학의 총학장, 초중고 교장에게도 적용하고, 나아가서는 경제를 책임지는 대기업 간부에게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상하게도 대통령, 총리를 비롯하여 고위공직자 중 미필자가 많아 국민의 공동체 의식을 해쳤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런 사람들이 국민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한겨레> 2016년 9월 9일자 6면(정치)
<한겨레> 2016년 9월 9일자 6면(정치)

아울러 군 제대자의 취업도 정부가 우선적으로 알선하고 사회에서 군 경력을 완전히 인정해주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공무원이나 공사 취업 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도움이 된다. 자원입대는 공공정신의 증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군필자를 유리하게 대우하는 것 자체는 차별이 아니다. 다만, 과거 공무원 시험에서 군필자에게 부여하던 가산점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고려한다면, 여성에게도 군 입대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는 동시에 공익적 대체복무 기회도 충분히 제공하면 된다. 이 정도면 모병제에 관한 흙수저 시비는 사라질 것이다.

모병제의 정의로운 재원은 부동산 불로소득

모병제에서 또 하나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는 재원이다. 남경필 지사는 월 200만 원 이상의 봉급을 주는 30만 명 규모의 모병제를 하자고 하면서 연 4조 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재원을 정의롭게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11년 전 필자가 쓴 글의 요점을 모병제에 맞춰 소개한다. [병역 기피와 부동산 투기, 2005년 6월 19일 <오마이뉴스> 게재]

이 글의 요점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충당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 2015년 공시지가 총액은 5,000조 원에 육박한다. 모병제로 인한 추가 예산이 연 5조 원이라고 해도 공시지가의 0.1%밖에 안 된다. 이 비율은 연간 지가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므로 토지 소유에서 생기는 불로소득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이런 재원을 활용하면 땅 가진 국민이 자기 땅을 지켜주는 젊은이들에게 불로소득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셈이 되므로 분배정의까지 충족시킨다. 군인 봉급을 더 주자고 국민이 합의한다면 징수 비율을 높이면 되고, 국방 예산을 포함하여 다른 예산까지도 토지 불로소득으로 우선 충당하면 더 좋다.

이런 방식으로 정의로운 모병제를 실시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얻게 된다. 군 복무를 명예로운 기회로 여기는 인원으로 군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회 지도층에 공공정신을 가진 사람이 포진하게 되므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진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군 미필과 부동산 투기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고위공직자를 안 볼 수 있어 흙수저 국민의 마음이 편해진다.






[김윤상 칼럼 70]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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