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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선언과 문재인 독트린
[김두현 칼럼] 2000년 베를린과 2017 베를린..."3차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2017년 07월 04일 (화) 11:46:15 평화뉴스 pnnews@pn.or.kr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초의 한미정상회담이 지난 6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많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지만 그 결과는 대체로 성과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저자세를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받았다는 점,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루었다는 점, 제재와 봉쇄외에 대화와 협상이라는 카드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데 필요하다는데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에서 일단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평가받을만 하다.

회담 이후 6월30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전문가 초청 만찬’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공감대를 이루었다고 밝힌 이른바 대북 기조 ‘4No’ 원칙의 합의는 북한에게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자는 신호를 보다 명확하게 보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사적 공격, 정권교체·붕괴의 추구, 인위적 통일 가속화’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3일 국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밝힌 ‘3노(No)’ 원칙과도 일치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사진 출처. 한겨레(인터넷판 2017.7.2)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5~8일 독일 방문 때 예정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이른바 ‘문재인 독트린’으로 불리는 대북정책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3월9일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석달여 뒤 분단 이후 첫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따라서 ‘문재인 독트린’ 발표를 앞둔 지금 ‘베를린 선언’이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그 의미가 깊다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시킨 베를린 선언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3월 9일 베를린자유대학을 방문하여 이른바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다. ‘베를린 선언’이라 불리는 이 연설의 실제 제목은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문제이다. 그는 이 연설을 통해 “북한당국이 요청한다면 우리는 민간경협을 정부간 협력으로 전환하여 도로, 철도, 항만,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북한의 농업구조개혁에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밝힌다.

또한 그는 북한의 안전과 경제회복, 국제사회 진출 등을 지원하고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이러한 그의 연설문은 발표 하루전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들에게 사전 통보되었다. 또한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도 사전 전달하여 이 연설이 단순한 선전용이 아니라 진지한 제안임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이 선언 이후 남북간에 특사회담이 이루어졌고 2차례의 회담 이후 4월 8일 3차 회담에서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 이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남북은 ’6·15공동선언‘을 합의한다. 이 합의는 남북관계를 대결에서 대화로, 갈등에서 협력으로 전환시킨 역사적인 합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 과연 베를린 선언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살펴보자.

김대중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교훈’을 다음 네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독일의 통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함께 발전시켜온 서독 국민의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둘째 서독은 [접촉을 통한 변화]로 요약되는 동방정책, 즉 동서독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일관되게 추진하여 상호공존과 긴장완화의 틀을 구축하였다는 것이다.

셋째, 서독은 소련과 동구 공산권 국가들을 비롯하여 통일 독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는 성공적인 외교를 전개하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독 정부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내심과 성의를 가지고 동서독간의 화해와 교류·협력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였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독일통일은 결국 [접촉을 통한 변화]로 요약되는 동서독과의 화해와 교류·협력정책을 현실적 어려움과 제악속에서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 동방정책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는 김대중 대통령. 북한이 김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 사진 출처. 한겨레21(2000년 03월 23일 제300호)

그는 또한 독일통일의 간과할 수 없는 교훈으로 독일 통일 이후에 동서독간의 경제적 격차의 해소와, 특히 심리적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가를 심각하게 배운 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은 당장 통일을 추구하기보다는 한반도에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 상호위협을 해소하고 남북한이 화해·협력하면서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것이며 통일은 그 다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1995년에 저술한 바 있는 [한반도 3단계 통일론]을 거론하며 독일의 통일처럼 법적, 제도적 통일을 급격하게 이루는 방식이 아니라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단계적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그의 통일접근법은 이후 6·15 공동선언의 제 2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로 구체화 된다. 즉 과정으로서의 통일, 점진적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며 법적, 제도적 통일 이전에 남과 북이 서로 자유롭게 오고 가며 돕고 나누는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선언을 통해 취임 이래 표방한 대북 정책 3원칙을 다시 한번 제시한다.

첫째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절대 용납치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는 우리도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셋째는 남북이 화해협력하자는 것이다. 첫째 원칙 역시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둘째 원칙을 전 세계 앞에서 보다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와 같은 햇볕정책의 기조 위에서 우리는 북한에게 세 가지를 보장하고 있음을 밝힌다. 첫째는 우리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의 경제회복을 돕는다는 것이며 셋째는 북한의 국제적 진출에 협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국제적 진출에 협력한다는 것으로 북미관계 개선, 북일관계 개선에 남한이 협력,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은 북미, 북일관계를 비록하여 북한이 대외관계를 개선하는데 남북관계 개선을 선차적 조건이나 선후문제로 파악하지 않고 지원, 협력한다.

또한 그는 북한도 세 가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대남 무력도발을 절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핵무기 포기에 대한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야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남과 북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고 하는 포괄적 접근 방안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제안이 북한에게도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WIN-WIN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즉 그는 베를린 선언을 통해 첫째, 남북이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도 지속적인 화해와 교류·협력정책을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둘째, 법적 제도적 통일의 추구가 아닌 평화공존과 평화번영을 이루며 단계적, 점진적 통일을 이루어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셋째 그는 남이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넷째, 북한도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남북이 서로 주고 받는 포괄적 접근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되는 WIN-WIN상황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하였다.

실체 인정을 통해 평화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통해 공동번영을

 
문재인 대통령이 5~8일 독일 방문 때 예정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발표될 ‘문재인 독트린’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4대 불가 선언’을 뼈대로 한 대북정책 구상을 담길 것으로 예측된다. ‘대북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며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 ‘북한정권의 교체나 교체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대북 4노(No) 원칙'은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한미 양국이 지난 10년간 실질적으로 추진해 온 북한정권에 대한 붕괴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것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독일 방문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 <한겨레> 2017년 7월 1일자 1면

첫째, 선 북핵폐기론에서 북핵폐기를 위한 대화와 협상의 병행,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병행론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이명박의 ‘비핵개방 3000’,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공통점의 선핵폐기론, 또는 비핵화 전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이 핵 폐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북미대화 또는 남북관계 개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비핵화가 대화와 협상의 전제조건이 아니며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동결 역시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병행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2단계의 첫 번째 단계인 핵과 미사일 발사 중지 또는 동결에 대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하며 이를 협의하기 위해 북미대화,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북핵 동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으로 가는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취할 조치의 문턱을 낮추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 조치를 한미가 합의하여 제시해야 한다.

둘째, 남북의 화해와 교류 협력을 정치적 정세에 관계 없이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정치, 군사적인 문제의 해결을 추구해 나가되 이의 해결 이전에도 6·15와 10·4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상황을 만들어 공동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다.

셋째, 남과 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유무상통의 원칙하에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가자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이제 단순히 북한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돕기 위한 것이 아니나 남한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하고 북한의 경제적 발전도 보다 빨리 이루어 남북이 서로 WIN-WIN하는 공동승리의 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넷째, 남한이 북한의 대외 관계 개선을 지원할 것라는 것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상호협력하자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즉 북미관계 개선,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남한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 6.15남북공동선언(2000.6.15) / 사진 출처. 김대중평화센터 홈페이지

베를린 선언을 통해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듯이 ‘문재인 독트린’을 통해 3차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남북의 대화가 그리 쉽게 시작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북한이 2일 노동신문의 ‘북남관계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배격해야 한다’는 정세론 해설 기사를 통해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의 여론 역시 남북대화와 교류의 재개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남북의 적대관계와 대결상태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대화를 위해 필요한 첫발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독트린’에 북한과 김정은 정권의 실체에 대한 인정이 담겨야할 이유이다.

   





[김두현 칼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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