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깎고 휴식 늘리고...대구에도 판치는 최저임금 '꼼수'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2.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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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간 운수·제조업 피해 상담만 65건, 전국 2천여건...노동계 "감독·처벌 강화" / 노동청 "단속 필요"


대구 성서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A씨는 올해 첫 월급명세서를 받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회사가 300%의 상여금을 전액 삭감하고 이를 기본급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 각종 수당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상여금이나 식대, 교통비 등을 월급으로 분할·지급한 것이다. 월급은 다소 올랐지만 연간 총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택시운전을 하는 B씨도 마찬가지다. B씨가 소속된 대구 한 택시운수조합은 지난해 노사간 협의를 통해 새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근무시간은 하루 30분씩 월 15시간 줄이는 대신 기본급을 지난해와 같은 월 120만원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회사에 내는 사납금도 월 15만원이나 오르면서 B씨는 생계는커녕 사납금도 내지 못해 하루 12~13시간씩 운전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비판 피켓(2018.2.9.대구지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비판 피켓(2018.2.9.대구지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구에도 최저임금 '꼼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9일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전국 15개 지역의 상담센터 41곳에서 '최저임금위반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운수·제조·서비스업 등에서 2,163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평균 15%정도가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에 대한 상담이었다. 유형별로는 ▷상여금 기본급 산입 ▷근로시간 줄이기 ▷상여금 삭감 ▷최저임금 미달 ▷해고·구조조정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의 최저임금 인상 '꼼수' 피해 상담은 65건이다. 임금을 줄이거나 불리한 조항을 적용할 때에는 노사간 협의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이 과정이 생략됐다. 특히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17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경북 구미의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한국(아사히글라스)도 연간 430~600%를 지급하던 상여금을 전액 삭감했다. 때문에 차헌호(44)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이날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대구노동청구미지청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9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편법을 막아 최저임금 취지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수백만명의 저임금 노동자의 삶과 연결돼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행해지는 각종 탈법적 사례를 막아야 한다"며 ▷노동청의 적극적 근로감독 ▷불법 조장하는 노무사 행정지도 ▷일자리안정자금 악용에 대한 대책 마련 ▷사업주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꼼수'를 규탄 대구경북 노동계 기자회견(2018.2.9.대구지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최저임금 '꼼수'를 규탄 대구경북 노동계 기자회견(2018.2.9.대구지방노동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명절을 앞두고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해마다 늘어나는 체불임금으로 대구지역 노동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노동청은 상습 임금체불 근절 의지를 갖고 체불 사업주를 엄중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없거나 직원 수가 적은 영세업체, 외국인 노동자들은 피해를 입어도 해고 위험이나 고용 불안에 시달려 제대로 저항할수조차 없다"며 노동청의 보다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전락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비대위원장도 "노동청은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구경북 노동자들의 현실을 수수방관하지 말라"며 "불법과 꼼수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대구노동청 근로개선2과 감독관은 "상여금 삭감, 수당 기본급 포함 등 임금 축소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노사간 협의가 올바르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오는 3월까지 일부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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