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쪽방 거주자 절반 이상이 계속되는 폭염으로 '건강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동절기 난방비만 지원하고 있어 '혹서기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쪽방 거주인 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 사용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2일 발표했다. 조사는 앞서 6월 25~29일 중구·북구 일대 쪽방촌에서 진행됐고, 에너지시민연대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대구를 포함한 전국 11개 지역 실태조사 결과와 동시에 발표됐다. 이들 단체는 전국 쪽방촌, 주거 취약계층 등 521가구를 상대로 주거 유형과 소득, 냉난방 이용 현황 등을 물었다.
때문에 거주인 48명 중 절반 이상인 28명이 '건강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어지러움과 두통 20명, 구토증상 3명, 호흡곤란 2명이었다. 관절염, 당뇨 등의 지병이 악화됐다고 답한 이도 3명이 있었다. 응답자 평균 연령은 65.3세로 이들 중 26명은 평균 연령 72.7세의 노인들이다. 또 대부분이 1인 가구로 기초생활수급자는 72.9%(35명)를 차지했다.
또 월 평균 소득이 '없다'고 답한 이는 8명, '30만원 이하'는 3명, '31만원~60만원' 27명, '61~90만원' 8명, '91~120만원' 1명, '121~150만원' 1명이었다. 79.1%(38명)가 올해 1인가구 최저생계비(66만 8,842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또 46명은 냉방비 걱정에 선풍기로만 여름을 버틴다고 답했고, 에어컨을 튼다고 답한 이는 12명 중 1명뿐이었다. 응답자 전원 한 달 평균 냉난방비가 '3만원 미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소득층(기초수급·차상위계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은 겨울철 난방비에 한정돼 있다. 보건복지부 '긴급복지지원제도'는 동절기(10월~3월) 최대 6개월간 가구당 월 9만6천원까지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바우처'도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만 65세 이상 어르신, 임산부, 장애인, 만 6세 미만 아동 가정에 한해 월 최대 12만원까지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대구시도 2015년부터 기초수급 탈락자 1천여명에게 1년에 두 번씩 난방비 1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 응답자 62.5%(30명)가 정부의 에너지 복지사업을 통해 난방비를 지원받았다. 20가구는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연탄 쿠폰을 받았고, 10가구는 동절기동안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LPG 등에 한해 선택 구입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 혜택을 받았다.
반면, 여름철 냉방비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도시가스·전기요금을 월 1~2만원 한도 내에서 감면하는 것이 전부다. 이처럼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냉방비 지원 필요성이 커지자 산자부는 2일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내년 여름부터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 등의 이유로 올 여름 즉각 시행은 불가능하다.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도 냉방비 지원은 여전히 없는 것이다.
대구시도 물품 지원이나 봉사자 방문, 도로 살수 등의 대비책 외에 달리 손 쓸수 있는 방도가 없다. 조규용 대구시 복지정책관 담당자는 "복지 사업은 모두 복지부 심의를 받아야 항목이나 지급 시기 등을 바꿀 수 있다"며 "당장 지급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폭염 대비책들이 에너지 취약계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에너지 효율과 요금 할인, 연료비 지원 등 대부분의 지원제도가 혹한기 난방비에 집중돼 있다"며 "폭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만큼 실질적인 혹서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다 균형잡힌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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