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장 똥집골목, '금복주'만 3년째 판매...공정위 "위법 소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8.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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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번영회, 점포 27곳 참소주·경주법주만 판매 결정 "지역경제 활성화" / "상인 선택권, 사업활동 제한"


대구 평화시장의 닭똥집골목 상인들이 특정 주류업체 제품만 3년째 팔고 있어 뒷말이 나고 있다. 상가 전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지역업체 ㈜금복주의 참소주와 경주법주만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간의 공정한 경쟁을 막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막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는 "비논리적인 이유로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할 의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맛있는참(참소주)만 판매합니다' 현수막(2017.8.28.평화시장 똥집골목)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맛있는참(참소주)만 판매합니다' 현수막(2017.8.28.평화시장 똥집골목)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9일 똥집골목 상가번영회 성격의 '상우회(회장 이원우)'에 따르면 똥집골목 내 점포 30여곳 중 27곳은 2015년부터 참소주, 경주법주쌀막걸리 등 금복주 제품만 팔기로 했다. 실제로 똥집골목 상우회 소속 점포 곳곳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맛있는 참(참소주)만 판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후 상우회 상인들은 주류 유통업체 3~4곳을 통해 개별 상점에 납품되는 도매가보다 1병당 70~100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납품받고 있다. 금복주 제품만 판매한 지난 3년간의 닭똥집골목 풍경이다. 이처럼 '먹거리명소'에서 상인들이 총회를 통해 주류제품 판매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특정 업체만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경우는 위법의 소지가 있어 최근에는 매우 드물다. 똥집골목 이외 대구지역의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 북구 복현오거리 막창골목 등 다른 유명한 먹자골목에서는 금복주와 함께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등의 주류제품도 팔고 있어 대비된다.

대구 대표적 먹거리 명소로 알려진 평화시장 똥집골목(2017.8.28.동구 신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 대표적 먹거리 명소로 알려진 평화시장 똥집골목(2017.8.28.동구 신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역 대표 주류업체인 ㈜금복주에서 생산하는 제품들 / 출처.㈜금복주 홈페이지
지역 대표 주류업체인 ㈜금복주에서 생산하는 제품들 / 출처.㈜금복주 홈페이지

이원우 상우회 회장은 "우리 지역의 소주를 판매하면 똥집골목 특성도 살릴 수 있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에서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업체 경쟁과 개인 선택권을 제한해 불공정 행위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 있어서 현재 또는 장래의 사업자수를 제한하거나 구성사업자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운학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사무소 총괄과장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이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도 상업적 경쟁 측면에서는 비논리적"이라며 "상가번영회 결정이 상인들의 선택권과 사업활동을 제한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누구나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할 경우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금복주 불매운동 중인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 본사를 둔 금복주는 대구경북 판매점유율 80% 이상을 유지해 온 지역 대표 주류업체로, 지난해 기혼 여성직원 퇴직 강요 등 성차별 관행, 납품업체 갑질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평화시장 똥집골목에는 상우회 소속의 가게 30여곳이 운영 중이다(2017.8.28.동구 신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평화시장 똥집골목에는 상우회 소속의 가게 30여곳이 운영 중이다(2017.8.28.동구 신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년째 금복주 제품 불매운동 중인 시민 김모(48.복현동)씨는 "싫은 제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게 가장 곤란하다. 독점 판매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송열(27)씨는 "평화시장은 참소주만 있어 의문이었다"며 "손님이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 60대 남성은 "참소주만 먹어서 몰랐다. 가게마다 있는 참이슬이 없다는 것은 이상하긴 하다"고 말했다. 일부 똥집골목 상인들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불매운동으로 다른 업체 주류를 찾는 문의가 늘고 있는 탓이다. 한 상인은 "하루 2~3명꼴로 참이슬을 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직접 사와서 판다"고 했다.

한편 금복주 홍보팀 관계자는 "똥집골목 납품은 상인과 유통업체 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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