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리고 깨진 교실·급식실...위험한 포항 학교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1.20 18: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진 6일째 / 흥해초 철거ㆍ장성초 출입 통제...127개교 중 84% 107곳 피해, 28곳 휴업
가스배관 연결된 학교 '급식·조리실' 위험...학부모들 "여진 계속, 학교 보내도 되는지 불안"


붕괴 위험으로 철거 공사 중인 흥해초등학교(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붕괴 위험으로 철거 공사 중인 흥해초등학교(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뒤틀리고 깨진 교실과 급식실. 포항 학교들이 지진으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인근에서 규모 5.4 지진이 앞서 15일 발생한 후 20일(오후 6시 기준) 현재까지 엿새째 여진만 58차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진에 노출된 포항 학교들의 안전 상태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경상북도포항교육지원청(교육장 김영석)에 따르면, 포항시내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 127곳 중 천정 텍스 파손, 내벽 균열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곳은 84%인 107개교로 나타나다. 유치원 12곳, 초·중 28곳은 임시휴업, 고등학교 27개교는 정상 수업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피해가 가장 큰 흥해읍의 흥해초는 건물 외벽·창문틀 파손 등으로 폐쇄돼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장성초는 천정 낙하와 포름알데히드 노출로 출입이 통제됐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흥해초 1~4학년은 남산초, 5~6학년은 달전초로 등교한다. 장성초는 휴업기간을 일주일 연장했다.

깨진 콘크리트 사이로 드러난 흥해초등학교 외벽 철근(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깨진 콘크리트 사이로 드러난 흥해초등학교 외벽 철근(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벽면 균열로 출입이 금지된 남산초 지하 계단(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벽면 균열로 출입이 금지된 남산초 지하 계단(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흥해초 학부모 정혜성(43)씨는 "오래된 학교인 줄은 알았지만 지진 한 번에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며 "이번 지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리고 피해가 언제쯤 복구될지 막막기만 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능 고사장들도 지진 피해로 장소가 변경됐다. 포항교육지원청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8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4곳을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남구 지역으로 옮겼다. 교육부는 당초 16일 예정됐던 수능 일자를 일주일 뒤로 연기한 바 있다.

정상 등교한 학생·학부모들의 불안도 여전했다. 이날 오후 남산초 정문 앞에는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부모 조모(37)씨는 "어제 밤부터 여진이 계속됐다. 얘들을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집 안에 있어도 밖에 있어도 무섭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흥해중 2학년 박정아 학생은 "오늘 학교에 가보니 교실이 엉망이었다. 밖에서 큰 소리만 나도 또 지진인가 싶어 무섭다"고 했다.

남산초 교통통제 자원봉사자 편태원(61)씨는 "포크레인 땅 파는 소리만 나도 깜짝 놀란다"며 "지진이 또 날까 무섭기만 하다"고 했다. 또 "이재민 대피소 입주를 신청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생존가방과 점퍼를 두고 잔다. 지진이 한 번 더 나면 모든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진 후 첫 등교한 아이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진 후 첫 등교한 아이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외벽 균열로 출입 통제된 도서관에서 발길을 돌리는 시민(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외벽 균열로 출입 통제된 도서관에서 발길을 돌리는 시민(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학교 급식실 피해도 막대했다. 포항 북구 한 초등학교 조리원 A씨는 "건물이 흔들리더니 벽이 무너지고 콘크리트 철근이 튀어나왔다. 가스 배관이 연결된 조리실 특성상 재난으로 이어질까 두렵다"며 "기름 솥, 날카로운 조리기구가 곳곳에 있는데 너무 위험천만하다. 좁은 통로 때문에 9명이 한꺼번에 뛰쳐나오기도 힘들었다"고 지진 당시를 전했다. 이에 대해 경북학교비정규직노조는 20일 포항시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실 안전관리 매뉴얼 마련과 급식실 안전점검 실시"를 촉구했다.

박명숙 포항교육지원청 재난상황실장은 "지진 대비 매뉴얼은 마련돼 있지만 학교별로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급식실에서도 재난에 의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으로 무너지고 부서진 대성아파트 베란다(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포항 지진으로 무너지고 부서진 대성아파트 베란다(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건물 붕괴 위험으로 대성아파트 앞을 통제하는 경찰들(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건물 붕괴 위험으로 대성아파트 앞을 통제하는 경찰들(2017.11.20.포항시 흥해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지진 6일째 포항 거리 곳곳에는 창틀이 휘어지고 기둥이 뒤틀린 건축물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래된 가정집은 붕괴 위험으로 출입통제선이 쳐진 채 방치돼 있었고 필로티구조(기둥 외 외벽·설비를 하지 않고 하중을 지지하는 건축 방식)의 건물 주차장 천정이 내려앉아 뼈대를 드러냈다. 도서관도 벽면 균열로 출입이 통제되면서 이용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건물 전체가 5도가량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주민들은 이주를 준비하거나 이삿짐을 싸고 살던 집을 떠났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