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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하다 숨진 노동자 2백여명...숨겨진 더 많은 '산업재해'
작년 전국 9만여명 '산재', 1천777명 숨져...대구 노동·청년단체 '추모제', "노동권 보장·안전대책" 촉구
2017년 04월 28일 (금) 18:04:00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지난해 9만여명의 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졌다. 대부분 하청업체 비정규직들로 10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는 OECD 국가 1위지만 산재보험 적용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산재 판정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지역 노동단체는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 "노동자 안전대책 마련"과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촉구했다.

   
▲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지역 노동단체 관계자들(2017.4.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은 전국 90,656명, 사망자는 1,777명에 이른다. 사망자 직종별로는 건설업에서 31.2%, 규모별 50인 미만 사업장 37.4%, 연령별 60세 이상에서 34.8%으로 가장 많았다. 대구에서는 8,991명이 산재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2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대부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에서만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우건설(8명), 대림산업(7명), ㈜포스코(7명), 포스코건설(5명)이 뒤를 이었으며 이들 가운데 68%가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위험 부담이 큰 업무는 하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으며 원청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무를 떠넘기고 있다.

   
▲ 2016년 사업장 규모별 산재사망 노동자 수 / 자료.고용노동부
   
▲ 2016년 업종별 산재 사망 노동자 수 / 자료.고용노동부

또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자 10만명당 산재사망자 수는 2014년 10.8명으로 OECD 1위인 반면, 산재적용율은 0.53%로 OECD평균(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일 하다 다치면 산재보험 적용이 아닌 '공상(건강보험 또는 개인보험으로 치료)' 처리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15년 보고서를 통해 "기이한 통계는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은폐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 2016년 지역별 산재사망 노동자 수 / 자료.고용노동부

특히 아르바이트, 특성화고 산업연수생의 경우는 더욱 열악하다.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업무를 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 A씨가 술에 취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 본사는 안전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유족과 시민사회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올린 사과문 1장을 올리고, 유족에게 알렸을 뿐이다.

지난 1월 전북 전주의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3학년 홍모(19)씨는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들을 상담하며 유선·TV상품 판매 실적을 강요받다 입사 5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씨의 사망 전 이모(30) 상담팀장도 같은 이유로 숨졌지만 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 근무환경조차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일했던 상담부서의 근속연수는 평균 8.1개월에 불과했다.

   
▲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2017.4.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알바노조대구지부 등 지역 시민사회는 28일 오후 동구 신천동 BGF리테일 경북영업부 사무실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사측의 공개 사과, 유가족 보상, 안전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또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도 이날 신천동 LG유플러스 대구고객센터 앞에서 실적압박 중단, 하청업체 산재에 대한 원청의 책임강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인정기준 확대 등을 요구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산재사망률 조차 높다"며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 할수 있는 사회가 절실하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되고 경쟁을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교 알바노조대구지부장도 "경산 편의점 살인사건의 범인은 잡혔지만 지금도 알바노동자들은 누군가의 협박이나 폭행에 노출되고 있다"며 "본사는 로열티 명목으로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가면서도 안전대책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홍씨를 비롯해 사망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추모 피켓(2017.4.2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피살된 경산 편의점 노동자 추모제(2017.4.28.동구 신천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BGF리테일 경북영업부 담당자는 "이 사안은 서울 본사에서 처리하고 있다. 여기는 점포 개점과 영업만을 맡고 있다"며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끝난 일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의 경우도, 사망한 홍씨를 비롯해 상담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간 협의 중이지만, 사측은 교섭 테이블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태국의 한 장난감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사망한 188명의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996년 4월 28일 국제자유노련(ICFTU)이 미국 유엔회의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후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날을 '세계 산재 사망노동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고, 현재 110개국 이상에서 이날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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