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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물관리' 환경부, 현장 확인도 주민 설득도 미숙했다
열린 합천보 수문 닫아걸고 양수장은 가동도 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 '4대강 재자연화', 실현할 의지 있나?
2018년 02월 13일 (화) 10:16:10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pnnews@pn.or.kr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돼 온 나라가 남과북 단일팀의 경기에 주목돼 있던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기자는 낙동강을 찾았다. 최근 수문개방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일부 농민들 간의 신경전의 진실을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환경부가 두 손을 들고 자유한국당 모 의원과 달성군 일부 농민들 주장에게 굴복해 다시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수문을 닫아걸게 되는 참패를 당했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가 과연 제대로 대응을 했는지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결과적으로 말하지만 환경부는 아직 아마추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장을 파악하는 능력도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능력에도 미숙함을 그대로 보여준 일련의 과정인 거 같아 씁쓸함을 지울 길이 없다.

   
▲ 환경부는 물관리일원화 비전 포럼의 개회사를 하고 있는 환경부 김은경 장관. 환경부는 이러한 포럼 등을 통해 물관리일원화의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 환경부 정책현장24시 캡처

물관리일원화가 추진되고 결국 통합된 물관리를 환경부가 해내게 될 터인데, 지금 환경부가 그런 역할을 맡을 수가 있는지 자못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환경부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깨닫고 업무 장악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겸비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이 기록을 남겨본다.

현풍양수장, 모내기철 돼야 가동한다

12일 오전 다다른 현풍양수장의 양수파이프는 강물 속으로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합천보가 수문을 다시 닫아 물을 채우기 시작한 지 10일 만에 강물 밖으로 드러났던 양수파이프는 강물 속으로 깊게 드리워 있었던 것이다.

   
▲ 현풍양수장의 양수파이프가 강물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양수를 하려면 할 수 있게 돼 있는 상황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현장에서 만난 곽상수 이장(고령 우곡 포2리)은 현풍양수장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에 대해서 강하게 성토했다.

"낙동강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양수장은 모두 수도작(벼농사)용으로 만들어졌다. 양수장이란 것은 모내기철에 논에 강물을 대 모를 키우기 위해 건설된 농업용수 공급체계다. 본격적인 모내기철이 돼야 가동을 시작한다. 그 시점이 4월말에서 5월 초순경이다. 그때까지는 양수장이 가동 안된다. 그 전에 가동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달성군의 일부 농민들이 2월 중순경부터 '현풍들'의 양파와 마늘밭에 물을 대야 한다면서 합천보 수문을 닫을 것을 요구했고 그 주장에 굴복한 환경부가 최근 합천보 수문을 닫아건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면서 나온 주장이다.

곽 이장의 주장대로라면 달성군 농민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고, 시중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양산한 것으로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 양수장을 가동하지도 않는데도 마치 당장 양수장을 돌릴 수 있는 것처럼 합천보 수문을 닫을 것을 요구한 배경이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론 호도

이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1월 15일 자유한국당 소속 달성군 추경호 국회의원과 농민들 간의 간담회 자리에서 처음 제기됐다. 보도 등에 따르면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합천보 수문개방을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를 지역의 대표적 보수언론이 대서특필하면서 일부 농민들의 주장이 달성군 전체 농민들의 주장인양 호도된 것이다.

   
▲ 보 개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결국 양수장은 모내기철에 가동된다는 뻔한 사실을 농민들도 다알면서 마치 지금 당장 물을 퍼 마늘과 양파밭에 물을 댈 수 있는 것처럼 주장을 한 것이다. 이러한 농민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은 실지로 마늘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현풍들'에서 만난 한 농민은 분명히 말했다.

"지금 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땅이 꽝꽝 얼어 있는데 어떻게 물을 댄단 말이고. 땅이 녹으면 그때 물을 댄다. 양수장이 4월은 돼야 가동을 하니 그때 강물이 수로로 들어오면 그 강물을 당겨 물을 주면 된다"

   
▲ 현풍들에서 밭일을 하고 있는 농민을 만나 인터뷰했다. 농민에 의하면 현풍양수장은 4월말은 돼야 가동한다고 한다. 따라서 2월 지금 현재 물을 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농민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농민 또한 수문개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호소했다.

