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대구 서문시장 유세로 거리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저녁 8시 홍 후보는 지지자 1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대구시 중구 대신동 큰장로 서문시장 일대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보수 텃밭 TK에서 세 결집을 위한 가장 큰 지역 유세였다. 문제는 홍 후보가 유세를 한 수요일 저녁 8시부터 서문시장에서는 거리 예술가들이 버스킹을 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서문야시장 오픈 마이크 가요제' 행사가 열리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홍 후보 유세와 공연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겹친 셈이다. 선거 유세는 집회신고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홍 후보 캠프 측에서 주최측에게 이 사실을 미리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하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홍 캠프는 사전에 어떤 고지도 없이 유세를 밀어붙여 주최측과 마찰을 빚었다.
사건은 오후 6시30분부터 벌어졌다. 공연팀 스태프들은 시장 입구에 오픈 마이크 가요제 임시 무대 설치를 위해 무대장비를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군복을 입은 홍 후보 지지자 몇몇이 홍 후보 유세를 한다며 다짜고짜 고성을 지르고 무대장비를 동의도 없이 강제 철거했다. 곧바로 홍 후보의 대형 유세차량이 서문시장 입구를 가로 막았다. 1시간 가까이 무대 임시 공간을 내달라고 항의했지만 홍 후보 유세로 서문시장 일대가 발 디딜틈 없이 꽉차 시민참여 부스는 이날 아예 설치조차 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다. 저녁 8시부터 서문야시장 상설무대에서는 거리 예술가들의 버스킹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전 댄스팀 공연 후 뮤지션 '가을정원'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자 홍 후보 지지자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유세에 방해되니 멈추라는 것이다. 공연팀 관계자들이 엠프를 켜고 계속 공연을 이어가자 홍 캠프 한 관계자와 한국당 A대구시의원까지 등장해 시끄럽다고 소리를 끄라고 지시했다. 대구시 허가 없이 중단할 수 없다고 공연팀 관계자들이 설명했지만 A시의원은 그 자리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사전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맞받아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첫 공연팀은 1곡 완곡도 전에 무대에서 내려왔다. 뒤이어 공연팀 관계자들은 아예 모든 공연을 접고 말았다. 대구시와 서문시장상가연합회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난처하다 등 힘 없는 답변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서민대통령'을 표방하며 홍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호소하고 환호를 받는 사이 거리 예술가들은 쓸쓸히 무대장비를 챙겨야 했다.
당초 예정된 버스킹 공연과 시민참여 부스는 두 달째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구시 소관 공연이다. 버스킹은 매일 저녁 8시부터 야시장 상설무대 2곳에서 진행되고 시민참여 부스는 매주 수요일·토요일 시장 입구에서 임시 무대로 열리고 있다. 화재 발생으로 야시장이 중단된 후 시장을 되살리고 시민 문화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3일 서문야시장을 재개장하면서 대구시가 진행하고 있다. 예산은 시가 지급하고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과 (사)대구스트릿컬쳐팩토리가 현장을 지휘·감독한다.
공연팀의 한 스태프는 "두 달간 공연을 주최하면서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자기 유세 때문에 소통도 없이 이미 고정되어 있던 시민들의 행사와 거리 공연가들의 무대마저 뺏다니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상훈 대구스트릿컬쳐팩토리 이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번 사건 과정에서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대구시에 정식적으로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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