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국정화' 학교라니...문명고 학생들 "부끄럽다. 철회"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2.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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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50여명 '자율학습' 취소 통보에도 집회, 학부모·신입생·타교생들도...온라인 '철회' 서명, 1만명 넘어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의 자율학습 취소 통보에도 학교에 나와 연구학교 신청 철회와 국정교과서 폐지를 촉구했다.

문명고 학생 150여명과 학부모 30여명은 20일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학교 행정실과 교장실 앞, 운동장, 강당 등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의 연구학교 신청 취소와 국정교과서 사용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학교 측의 자율학습 취소 통보에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학내 행진을 벌이며 '보직해임 취소하라',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교장선생님 나와주세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교장실 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교장실 앞에서 피켓시위 중인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행정실 앞 복도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촉구하는 학부모(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행정실 앞 복도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촉구하는 학부모(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일부 교사들에 따르면, 안휴정 교감은 이날 진행된 교무회의에서 해교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내리겠다며 국정교과서 사용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동 교장은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학부모들에게 부교재 사용의지까지 보였다.

"교장선생님 나와주세요"...김태동 교장에게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교장선생님 나와주세요"...김태동 교장에게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하는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교육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문명고등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연구원 관계자도 이날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연구학교 계획은 교육부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며 교육청이 학내 반발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며 "학교 차원에서 따로 정리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학생들의 철회 요구는 줄어들지 않았고, 자유발언도 계속됐다. 3학년 신준혁 학생은 "교장선생님이 강당에 학생들에게 했던 설명조차 동문서답이었다. 진정 학생을 위한 교육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으며 정연성(18) 학생도 "친일파와 박정희를 우상화하는 쓰레기 교과서를 선택하는 곳이 전국 2,300여개 학교 중 우리 학교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좌·우를 떠나 상식이 있다면 선택해선 안 되는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율학습이 없는 날에도 학생 150여명이 학교에서 집회를 열었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자율학습이 없는 날에도 학생 150여명이 학교에서 집회를 열었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신입생과 인근 학교 학생도 연단에 올라 문명고의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경산고 이민석(17) 학생은 "국정교과서 신청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이 비민주적 절차였다"며 "경산고에서도 문명고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철회될 때까지 힘 내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입학 예정인 도건우(16) 학생도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수 없다"며 "내가 다닐 학교가 전국에서 유일한 국정교과서 신청 학교라는 것에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연구학교 신청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교사 최재영씨는 "선생님들이 먼저 막았어야 하는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나서게 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학교는 해결 의지가 없어보인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이다. 부디 옳은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 중인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 중인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 중인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 중인 학생들(2017.2.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학부모 신성국씨는 "다양한 관점에서 가르쳐져야 할 역사가 개인 신념으로 학생들에게 주입돼선 안된다"며 "학부모 공청회를 비롯해 국정교과서 사용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되지 않고 결정돼 안타깝다. 국정교과서는 문명고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명고는 구미 오상고, 영주 항공고 등과 함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최종 신청했다. 그러나 오상고는 학생들의 반발로 연구학교 신청을 하루만에 철회했으며 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 미개최·서류미비 등으로 최종심사서 탈락했다. 반면, 문명고는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학운위 투표결과를 뒤집고 재투표를 하면서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강행했다.

문명고 학생들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온라인 서명페이지(온라인 서명, 바로가기 클릭)
문명고 학생들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온라인 서명페이지(온라인 서명, 바로가기 클릭)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지난 16일부터 학교 내에서 집회를 열고,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가세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회는 18일 저녁부터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받고 있으며 20일 오후 1시 현재 1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한편, 학생들은 오는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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