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위기의 돌파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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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의석수와 지지율의 연동, 국민 표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제도



4.13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분열된 야권은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정치 독점은 민주주의의 독

경제도 그렇듯이 정치도 여러 정당이 분립하여 경쟁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여권과 야권이 대칭적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선거제도에서 여권에는 1당, 야권에는 다당이 분립하면 여당 국회의원 수가 과반수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개헌선인 국회 의석 3분의 2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경제 독과점처럼 정치 독과점도 사회의 독이 됩니다. 새누리당이, 아니 다른 정당이라도,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 나라로서는 재앙입니다. 스포츠 응원 수준이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해도 압승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야권 통합을 제안하자 국민의당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나간 지 얼마 되지 않는 마당에 도로 들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새정치를 위해 나섰다는 나름의 명분을 살리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독자적인 위치를 유지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국민의당 내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상당히 있다고 하지만 이들도 백기를 들고 더민주당에 단순히 복귀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명분+실리로 야권을 엮어낼 방법은?

그러므로 모두에게 명분과 실리를 안겨줄 수 있는 공통의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그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닐까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석수와 지지율을 연동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비례대표를 지역구와 별도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역구 당선자는 그대로 인정하되 총당선자 수는 정당 지지율에 따라 정한다는 것이지요. 국민의 표심을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이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제도입니다.

실제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20개 국가를 보면, 독일 등 서유럽 12개국이 채택하고 있으며 다른 대륙에서는 뉴질랜드, 우루과이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20개 국가 중 우리와 비슷한 소선거구 위주의 방식을 택하는 나라로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정도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초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는데 이것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적용하자는 내용입니다. 세부 설명은 저의 다른 글로 미루려고 합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환영한다> - 평화뉴스 2015.3.1)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분열된 야권의 각 진영에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줄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나 녹색당처럼 특화된 소규모 정당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처럼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채 분열된 경우에도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새누리당을 제외하고는 다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야권 위기가 민주주의 도약의 촉매 되기를

그렇다면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야권이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통의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선거 공조를 하기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례대표제를 지극히 싫어하는 새누리당과 야권 사이에 1 대 1 대결 구도가 형성됩니다. 신선한 공약과 선거 공조가 효과를 발휘하여 야권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에는 총선 후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더민주당 내에는 양대 정당 체제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선거에서 여권에 늘 패배하더라도 제1야당이 되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이지요. 김종인 대표가 ‘선거 공조’가 아니라 ‘야권 통합’을 제안했는데,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우려가 사실이라면 더민주당은 비겁하고 이기적인 정당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궁지에 몰리면 평소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의제에도 합의할 수 있습니다. 야권의 위기의식이 촉매가 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큰 폭으로 도약하는 눈부신 화학반응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윤상 칼럼 67]
김윤상 / 경북대 석좌교수(행정학).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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