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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경북 구미시 '개표'하던 밤
김영민 / "투표함 열릴 때마다 나타난 변화...아름다운 선거, 그 울림을"
2018년 06월 15일 (금) 13:13:18 평화뉴스 pnnews@pn.or.kr

  2018년 6월 14일 오전 9시 경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우리 동네에서 있었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 선거를 한마디로 보여주었습니다. 밖은 이미 환하게 밝아졌지만 넓은 실내체육관을 훤히 밝히는 불빛아래 이미 한쪽은 접혀지고, 나머지는 널부러진 책상들, 의자들이 이리저리 흩어져있고, 대여섯명의 사람들(밤샘을 한 선관위원들)이 피로를 이기지 못해 의자에서 졸고 있거나 잡답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선거를 치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 어느 선거관리위원이 찍은 경북 구미시 '개표' 후 모습(2018.6.14 새벽) / 사진 제공. 김영민

 6월 13일 저녁 9시가 조금 넘어, 그러니까 20%대에 이르는 사전 투표의 개함과 집계를 마치면서 대부분의 선관위원들의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엄정 중립을 표방한 선관위원이지만 위원장(타 지역에서 온 지방법원의 부장 판사)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에서 중소기업의 사장이나 협의회 대표 혹은 만만찮은 사업을 경영하는 재력가들로 구성된, 그러니까 지역 '보수 유지' 인사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이런 결과’는 쉽게 받아드릴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지요.

특히 구미에 소녀상 건립추진위 사무국장이었던 30대의 여성이, 듣도 본 적도 없는 아니 전혀 모르던 시골지역에 아주머니를 지지하는 표의 숫자가 선두를 달리기 시작하고.......그래도 그들 사이에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던, 현직 의원들이고, 그래서 낙선은 조금도 의심되지 않았고, 심지어 ‘여러분 덕분에, 고마웠다‘라는 공치사를 하던 후보의 표수가 점점 하순위로 밀려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할 때였지요. 그러니까 투표함 하나가 열릴 때 마다 나타난 결과를 최종 점검하는 심사위원들이면 제일 먼저 알 수 있는 변화가 심상치않음을 모두가 느낀 것 같았습니다. 

경북 구미시장 개표 결과
   
▲ 구미시장 개표 결과...역대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구미시장(김관용 1~3회, 남유진 4~6회)은 모두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10,000명 수용의 실내체육관의 바닥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구미의 몇 백개가 넘는 투표함들, 그 수만큼의 꽉 찬 테이블과 앉은 사람들, 15개의 분류기의 기계음, 그리고 그 내용을 카운트하는 순서를 거쳐 계산전문가의 꼼꼼한 검증을 거쳐 선관위원 테이블 위에 하나씩 놓여 오류나 유무효 평가에 대해 한사람씩 확인하고 난 다음 도장을 찍고 위원장을 거쳐 넘긴 후 숙련된 선관위 직원들에 의해 중앙 컴퓨터로 내용을 입력하고는 그것을 한 장 한 장 벽에 붙였었습니다. 투표함 하나 하나를 열 때 마다 같은 순서를 거쳐 나타난 결과지 500장(A4 용지)이 깃발처럼 한 쪽 벽 전체를 장식했습니다. 한 밤을 꼴깍 세워 한자리에 앉아서 500번 도장을 찍는 것이란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일이었지요(그래서인지 경험이 있었던 선관위원들은 이번 사무국장이 제일 잘한 일은 자동으로 인주가 묻혀지는 도장을 만든 것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새벽녘에 수월찮은 숫자의 이 지역에서만은 여당이라는 후보자의 참관인들이 몰려들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집니다. '어느 지역에서의 내용은 카운트되지 않았다', '무효표 수가 1위 후보와의 표 차이보다 크다 다시 검표하라'는 등 이 지역에서는 힘 깨나 쓴다는 사람들이나 조폭처럼 보이는 신문기자들을 앞세우고는 '들이대기'를 시도하고 '개표장 밖에 후보자가 들어오려고 대기하고 있다', '경찰에 패찰없이 입장을 금한다' 등의 이야기가 넓은 공간을 가로질러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급기야 짜증과 하품을 듣고 보면서 밤을 지센 개표 종사원들이 한쪽 구석에서 선관위원들의 긴급회의가 열리고....대다수의 의견에 따라 후보자가 제기한 내용의 근거없음과 격차로 인해 '재검표 불가'라는 위원장의 선포에 개표장에서는 환호성이 울렸습니다.

   
▲ 구미시 '경북도의원' 선거 결과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안에만 갇혀있어 분위기를 알 수가 없었지만, 또 환호하는 모습이나 방식, 이유는 달랐을지 모르지만 그시간의 울림은 나를 떠나지 않았지요. 15시간 동안 꺼 두었던 휴대폰을 켜자 지인들의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문자니 카카오 톡을 통하여 '축하한다'느니 '수고했다'느니 '30년 구미에서의 수고가 헛되지않았'느니 하면서요. 선거에 나간 후보자도, 당선자도 아닌데 말입니다. 모모 국회의원들이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보람을 얻은 기쁨이 어떠냐'고 묻습니다. 몽롱한 잠결상태라 뭐라고 대답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않지만, 내가 당선된 것도, 후보자의 선거에 전혀 개입도, 심지어 선거사무실에 방문조차도 꺼리는 일이어서 가지 않았고.....유일하게 같은 당에서 추천한 선관위원이라는 이름 밖에 없는 데 이런 칭찬이나 환호를 받은 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오전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속으로 떨어졌지요.

  다시 새벽이 되어 눈을 뜨고 이 글을 씁니다. 당선자들에게 윤흥길의 장편소설 『완장』 (현대문학, 2011)을 선물하겠다고 마음으로 정리하면서요. 동시에 '아름다운 선거'라고, '행복한 우리마을'이라고 이번 선게 이름을 붙인 선관위의 탁월한 선견지명과 혜안에 박수를 보내면서요.

   
 





[기고]
김영민 / 전 구미YMCAㆍ김천YMCA 사무총장

경북 구미시의원 개표 결과
 
 
▲ 구미시의원 선거 결과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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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명환
(58.XXX.XXX.132)
2018-06-15 22:13:08
시민의 바램
모든 기회는 민주당에 갔으니 아무튼 정말 공정하고, 당신네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닌 정의와 이나라를 위해 일 해주기를 정말 바라본다.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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