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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희망원 사태 '사과문' 발표...시민사회는 "변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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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홈페이지 게재 "죄송...일부 오해도" / 대책위 "일방적 변명 유감, 대구시민에게 사과해야"


대구광역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의혹과 관련해 위탁 운영재단인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교구 홈페이지에 신자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첫 사과문을 발표했다.

11일 오후 천주교대구대교구 홈페이지 교구알림 게시판에 '희망원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박강수(로무알도.노숙인재활시설) 신부, 김구노(구노.장애인 거주시설 글라라의집) 신부, 박재철(안토니오.노숙인요양시설 라파엘의집) 신부, 박정봉(아벨.정신요양시설) 원장 등 4개 희망원 시설의 원장들이 공동명의로 작성한 사과문이었다.

이들은 "신자 여러분들게 사과드린다.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그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한다. 최근 일부 언론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인권문제와 회계비리 보도 내용이 제기됐다"며 "희망원을 책임지고 있는 원장으로서 무엇보다 그 동안 희망원을 사랑해주시고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나셔주셨던, 그리고 신뢰를 보여주셨던 교우분들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드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천주교대구대교구 홈페이지에 올라온 희망원 인권유린 의혹에 대한 사과문
천주교대구대교구 홈페이지에 올라온 희망원 인권유린 의혹에 대한 사과문

특히 "지난 2년8개월간 129명이 사망한 것은 사실"이라며 "입소자 중 많은 경우 만성질병으로 고통받다 막바지에 시설을 찾는 분들이라 다른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부인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대비 이중장부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저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서 그런 자료가 작성이 됐고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잘못은 겸허히 반성하고 시정하겠다"면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규정과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 모든 사람 인권이 더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 특별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국정감사와 대구시 특별감사도 받고 있다"며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투명하고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사과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만큼이나 해명과 변명도 많았다. 이들은 "실상은 언론보도와 많이 다르다. 오해의 소지도 많다"며 "교회가 조직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희망원에 대한 의혹이 나온 배경을 "2015년 관련법 변경으로 하나의 시설이 4개로 분리 운영돼 직원들 근로·임금조건이 변경되면서 여러 갈등이 생겨 혼란이 계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대구천주교 규탄 집회(2016.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희망원 인권유린 대구천주교 규탄 집회(2016.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같은 천주교의 사과문에 대해 시민사회 반응은 냉담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방적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된 이런 형식의 발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사과문이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엄중한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제대로 사태파악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천주교가 사과해야 하는 대상은 신자들뿐 아니라 희망원 운영에 돈을 주는 대구시민과 국민들이다. 그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사과를 제대로 하는 것이고 천주교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천주교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발표한 사과문을 별지 형태로 인쇄해 이번 주 내로 교구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주보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11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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