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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의 시급한 전제, 한반도 '안보위기'의 해법
[김두현 칼럼] 관계 개선을 위한 포괄적 접근...제 2의 '페리보고서', 제 2의 '임동원'이 필요하다
2017년 05월 11일 (목) 13:09:22 평화뉴스 pnnews@pn.or.kr

마침내 새 대통령이 뽑혔다. 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예상대로 19대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0월말부터 4개월 넘게 진행된 촛불혁명에 의해 치러진 조기대선이다. 따라서 인수위 없이 산적한 국내외 과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지금 가장 과제는 무엇일까? 촛불을 든 국민들이 요구했던 수많은 과제들이 있다. 불신을 받고 있는 검찰도 개혁해야 하고 부패한 재벌도 개혁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정치도 개혁해야 하고 선거법개정도 이루어야 한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양극화도 해결해야 하고 청년들의 실업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울과 지방의 발전 차이로 인한 수도권 집중 현상도 해결해야 하고 지방분권도 이루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위기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은 평화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해결되어야 우리가 원하는 개혁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는 다름 아닌 안보위기인 것이다.

1998년 한반도 위기와 '폐리보고서'

1998년 한반도는 지금처럼 북미간의 대결이 군사적 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 조성되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금창리 핵시설 의혹사건으로 인한 것이었다. 1998년 8월 17일, 평안북도 영변군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대관군 금창리 일대에서 북한이 대규모 지하 핵시설을 건설중이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보도함으로써 이곳에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를 '핵시설'로 단정하고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흘리며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었다.

북미는 수차례의 회담 끝에 1999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4차 북·미 금창리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핵의혹 시설 현장 접근을 허용하였고 미국은 조사결과에 따라 60만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2차례에 걸친 미국의 현장조사 결과 땅굴은 텅비어 있었고 이에 따라 북한에 식량이 제공되었다.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기 역시, 페리 조정관의 5월 25일 평양방문을 기점으로 진정이 된다. 페리는 이 방북에서 미국은 북한과 ‘근본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고 이를 위해 핵개발의 포기와 더불어 미사일 개발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여러차레 협상과정을 통해 9월 중순 베를린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사일 협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모라토리엄)하기로 하고, 미국은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식량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로써 페리 프로세스의 전조조건이 되었던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 상호위협 감소를 통한 포괄적 관계개선 과정이 시작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마침내 1999년 9월 14일 미의회에 제출된 ‘페리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된다. 북미간의 포괄적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공식화 된 것이다.

2017, 제 2의 '페리보고서'가 필요하다

페리보고서를 작성한 윌리엄 페리는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시험발사 이후 클린턴에 의해 대북조정관으로 임명된다. 페리보고서는 이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남북한 등과 폭넓은 접촉을 거쳐 나온 것이다. 대북 포용을 기조로 한 페리 보고서는 북한과 미국 등 동맹국들이 상호 위협을 줄이면서 호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3단계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3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2단계 :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 △3단계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다.

   
▲ <경향신문> 1999년 9월 16일자 3면(종합)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제 2의 ‘페리보고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최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이름지어진 트럼프 대북정책은 새 정권의 대북정책 방향과 외교에 따라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한반도 안보위기의 격화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첫 대북정책 성명에서 드러난 윤곽은 비록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있고 협상을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압박을 최대한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미 미국 하원은 강력한 대북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새 대북제재 법안은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제재를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유금수 조치이다. 또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도록 해 외화벌이 자금줄도 차단했다. 법안은 심지어 북한산 식품·농산품과 어업권을 구매·획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겨냥해 사실상 세컨더리보이콧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할 지는 불투명하다. 자신들도 경제적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북한이 순순히 무릎 꿇고 나올리 없다. 외려 반발의 강도만 심해질 것이다. 이는 중단되지 않고 있는 미사일 발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언제 6차 핵실험을 강화할지도 모른다. 만일 6차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을지 모른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최대의 압박에서 최대의 관여로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2의 ‘페리보고서’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 포괄적 대북 접근으로

이를 위해 우리에게 다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당장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유예시켜야 한다. 핵실험도 중지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한미간의 합동군사훈련도 중단해야 한다. 이후 북한의 핵동결과 미국의 제재해제가 이루어져야 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간 관계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유예와 동결을 거쳐 비핵화의 단계로 가야 하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 훈련 중단과 대북적대정책폐기, 제재해제를 넘어 관계정상화로 가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확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의 긍정적 측면인 ‘최대의 관여’를 극대화해 제 2의 ‘페리보고서’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2의 ‘페리보고서’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1999년 발표된 페리보고서도 우리의 노력 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임동원의 역할이 지대했다. 임동원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포용정책의 설계자이자 집행자였다. 그가 구상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이한 포괄적 접근전략’의 개념은 이후 ‘페리보고서’에 대부분 반영된다.

임동원은 북핵문제와 북한체제의 호전성,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즉 북핵문제는 북핵문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며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냉전해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로서의 북한을 인정하고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정상화를 이루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간의 군사적 적대관계, 북한체제의 국제사회로의 편입 등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여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개별 현안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피스메이커, 제 2의 '임동원'이 필요한 이유

클린턴은 1998년 11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한다. 그는 5개월내에 정책조정을 위한 검토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다. 임동원은 그가 대북정책조정관이 되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는 1차 북핵위기 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자고 주장했던 강경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1998년 12월초 페리가 서울에 온다. 그는 이때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포괄적 접근전략’의 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1999년 1월말 페리를 직접 설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날아간다. 지난번 서울에서는 포괄적 개념을 설명했지만 이번에는 한반도 냉전해체를 위한 구체적 이정표가 담겨 있는 실천계획까지 제시하였다.

이후 페리는 임동원의 이 방문을 통해 ‘페리보고서’의 기본방향이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냉전해체의 방향으로 전환했음을 증언한다. 페리는 3월 다시 방한하여 김대중 대통령에게 3개월간 연구한 ‘잠정적 대북정책구상’을 보고한다. 그리고 9월 의회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다.

‘페리보고서’는 한미관계 역사상 한국이 먼저 정책을 제시하고 대북정책을 주도한 최초의 성과이다. 이 보고서는 군사력으로 평화를 지키는 피스키퍼(peace keeper) 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 내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의 소임을 하고자 했던 임동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게 될 문재인 새 정부에 제 2의 ‘임동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두현 칼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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