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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검찰 출두한 날, 싸늘한 대구 달성 민심 "배신감, 수치심"
'정치적 고향' 달성군 주민 대체로 박 전 대통령에 쓴소리..."나라 망쳐 망신거리, 잘못했으면 벌 받아야"
2017년 03월 21일 (화) 22:35:44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민간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 주민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11일만에 검찰 출두를 위해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을 보는 달성의 민심은 상실감뿐 아니라 분노, 우려 등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 달성군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화원시장(2017.3.21.달성군 화원읍)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1일 오후 달성군 화원시장에서 만난 원모(85.화원읍)씨. 그는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오랫동안 지지해온 열성 지지자였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대통령을 믿었지만 일말 의 신뢰는 채 오래가지 못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고령의 원씨는 격분했다. "대선 때 화원삼거리에서 나하고 악수까지 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박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왔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쳐 왔길래 대통령 되면 잘 할 줄 알았다"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판단을 잘못해 최순실이랑 같이 나라를 망쳐 전 세계 망신거리가 됐다. 동네 망신이다. (그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면서 "잘못했으면 벌 받을 것 받아야 한다"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 화원 5일장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는 달성군 주민(2017.3.2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한 표를 준 권경철(75.화원읍)씨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구 사람이라면 전부 박근혜 지지했을 거다. 나도 선거 때마다 박근혜를 뽑았다. 헌데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 자체에 많 이 실망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달성군은 박 전 대통령이 199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처음으로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한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달성군에서만 80.87%의 득표율을 얻어 대구 전체 80.14%보다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정계 진출부터 대통령 당선까지 함께 한 달성군이지만 대통령직 파면 이후 정치적 고향의 민심은 하루가 다르게 차갑게 돌아서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사용했던 지역 사무실은 화원시장으로부터 700m가량 떨어져 있다. 현재는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추경호(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지역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 5일마다 열리는 장날에 붐비는 화원시장(2017.3.2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화원시장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던 박영순(53)씨는 배신감과 더불어 슬프다고 털어놨다. "최순실이 시켰든 본인이 나섰든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한 것 아니냐. 나라를 흔들어놨다"며 "나도 그렇고 우리 남편도 그렇고 달성군 사는 사람들은 거의 박근혜를 지지했다. 이것은 배신이다. 이럴 수 있냐. 화도나고 한편으론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며 수치스러움을 느꼈다는 주민도 있었다. 조모(40.화원읍)씨는 "최순실 국정농단부터 미르·K재단까지 드러난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청와대 나오는 순간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걸 보고 정말 수치스러웠다"고 고개를 저었다.

검찰 조사에서 진상규명과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숙(61)씨는 "박근혜는 숨기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믿을 수 가 없다. 구속해야 하지 않겠냐"며 "오늘 검찰에 불려갔으니 모든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앞으로 잘 지켜보자"고 했다.  

   
▲ 좌판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2017.3.2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30세대는 탄핵과 검찰 수사에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정치권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최서현(20)씨는 "대통령을 탄핵시킨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왔다. 결국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것 아니냐. 떠밀려 탄핵 한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서모(30)씨는 "대통령 탄핵은 바꿔야 할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민들 촛불만 믿지 말고 정당들이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소수의 달성 민심은 여전한 '박근혜 사랑'이었다. 황모(73.옥포면)씨는 "젊은 사람들은 구속돼야 한다고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검찰) 조사에서 진실이 다 밝혀질 것이다. 탄핵도 옳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화원시장에서 20년째 두부장사를 하는 최모(67)씨도 "탄핵이고 구속이고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 박통(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 결국 잘못한 것 아니냐. 검찰에서 다 드러날 것"이라 고 내심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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