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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배미영씨 "사드 반대 1년, 내 삶을 바꿔놓은 혁명"
평범한 엄마에서 영화 <파란나비효과> 주인공으로, 전국 다니며 1인시위..."스스로 배우며 불의에 눈 떠"
2017년 07월 11일 (화) 20:37:56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 영화 <파란나비효과> 주인공 배미영(40)씨(2017.7.10.성주군 성주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년은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인 배미영(40.성주읍)씨의 삶을 바꾸기엔 충분했다.

2016년 7월 13일, 사드 때문에 내 가족이 위험해질 거라는 공포에서 출발한 성주 사드반대 투쟁이 어느덧 1년을 앞두고 있다. 남 에게 하는 싫은 소리가 어려워 불의에도 입을 다물었던 배미영씨를 나서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10일 오전 성주읍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 1년을 '삶을 바꿔놓은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이전 배미영씨는 평범한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다. 결혼 후 주말부부로 지내다 5년 전 남편 직장을 따라 성주로 이사오면서 온 가족이 처음으로 한 집에 살게됐다. 큰 딸 린이(11)와 아들 재서(9)와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2년 전 성주초등학교 앞에 작업실을 냈다. 그랬던 미영씨에게 사드 배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가족들과의 단란한 생활이 무엇보다 소중했기에 열 일을 제치고 사드 반대에 나서게 됐다.

   
▲ 김항곤 군수의 3부지 요청 기자회견이 끝나고 눈물을 흘리는 배미영씨(2016.8.22.성주군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불합리한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군민들이 폭력시위를 주도하는 외부세력으로 보도된 걸 목격한 뒤, 그동안 보고들었던 세상이 좁았음을 깨달았다. 팟캐스트, 대안매체를 접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사드배치를 비롯한 우리사회 문제점을 깨닫고 나니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미영씨는 "사회의 비밀을 알고 저항하는 사람이 됐다. 아는만큼 피곤하지만 어느때보다 주체적으로 사는 것 같다"며 "예전의 바보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을 살다보니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감독 박문칠)>의 실제 주인공이 됐다. 영화는 사드배치 발표 직후, 성주 여성들의 사드반대 투쟁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는 "반대에는 나서지 않던 남편도 영화를 보더니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마 '이 정도까지 했어?', '더 이상 말리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영화에서처럼 배미영씨는 하루도 쉬지않고 분주히 움직였다. 대학 때 전공한 중국어 실력을 발휘해 '한국은 사드배치 반대한다'는 중국어 피켓을 들고 국방부 앞, 대구 치맥페스티벌 등에서 1인시위를 했다. SNS로 성주 사드반대 활동을 알리기 위해 밤낮으로 휴대폰을 붙잡고 살았다. 군청 앞에서 파란리본, 현수막을 만드느라 일은 어느덧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안심이 안 돼 생전 처음으로  군의회 사무실에 찾아가 투쟁위원으로 넣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 대구 치맥페스티벌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향해 'NO THAAD' 피켓을 보이는 배미영씨(2016.7.27.두류운동장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지난해 9월 30일 성주읍 성산포대에서 초전면 롯데골프장으로 사드배치 최적지가 바뀌었다. 혈서를 쓰고 삭발과 단식 투쟁을 하던 김항곤 성주군수는 사드배치 발표 한 달여만에 주민들을 끌어낸 채 3부지 이전을 요청했다. 김 군수의 요청으로 50가구남짓 사는 초전면 소성리는 하루 아침에 군사기지가 됐고, 마침내 경찰병력 수 천명에 둘러싸인채 미군 무기 사드가 들어왔다.

사드반대에 나선 이들은 모두 2017년 4월 26일 새벽, 성주 초전면 롯데골프장에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 2기가 들어온 날을 잊지 못한다. 미영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드 없는 성주를 물려주기 위해 300일 가까이 싸웠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너무 분해서 울다 기절했다"며 "그날 밤 군청광장 집회에 온 이들 전부가 무대 위에서 손잡고 노래하며 너나 할 것없이 울었다. 힘들었지만 주위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성주지역에서 사드에 찬성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과반을 넘자 성주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미영씨는 "그동안 주위사람 모두 사드 반대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세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3부지 찬성하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사람에게 갖는 선입견,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들이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에는 작업실에서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배미영씨(2017.7.10. 성주군 성주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모두 함께 살아야하는 이웃이기에 놓을 수 없다. 적어도 우리를 이방인처럼 생각하지 않도록 소통하고 싶다"며 "사드반대 촛불이라는 공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학습해왔던 것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해 나가고싶다"고 했다. 이어 "우리 같은 군민이 많아질수록 권력자가 눈치보고 함부로 못하게 될거다. 꼭 선례를 만들어 제대로 된 지도자가 성주군의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며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내가 할 수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매주 2,4번째 토요일 성주전통시장에서 열리는 '플리마켓(벼룩시장)'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드 반대투쟁기금을 위해 처음 시작된 플리마켓은 이제 성주에서는 없어선 안 될 지역행사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활동이 지난 1년간 꾸준히 이어지게 된 원동력에 대해 미영씨는 "순수함"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철회만 바라는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 하나로 많은 이들이 내 일처럼 나서고 있다"며 "사드 때문에 기존 공동체는 무너졌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새로운 공동체가 생겼다. 서로가 없었으면 진작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 2년 전 얻은 작업실(2017.7.10. 성주군 성주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삶의 목표가 뚜렷해지자 미영씨는 어느 때보다 아이들과도 가까워졌다. 그는 "사드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가정에서도, 아이들과도 멀어졌다. 무엇을 위해 사드를 반대했나 생각하게 됐다"며 "지금은 아이들과 좀 더 함께 하고, 같이 보내려한다. 개인적으로 요령도 생겼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사드반대 집회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엄마보다 더 집회에 나오는 것을 즐거워한다. 1년만에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드배치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사드배치 결정과정부터 장비반입, 가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드에 저항해 온 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한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충환 김성혜 이종희)는 오는 13일 저녁 8시 성주군청 옆 평화나비광장에서 365번째 사드반대 촛불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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