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치맥축제, 거리예술가 출연료 2만원 '열정페이'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7.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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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개 시민공연팀 교통·숙박비 0원, 악기 설치도 직접...타 지자체 출연료와 15배 차이, 일부는 참가 '거절'


2017 대구치맥축제 홍보 사진 / 사진 출처.대구치맥축제 공식 페이스북
2017 대구치맥축제 홍보 사진 / 사진 출처.대구치맥축제 공식 페이스북
치맥축제 참가를 거절한 대구 거리예술가 'TERA DRUM(테라 드럼)' / 사진 제공.TERA DRUM
치맥축제 참가를 거절한 대구 거리예술가 'TERA DRUM(테라 드럼)' / 사진 제공.TERA DRUM

"2만원 준다고 해서 처음엔 장난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진지하시더라구요"

21일 대구에서 2년째 거리예술가로 활동하는 스무살 드러머는 최근의 황당한 경험에 대해 웃으며 말했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 1인 드럼 밴드인 'TERA DRUM(테라 드럼)'의 테란 이슨(20.Terran Eason)'씨는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온 뒤 동성로에서 버스킹(Busking.거리공연)을 하거나 소규모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며 경력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수성못페스티벌, 포항국제불빛축제 등 지자체 축제 무대에도 섰다. 가느다란 스틱 두 개만 있으면 청년은 장소가 어디든 행복하게 공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청춘의 꿈이 아무리 절실해도 서고 싶지 않은 무대도 있다.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무대가 그랬다. 그는 최근 치맥축제 주최 측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공연을 평소에 좋게 봤다며 참가 의향이 있으면 2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지자체 축제 거리예술가 출연료와 비교하면 15~25배 차이나는 금액에 처음에는 잘못 온 문자인 줄 알았다. 확인 결과 이 문자는 서울, 강원도 등 다른 지역의 거리예술가들에게도 발송됐다. 결과적으로 이슨씨 등 일부 거리예술가들은 치맥축제 참가를 거절했다.

이슨씨는 "2만원으로 교통비도 안되는 팀도 있다. 대구시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참가를 거절한 서울지역 한 20대 예술가 이모씨는 "열정페이(熱情+Pay.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줬다는 이유로 보수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 연예인 몸값은 수 백~수 천만원인데 안 유명하다고 2만원이라니...문화인식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구시청 입구에 걸린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홍보 간판(2017.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청 입구에 걸린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 홍보 간판(2017.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치맥축제 주최 측이 거리예술가들에게 출연료로 '2만원'을 지급해 '열정페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은 올해 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르렀지만 축제를 빛낸 예술가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었던 셈이다.

통상 지자체 축제에 섭외된 연예인이나 예술가들에게는 숙박비, 교통비가 따로 지급되거나 이 액수가 포함된 고액 출연료가 나간다. 하지만 대구시는 올해로 5회째 연 치맥축제에 출연한 예술가들 중 유독 '시민공연팀' 무대에 선 97개팀 699명 거리예술가들에게는 2가지 중 어느 것도 지급하지 않았다.

명목상 참가비, 사실상 출연료 2만원이 전부였다. 또 악기 설치마저 예술가 본인에게 맡겼다. 체온을 넘나드는 폭염의 날씨 속에서 예술가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마저도 당초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버스킹존'을 설치해 예술가들을 대거 무대에 세우려했지만 2만원 출연료가 알려지면서 고사하는 이들이 늘자 '시민공연'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예술가들과 아마추어팀을 혼재시켜버렸다.

이에 대해 축제를 담당한 대구시 농산유통과 한 관계자는 "아마추어 팀들에게 치맥축제에서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그래서 미리 참여 의사를 물었고 참가비도 말했다. 부족하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고마워하는 팀들도 많았다. 그리고 문제가 된 예술가들 말고는 정말 순수한 시민들과 동아리도 많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치맥축제는 19일부터 23일까지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닷새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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