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양수 문제, 근본원인은 4대강사업 '6미터 준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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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상돈 의원과 함께 한 낙동강 현장조
..."양수장 해결 비용, MB와 그 부역자들에게 물어야"


24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현풍 양수장 현장. 양수장의 양수구 말단부가 물밖으로 훤히 드러나 있었다. 수면과 2미터 남짓 떨어진 채 녹슨 양수구 말단부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바로 아래 낙동강물을 맘껏 들이키고 싶지만 더 이상 목이 뻗어나가지 않는 한 마리 말철럼 말이다.

현풍양수장의 양수구 말단부가 훤히 드러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현풍양수장의 양수구 말단부가 훤히 드러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달성군의 일부 농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창녕합천보(합천보)의 수문을 열어서 일어난 일일까? 단편적으로만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4대강사업 후 합천보에 물을 가두니 이곳의 수면이 5~6미터 올라갔고, 그 물이 빠지자 말단부가 드러난 것이니 말이다.

양수 문제의 근본원인은 낙동강의 심각한 준설공사 탓

그러나 근본 원인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의원과 함께 돌아본 현풍 양수장 말단부 주변은 온통 돌밭이었다. 크고 작은 사석들로 채워진 거대한 돌밭. 이상한 풍경이었다. 낙동강은 모래의 강으로 이곳은 거대한 모래톱이 있던 곳이었다. 그런데 거대한 돌밭이라니.

그랬다. 그 일대는 모래톱이 있던 곳이었는데,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을 평균 6미터 깊이로 심각히 준설을 했고, 이후 물살이 들이치는 지형적인 구조상 이곳의 모래들은 남김없이 사라지고 돌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양수장 양수구 주변엔 모래가 하나도 없고 사석들로 이루어진 온통 돌밭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양수장 양수구 주변엔 모래가 하나도 없고 사석들로 이루어진 온통 돌밭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는 현장에 함께 동행했던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한바다. "이곳의 강바닥이 낮아져 양수구의 말단부가 드러났다"는 주변 농민들의 증언도 있었다고 그 관계자는 이상돈 의원과 함께 현장을 찾았던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렇다. 이번 양수구의 말단부가 드러난 사건을 파헤쳐보니 그 진실은 4대강사업에 있었다. 4대강사업의 심각한 준설이 그 근본원인이었던 것이다. 4대강사업의 6미터 준설로 낙동강 하상이 심각히 낮아진 것이 그 원인인 것이다.

만약 6미터 깊이의 '미친' 준설을 하지 않았다면 합천보의 수문을 아무리 열더라도 양수구의 말단부가 물 밖으로 드러나는 이런 기막힌 일은 없다는 것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다.

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가 관리하는 이러한 양수장이 모두 18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현풍양수장처럼 말단부가 물 밖으로 드러나서 양수를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빠진 것이 현풍양수장 포함 3곳이라 했다. 이대로 두면 3곳의 양수장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서는 농사지을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이상돈 의원과 일행이 현풍 양수장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상돈 의원과 일행이 현풍 양수장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 농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합천보의 수문을 닫으면 그만일 것인가? 물론 그렇다. 물만 가두면 다시 물이 차올라올 테니까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맞다.

4대강 재자연화는 대세, 자본쓰레기 '4대강 보'는 치워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4대강 재자연화'는 대세다. 곧 수문을 완전개방하거나 저 부실덩어리 콘크리트 구조물인 '4대강 보'를 철거해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대로 보를 존치시키고 물을 가두어서는 식수원 낙동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망가진 낙동강 수생태계를 회복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수문개방을 통해 낙동강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현장에서 기자가 두 눈으로 확인한바다.(관련 기사 - MB와 문대통령에게 보여주픈 영상)

그리고 4대강 재자연화는 국민적 열망이기도 하다.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이 땅의 젖줄인 4대강을 되살리자는 시대적 요구가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최근 영국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은 4대강사업을 '눈길을 끄는 자본쓰레기' 10선 중에 3위에 랭크시킬 정도 4대강사업은 '쓰레기 사업'인 것이다.

쓰레기는 치워야 한다. 치우지 않으면 악취가 진동할 뿐이다. 그러므로 4대강이 녹조로 범벅이 되어 악취를 풍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쓰레기를 지난 6년 동안 방치를 해두었으니 말이다.

