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밖 '집회'에 대한 하태경 의원의 엇나간 시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0.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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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노동청 국감, 노동자들 '민중가요' 부르며 집회..."소음, 문명인이면 자제" / 야당 "갑질, 감내해야"


(오른쪽)환노위 지방노동청 합동 국감 중 하태경 의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오른쪽)환노위 지방노동청 합동 국감 중 하태경 의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감 초반 하태경 의원(새누리당.부산 해운대구 갑)이 지핀 불이다.

지난 6일 대구노동청에서 열린 환경노동위 지방노동청 국감장. 밖에서 들리는 노동자들 집회 중 민중가요가 발단이 됐다. "노래 소리 많이 들린다. 저분들 애로사항 해결하는 자리다. 위원장님 직권 하든지 해 소음 자제 협조 요청 하는 게 좋다" 국감장 밖 노동자들 외침과 노래가 시끄럽다는 짜증섞인 불만이었다.

곧 이용득(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높은 분 국감하니 자제하라는 게 같은 의원 욕 먹을 짓이다. 갑질행위다. 있을 수 없다. 감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직접적인 비난에도 하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하 의원 말에 반박하는 이용득 의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 의원 말에 반박하는 이용득 의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 의원은 "갑질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굉장히 좋아한다"며 "다만 그 노래를 워낙 시끄럽게 길거리에서 많이 틀어 국민 사이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명인이라면 자제해야한다"고 되받아쳤다.

노동자 1,500여명(경찰 추산 1천여명)은 하 의원 발언으로 순식간에 비문명인이 됐다. 통상 국감 기간 동안 피감 기관 밖에서 해당 상임위 관련 단체나 개인은 집회, 1인 시위 등을 하며 의원들에게 자신들 목소리를 전달해왔지만, 하 의원 말대로라면 이 같은 행위는 문명인 범주에 들지 않는 셈이다.

국감 내내 방패를 들고 노동청 정문을 막은 대구경찰(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감 내내 방패를 들고 노동청 정문을 막은 대구경찰(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소음, 갑질, 문명인 등 두 의원의 주거니 받거니 공격은 기어이 여야 설전으로 번졌다. 하 의원 불만에서 시작된 논쟁은 여야 의원들간의 선명한 시각차만 드러냈다. 신보라(새누리.비례대표) 의원은 "근로자분들을 위한 검증 자리이니 원활한 진행을 협조 요청하는 것"이라고 하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나 한정애 (더민주.서울 강서구병) 의원은 "정부가 일을 잘 하는지 보기 위해 멀리서 오신 분들이다. 이때가 아니면 평생 볼 수 없다.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은 목소리다. 이 정도는 감내하자"고 맞받아쳤다. 홍용표 위원장도 "허가 받은 것이고 법적 한도 내에서 하면 자제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래 기다린 끝에 참고인으로 국감서 증언하는 한 노동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오래 기다린 끝에 참고인으로 국감서 증언하는 한 노동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지만 국회의원 불만을 접수한 대구경찰은 데시벨을 측정해 "법적 기준을 넘었다"며 곧 노동자들에게 자제를 명령했다. 이후 국감은 노동자들 목소리와 노동가가 전보다 줄어든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 같은 해프닝은 여당 국감 보이콧 사태로 일정이 어그러져 생긴 결과다. 당초 일정은 대구청 단독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뒤늦게 국감에 복귀해 모든 지방청이 같은 날 한 자리에서 국감을 받게 돼 국회, 지방청장, 노동부 등 관련 중요 인사들이 한 곳에 모였다. 그 결과 노동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의 노동자들도 대구청으로 왔다. 평소의 10배 넘는 숫자가 모여 목소리 크기도 커진 것이다.

상복에 숨진 동료 영정사진을 들고 시위 중인 노동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상복에 숨진 동료 영정사진을 들고 시위 중인 노동자(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감 시작 전부터 피켓팅 중인 전국의 노동자들(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감 시작 전부터 피켓팅 중인 전국의 노동자들(2016.10.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 의원 딴지를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문명인'이 아니라고 규정한 이들은 유성기업, 아사히글라스, 울산과학대, 서산톨게이트, 골송 샤프, 골든 브릿지, 대신증권, 대전일보,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소, 서울지역자활센터 등 장기 투쟁사업장,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버스를 대절해 노동청에 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상복을 입은 채 숨진 동료 영정을 들고, 증인과 참고인으로 10시간 넘게 자리를 지킨 이들은 해고자, 임금체불 피해자, 또는 그들의 동료다.

뿐만 아니라 하 의원은 이날 국감에 부산지역 한 해고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그를 가해자인 것마냥 취조하는 고압적 자세도 보였다. 통상적 국감과 너무 다른 정서였다. 이를 본 타 지역 해고자는 "악마를 보았다. 잔인했다. 목소리 큰 노동자는 문명인이 아니고 해고자는 몰아붙이고 너무하다"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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