"수문을 왜 여노? 농민들한데는 그 물이 얼마나 필요한데 강물이 없으면 우리 농사 못짓는다. 농민들 죽으라카나 와카노"

이는 농어촌공사에 사실관계를 파악해봐도 간단히 확인될 일이다. 농어촌공사 달성지사 현풍양수장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현풍양수장은 통상 4월말경에 가동을 한다. 모내기 준비를 해야 할 철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조금 이르게 가동할 수는 있다. 농민들 집단적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지난해 원교리 일대에 3월중에 한번 가동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아직까지 요청은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4월말경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을 환경부는 확인조차 안해봤다는 말인가? 농어촌공사의 담당자의 증언에 따르면 보 수문을 다시 닫을 것을 요구한 일부 농민들의 주장이 과장됐음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결국 이번 수문개방이 보 개방에 따른 낙동강 변화상에 대한 모니터링용이고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면 다시 강물을 채울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농민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수문을 연다는 것만 들었지 모내기철이 오기 전에 수문을 다시 닫아 농사지을 물을 부족하지 않게 해준다는 사실은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결국 환경부나 지방정부가 제대로 정부정책에 대해 대변을 하지 못한 것이다. 농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노력들이 부족했던 것이다.

앞서 추경호 의원과의 간담회 자리에는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과 대구지방환경청장까지 참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농민들에 대한 설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너무 씁쓸한 일이다.

아니면 일부러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인지도 모른다. 환경부 내부나 지자체 내부에서도 수문개방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4대강 재자연화'에 반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짓뉴스를 통해서라도 수문이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농민들의 이러한 주장은 현장에 나와서 조금만 목소리를 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인데 그것도 하지 않고 일부 농민들의 일방적 주장이나 보수적인 지자체의 공무원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은 결과 합천보의 수문이 다시 닫히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현풍들'의 대부분은 논으로 지금 보리와 밀 같은 곡류가 심겨져 있고, 그 중의 아주 극소수가 마늘과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비닐을 씌운 곳이 그런 곳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현풍들의 대부분은 보리밭이었다. 마늘과 양파밭은 극소수뿐이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보개방 상황실이 꾸려졌다 들었다. 이 상황실은 환경부, 국토부,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 등등의 인력이 다 모인 곳이고, 보개방 문제를 논의하고 결행하는 이른바 보개방 컨트럴타워인 셈이다. 이렇듯 유관 기관이 다 모인 상황실 또한 도대체 뭘 한 것인가?

농민들의 과도한 주장의 사실관계는 즉시 파악돼야 하고 농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최소한의 노력을 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경상도 지역에서는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수문개방을 하면 강물을 전혀 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농민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세력들도 찾아내 일벌백계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기 이전에 전 국민의 열망이었다. 4대강사업은 국민의 70%가 넘는 이들이 반대한 사업이고, 바로 그들이 4대강 재자연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 물관리를 도맡아야 할 환경부의 '무서운 책임감'이 필요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다. 촛불 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정부다. 촛불 시민들이 4대강사업의 심판을 요구했고, 4대강 재자연화를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고 망설여서도 안된다.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밝혀줘야 한다. 그리고 반대 시민과 농민들을 적극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지금 즉시 가야 할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상주보 개방을 검토하던 환경부가 상주보 개방을 포기했다는 씁쓸한 소식이 들린다. 상주보 개방은 낙동강 재자연화의 상징적 의미가 아주 큰 곳이다. 낙동강 맨 상류의 상주보가 개방 되면 낙동강 재자연화의 효과를 가장 극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 그 개방 여부는 4대강 재자연화 국면에서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 지난 1월 합천보의 수문이 열리자 드러났던 낙동강의 여울목.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잔잔히 흘러가는 전형적인 낙동강의 옛 모습이다. 상주보 수문개방을 통해 더 아름다운 재자연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환경부가 이를 포기한 것은 너무 뼈아픈 대목이다. 환경부가 '4대강 재자연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우리 강을 책임져야 할 환경부가 너무 소극적인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앞으로 이 나라의 물관리를 도맡아야 할 환경부의 '무서운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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