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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한 대로 버티는 쪽방의 폭염..."주거 대책 절실"
더위 피할 쉼터는 대구 2곳 뿐..."정부, 빈곤층 주거 지원해야"
행안부, 그늘막 설치·도로 물 뿌리는데 100억원 "쪽방 지원은 지자체 몫"
2018년 07월 27일 (금) 18:27:11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여인숙, △△여인숙. 페인트 칠이 벗겨진 담벼락을 따라서 지어진지 30년 이상된 작은 집들이 모여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 사이로 '달셋방 있음'이라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다. 내부는 고요했다. 폭 1m도 안되는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들이 빼곡이 들어섰다. 문 앞에는 신발이 하나씩 놓여 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구 중구 대신동 한 '쪽방촌'의 모습이다.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27일 오후 2시, 한 여인숙 건물 작은 방에는 50대 남성이 형광등도 켜지 않은 채 컴컴한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바깥 기온과 별반 다르지 않는 후덥지근한 방안 온도에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낡은 선풍기 한 대가 덜덜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 좁은 복도 양 옆으로 빼곡이 들어선 쪽방(2018.7.27.중구 대신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선풍기 한 대로 무더운 여름을 버티는 대구 쪽방(2018.7.27)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다른 쪽방 거주인 양모(65)씨는 "좁은 방 안에 문을 닫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힌다. 밤에 잘 때는 하루에 서너번은 깬다"고 말했다. 양씨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선풍기에 물수건을 대놓는 것 뿐이다. 새벽에는 선풍기 바람도 소용 없어 동네 한바퀴 돌다가 다시 잠들곤 한다.

그는 또 "추울 때는 전기 장판을 켜놓고 이불 덮고 누워있으면 되는데 더우니까 더 힘들다"며 "냉장고도 시원치않아 더운 날씨에 음식이 상할까도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주민센터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양씨는 매일 일을 마치면 집 근처 노숙인 쉼터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편하게 씻을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쉼터도 오후 6시면 문을 닫아 밤엔 이용할 수 없다.

유난히도 무더운 올 여름은 쪽방촌 거주인들에게는 더욱 혹독하기만 하다. 대구시와 각 구·군청이 매년 폭염 대비 물품을 지원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지만 40도에 이르는 무더위를 피할 순 없다. 쪽방 거주인들이 더운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시원한 쉼터와 샤워 등의 부대시설을 제공하는 곳은 중구의 '행복나눔의집'과 서구 '쪽방상담소' 두 곳뿐이다.

   
▲ 어두운 방 안의 거주인에게 쉼터 직원이 안부를 묻고 있다(2018.7.27)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쪽방은 보증금 없이 일세나 월세 형태로 운영되는 저렴한 거주 공간으로 대부분 기초수급자, 노인 1인가구 등이 주로 생활한다. 대구에서는 중구 대신동, 서구 평리동, 북구 칠성동 등에 밀집돼 있다. 오래된 여인숙이나 건물 하나에 한 평 남짓의 작은 방이 8~10개 정도 있고, 샤워실이나 세탁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1,305개의 쪽방이 있고, 등록된 거주인은 모두 808명이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늘고 사망자까지 생기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폭염 대비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7일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폭염 대비 특별교부세 100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구시에 배정된 예산은 6억9천만원이다. 그러나 사용 목적은 '폭염 예방을 위한 도로 살수, 그늘막 설치, 방재 등에 한정됐다. 쪽방 거주인·독거노인·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나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긴다는 입장이다.

   
▲ 폭염 대비 살수차가 쪽방촌 일대를 지나고 있다(2018.7.27)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정부의 폭염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2018.7.27.현대백화점 대구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반빈곤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7일 오전 반월당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 빈곤층을 위한 정부의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폭염은 이들에게 생존권의 문제"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즉각적인 폭염 특별재난지구 선포 ▷폭염 대책을 위한 민관 대책기구 수립 ▷한시적 임시 거주시설 제공 ▷주거 빈곤층 폭염관련 주거실태 조사 실시 ▷소독·방역활동과 이동목욕서비스 실시 등을 중앙정부에 요구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현 상황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수준이 아니다"며 "주거빈곤층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투입과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우 주거권실현대구연합 사무국장도 "태풍을 기다려야할 정도로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 여름만이라도 주거 빈곤층을 위한 임시 대피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신영섭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 담당자는 "지역별로 쪽방촌 현황이 다르기 때문에 주거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지자체별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진 대구시 복지정책관 관계자는 "현재 대구에 두 곳인 노숙인 쉼터를 한 곳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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