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철회를 위한 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학부모 9명이 국정교과서 철회를 위한 대책위를 꾸리고 오늘 농성은 밤 9시에 접기로 했다.
대책위 고2 학부모 대표 박은정(47)씨는 "일단 오늘 농성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내일 다시 1인 시위를 통해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며 "더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오는 18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경산중앙병원 앞 사거리 분수대에서 1인 시위에 나선다.
이날 문명고 학생 50여명과 학부모 30여명 등 80여명은 교장실 앞에서 오후 5시부터 4시간가량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경북도교육청의 국정교과서 심사에서 경북항공고등학교가 최종 탈락해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상황에 놓이자 시위를 열게 된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배우 게 될 문명고 예비 고1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오후부터 학교 앞에서 피켓팅을 벌였고, 오후 5시 넘어 자율학습이 끝나자 고2, 고3 재학생들도 이에 합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퇴근한 학부모들도 농성에 동참해 저녁 8시에는 80여명이 교장실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다.
문명고 고3 학생의 학부모 조모(47)씨는 아들과 국정화 철회 피켓을 들고 나란히 교장실 앞에 섰다.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왜곡 교과서를 배우는 곳이 됐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화가난다"며 "교장이 쓰레기 교과서를 철회한다고 약속할 때까지 물러날 수 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조씨의 아들인 문명고 고3 학생은 "교장과 재단이 오히려 우리에게 편향된 역사를 가르치려 한다"면서 "우리는 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가 있다. 철회할 때까지 이 자리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도 너도나도 "철회 약속을 받을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거들었다.
복도에 어둠이 내리면서 한기가 올라와도 학생들의 대오는 여전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동참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났고, 이들을 지지하는 학부모들의 참여도도 강해졌다. 서로 빵과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역사, 정치에 대한 애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역사 교육은 죽었습니다' 피켓을 든 학부모 김모(46)씨는 1층 로비에 걸린 새마을운동 선구자 설립자 운은 홍은기 이사장의 액자를 보며 분노했다. 액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과 더불어 5.16민족상 등 그의 화려한 이력이 적혀 있었다. "누가 역사적으로 선동을 하는 거냐. 바른 교과서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들과 학부모냐 아니면 학교냐. 대한민국서 달랑 1곳. 우리학교만 국정교과서를 왜 채택했는지 이 액자를 보니 알고도 남는다"고 비난했다.
반면 김태동 교장은 이날 정오쯤 학교를 떠나 복귀하지 않고 휴대폰도 꺼놓은 채 연락 두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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