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유세에 쫓겨난 서문시장 거리 예술가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4.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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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통보나 조율도 없이 대규모 유세 강행, 예정된 시민참여 부스와 버스킹 공연 모두 중단
대구시의원 '시끄럽다'고 공연 중단 지시·군복 지지자들은 무대장비 철거 / "황당, 항의할 것"


대구 서문야시장 상설무대에서 예정된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유세에 밀려 중단됐다. 이후 공연팀 스태프들이 무대에서 장비를 치우고 있다(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서문야시장 상설무대에서 예정된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유세에 밀려 중단됐다. 이후 공연팀 스태프들이 무대에서 장비를 치우고 있다(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대구 서문시장 유세로 거리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저녁 8시 홍 후보는 지지자 1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대구시 중구 대신동 큰장로 서문시장 일대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보수 텃밭 TK에서 세 결집을 위한 가장 큰 지역 유세였다. 문제는 홍 후보가 유세를 한 수요일 저녁 8시부터 서문시장에서는 거리 예술가들이 버스킹을 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서문야시장 오픈 마이크 가요제' 행사가 열리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홍 후보 유세와 공연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겹친 셈이다. 선거 유세는 집회신고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홍 후보 캠프 측에서 주최측에게 이 사실을 미리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하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홍 캠프는 사전에 어떤 고지도 없이 유세를 밀어붙여 주최측과 마찰을 빚었다.

주최측 추산 1만여명이 모인 홍 후보 서문시장 유세(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최측 추산 1만여명이 모인 홍 후보 서문시장 유세(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건은 오후 6시30분부터 벌어졌다. 공연팀 스태프들은 시장 입구에 오픈 마이크 가요제 임시 무대 설치를 위해 무대장비를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군복을 입은 홍 후보 지지자 몇몇이 홍 후보 유세를 한다며 다짜고짜 고성을 지르고 무대장비를 동의도 없이 강제 철거했다. 곧바로 홍 후보의 대형 유세차량이 서문시장 입구를 가로 막았다. 1시간 가까이 무대 임시 공간을 내달라고 항의했지만 홍 후보 유세로 서문시장 일대가 발 디딜틈 없이 꽉차 시민참여 부스는 이날 아예 설치조차 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다. 저녁 8시부터 서문야시장 상설무대에서는 거리 예술가들의 버스킹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전 댄스팀 공연 후 뮤지션 '가을정원'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자 홍 후보 지지자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유세에 방해되니 멈추라는 것이다. 공연팀 관계자들이 엠프를 켜고 계속 공연을 이어가자 홍 캠프 한 관계자와 한국당 A대구시의원까지 등장해 시끄럽다고 소리를 끄라고 지시했다. 대구시 허가 없이 중단할 수 없다고 공연팀 관계자들이 설명했지만 A시의원은 그 자리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사전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맞받아쳤지만 소용없었다.

군복을 입고 유세차량을 둘러싼 홍 후보의 지지자들(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군복을 입고 유세차량을 둘러싼 홍 후보의 지지자들(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지자들 틈에서 환호를 받으며 만세하는 홍준표 대선 후보(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지자들 틈에서 환호를 받으며 만세하는 홍준표 대선 후보(2017.4.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결국 첫 공연팀은 1곡 완곡도 전에 무대에서 내려왔다. 뒤이어 공연팀 관계자들은 아예 모든 공연을 접고 말았다. 대구시와 서문시장상가연합회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난처하다 등 힘 없는 답변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서민대통령'을 표방하며 홍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호소하고 환호를 받는 사이 거리 예술가들은 쓸쓸히 무대장비를 챙겨야 했다.
 
당초 예정된 버스킹 공연과 시민참여 부스는 두 달째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구시 소관 공연이다. 버스킹은 매일 저녁 8시부터 야시장 상설무대 2곳에서 진행되고 시민참여 부스는 매주 수요일·토요일 시장 입구에서 임시 무대로 열리고 있다. 화재 발생으로 야시장이 중단된 후 시장을 되살리고 시민 문화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3일 서문야시장을 재개장하면서 대구시가 진행하고 있다. 예산은 시가 지급하고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과 (사)대구스트릿컬쳐팩토리가 현장을 지휘·감독한다. 

공연팀의 한 스태프는 "두 달간 공연을 주최하면서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자기 유세 때문에 소통도 없이 이미 고정되어 있던 시민들의 행사와 거리 공연가들의 무대마저 뺏다니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상훈 대구스트릿컬쳐팩토리 이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번 사건 과정에서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대구시에 정식적으로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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