이제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이것이 국민적 열망이자 전세계적인 시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는 길이 바로 '4대강 재자연화'다. 그 시작이 이번 수문개방인 것이고 말이다. 그것은 순리이기도 하다. "썩은 고인 물"은 유통을 시켜줘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 양수구가 허공에 드러난 이 사태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양수구의 말단부를 연장해서 물속으로 집어넣어주면 되는 일이다. 3~4미터 정도만 더 연결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그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수펌프장의 펌프가 관로에 맞춰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말단부을 더 깊이 늘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수장 위치를 더 낮추거나 새로 짓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합천보의 수문을 열자 강 수위가 동반 하강하면서 강바닥이 드러났다. 온통 돌밭들 사이로 드문드문 모래가 보인다. 저 멀리 문제의 현풍양수장이 보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합천보의 수문을 열자 강 수위가 동반 하강하면서 강바닥이 드러났다. 온통 돌밭들 사이로 드문드문 모래가 보인다. 저 멀리 문제의 현풍양수장이 보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양수장의 위치를 낮추는 것은 건물을 뜯고 새로 들여야 하기 때문에 새로 짓는 것과 다를바 없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수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양수장 하나를 짓는데 수백억이(최근 상주시 사벌면에 건설한 묵하양수장 건설비가 310억원이다) 드니, 문제가 되는 3곳의 양수장을 새로 지으려면 천억대의 돈이 든다는 계산이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4대강에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모든 곳을 합치면 수천억의 예산이 들게 된다.

MB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해야

이미 '4대강 재자연화'는 시대적 요구이자 국제적 시선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천억의 예산이 들더라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단 그 예산은 4대강사업을 강행한 이에게 그 물어야 한다. 특히 수심 6미터를 끝까지 고집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말이다. 상식적으로 강을 6미터 깊이로 준설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배를 띄우기 위한 대운하가 아니고서는 수심 6미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이 결국 대운하사업이었다는 것은 이런 사실로도 입증이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탐욕이다. 그의 탐욕으로 또 국민세금 수천억이 탕진되게 되었다. 22조 2천억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수천억의 국민혈세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게 이번 양수장 문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에게 반드시 청구해야 한다. 국민적 청원운동을 벌여서라도 말이다.

그러니 대구 달성군의 일부 농민들이 분노해야 할 대상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분노의 화살이 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어리석은 탐욕이 아니었다면 지금 농민들은 아무 걱정 없이 농사짓고 살고 있을 것이다. 4대강사업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녹색강으로 변한 낙동강.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낙동강 녹조라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녹색강으로 변한 낙동강.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낙동강 녹조라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리고 4대강사업으로 강물이 많아졌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4대강사업 결과 발생한 심각한 녹조는 청산가리의 백배나 되는 맹독성 물질을 강에다 풀어놓고 그 강물로 놓사지은 농작물에게까지 조류독소가 검출된다고 한다. 그 농작물을 먹으면 그 조류 독소는 몸 속에 차곡차곡 축적이 된다. 이른바 '생물 농축'으로 이는 심각한 사태인 것이다. 그러니 농민들은 녹조 강물이 많아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번 수문개방은 4대강 재자연화의 시작이고, 그것은 강을 강답게 만들자는 것이다. 강은 인공의 수로가 아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사는 삶터이다. 모래톱과 여울 다양한 습지들은 강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고, 강과 그 안의 생명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강물이 되고, 그 강물은 우리 인간들에게 건강한 수돗물을 공급해준다. 건강한 강물로 농사지어야 건강한 작물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수문개방은 대세이자 순리이고, 양수장 문제와 같은 그에 따르는 제반 문제들은 해결해가면 된다. 그 문제해결에 비용이 든다면 그 비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사업에 부역한 이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료들. 이들에게 4대강사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꼭 기억하자. 강정고령보 앞 디아크에 가면 이런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좌로부터 이동우, 김건우 수공 사장,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명박,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료들. 이들에게 4대강사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꼭 기억하자. 강정고령보 앞 디아크에 가면 이런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좌로부터 이동우, 김건우 수공 사장,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명박,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다행히 친절하게도 환경운동연합에서 4대강 부역자 리스트도 만들어놓았다. 특히 스폐셜급 부역자들에게는 반드시 그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 그들에게 역사적 심판이 가야 하고, 구상권도 반드시 청구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적폐청산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모든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 4대강이, 낙동강이 펄펄 살아 흐르는 그날을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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