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길 대주교 "대구시립희망원 책임 통감" 사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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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 크다...철저한 진상 파악, 재발방지 강구"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침해ㆍ비리 의혹과 관련해, 희망원 운영주체인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교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61.타대오) 대주교는 10월 12일자 '대구시민과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대구시립희망원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셨을 것"이라며 "희망원을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대구대교구 교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구시민 여러분과 교구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

대구대교구는 교구장의 이 글을 13일 오후 교구 홈페이지에 올렸으며, 매주 발행하는 '대구주보'(10.16일자)와 함께 별지 형식으로 인쇄해 교구내 각 성당과 기관단체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교구내 현안과 관련해 교구장이 '사과문' 형식의 글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환길 대주교는 이 글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 교구도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 왔지만 불미스럽게도 이번 희망원 사태와 같은 일을 겪게 됐다"면서 "교구장으로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감사에 협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보호받고 참다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시민 여러분과 교구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과 교구과 부족한 저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대구시민과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2016.10.13) / 사진 출처. 대구대교구 홈페이지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대구시민과 교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2016.10.13) / 사진 출처. 대구대교구 홈페이지

대구시립희망원은 지난 1958년 대구시 서구 성당동에 설립된 뒤 1968년 현재의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으로 이전했으며, 1980년 대구시와 '재단법인 대구대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의 수탁계약에 따라 대구대교구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올 2월부터 박강수 신부가 희망원 10대 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희망원은 지난 2014년부터 내부 제보 등으로 생활인 사망과 폭행, 인권침해, 횡령, 강제노동, 착취, 부정선거, 문서파쇄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 결과, 2014년부터 2년8개월동안 전체 생활인의 10.6%에 이르는 12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생활인을 폭행한 일부 직원들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백만원 등의 처벌을 받았고 다른 직원들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간병인과 경비원 등에 대한 강제노동과 최저임금 위반,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립희망원은 지난 10일 박강수 원장신부를 비롯해 김구노.박재철 신부와 박정봉 원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지역 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주교좌 계산동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인권유린과 비리는 일차적으로 운영재단이 책임질 문제"라며 "대구천주교는 계속되는 의혹에 대해 하느님과 시민들에게 스스로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와 올해 8월 2차례 조사에 이어 지난 11일부터 3차 조사에 들어갔고, 대구시도 10일부터 한 달동안 희망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집회(2016.10.10.계산성당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집회(2016.10.10.계산성당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에 실린 사과문(2016.10.13 현재)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에 실린 사과문(2016.10.13 현재)

대구대교구는 1911년 4월 8일 조선대목구에서 분리해 대구대목구로 설립된 뒤 1962년 우리나라 교계제도 설립에 따라 '대교구'로 승격됐다. 전임 이문희 대주교(1986~2007), 최영수 대주교(2007.4~2010)에 이어 2010년 12월부터 현 조환길 대주교가 제 10대 교구장을 맡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대구광역시 전역과 경상북도 중남부와 동해안지역인 경산·경주·구미·김천·영천·포항시, 고령·군위·성주·울릉·청도·칠곡군을 관할하며, 지난 2003년부터 5개의 대리구(교구장 대리가 관할하는 구역)로 운영하고 있다. 2015년 4월 현재 161개의 성당과 79개 공소에 450여명 성직자가 48만여명(전체 인구 대비 신자비율 10.1%)의 신자들을 사목하고 있다. 주교좌성당은 계산동성당(대구시 중구 계산동)과 함께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새로 지은 '범어대성당'(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등 2곳이며,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에 이어 지난 5월 장신호(50.요한보스코) 보좌주교가 임명됐다. 

특히 대구대교구는 대구시립희망원을 비롯한 사회복지기관 130여 곳과 대구가톨릭대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 49곳(유치원29ㆍ초등1ㆍ중고등18ㆍ대학1), 종합병원 6곳, 언론기관 4곳(매일신문ㆍPBC 대구평화방송ㆍ주간 가톨릭신문ㆍ월간 빛)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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