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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문명고 '뉴라이트' 교과서 채택...시민단체 "친일·독재미화 역사교육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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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장기 집권', '위안부' 서술 축소
'역사왜곡'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2017년 전국 유일 국정교과서 파행 겪어
이번엔 전국 일반고 유일 문제의 책 채택
7년 만에 또 '역사 교과서'로 논란 중심
"교과서 채택 철회, 학생들 의견 수렴"
학교 "채택은 자율적 교권, 개입 말라"
교장 곧 입장 발표...교육청 "관여 불가"

경북 경산에 있는 사립 문명고등학교가 전국 일반고 유일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해 논란이다.

7년 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신청했다가 논란이 된 그 학교다. 당시 신입생들이 입학을 거부하고, 학부모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파행을 겪었다. 또 역사 교과서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시민단체는 "친일을 옹호하고,독재자를 미화하는 교과서"라며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배우게 할 수 없다. 교과서 채택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학교 측은 "교과서 채택은 수업권과 교권"이라며 채택을 강행했다.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4.11.19.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4.11.19.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용기)는 19일 오후 경산 백천동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만 전국 일반고 중 유일하게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며 "불량 한국사 교육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명고에 확인한 결과, 이들은 내년 1학기부터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로 한국학력평가원에서 펴낸 교과서를 채택했다. 지난 10월 1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교과서를 채택하고 같은 달 23일 경북도교육청에 교과서 주문을 의뢰했다. 해당 한국사 교과서는 지난 8월 교육부 검정을 통과했다. 

문제는 해당 교과서가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장기 집권'으로 표현하고, 친일 인사를 옹호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는 등 역사 왜곡 논란이 발생한 교과서라는 점이다. 현직 문명고 교사가 해당 교과서 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명고 이젠 그만. 불량 역사 교육 시도 멈춰" 피켓팅(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이젠 그만. 불량 역사 교육 시도 멈춰" 피켓팅(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책위는 "문명고 역사 왜곡, 불량 교과서 채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를 박탈했다는 점"이라며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 독재를 미화할 뿐만 아니라, 연도와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향된 정치·역사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권력자와 기득권 세력이 친일 반민족 행위의 역사를 편들고 두둔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 부활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며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권리가 아니다. 그릇된 역사를 배우지 않을 학생의 권리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문명고와 경북교육청에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채택 취소 ▲문명고 시정 조치 등을 요구했다. 오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한 달간 등교 시간에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왼쪽부터) 이용기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지승엽 전교조 경북지부장(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이용기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지승엽 전교조 경북지부장(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용기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문명고는 7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한 학교만 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괜찮지 않냐는 말도 있지만, 친일 불량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은 무슨 죄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지승엽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교육기본법에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는 이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교육기본법에 위배되는 교과서 채택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명고가 역사 교과서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역사 왜곡과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돼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그해 5월 "국정교과서 폐기"를 공약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문명고에서도 지정 3개월 만에 완전 폐기됐다.

"교과서 선택은 수업권과 교권입니다" 문명고 정문에 걸린 현수막(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교과서 선택은 수업권과 교권입니다" 문명고 정문에 걸린 현수막(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측은 교과서 채택을 강행한다.

학교는 이날 교문 앞에 "교과서 선택은 수업권과 교권입니다", "정치개입 중단해 주십시오. 교과서 선택은 학교 교육의 자율성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문명고 측은 교과서 채택에 절차적 문제는 없었으며, 오는 21일 오전 언론브리핑을 통해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일 문명고 교감은 "역사교과서 채택 절차를 위반하지는 않았다"며 "드릴 말씀은 따로 없다"고 했다. 다만 "정치적인 활동으로 교과서 선택을 판정하는 것들은 교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차후 학교 교장이 이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교육청은 교과서 선정은 학교 자율에 맡기는 부분이고, 또 해당 교과서가 검·인정 절차를 통과했기 때문에 관련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정부 검인정을 모두 받았기 때문에, 문명고에서 어떤 교과서를 쓰든 교육청에서 관여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며 "학교에서도 관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 제재를 할 수는 있지만, 적합한 절차를 밟아 채택한 것이기 때문에 손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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