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뒤 '강제철거' 위기에 내몰린 대구맨션 세입자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10.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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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확정, 22일까지 원주민 40여명 '퇴거' 통보...용역업체 동원→고령·영세 상인들에게 욕설·폭언
경찰신고·검찰송치 "횡포에 무방비" / 조합 "개인 일탈...당장 철거는 않겠다" / 중구청 "당사자 문제"


대구 중구 대봉동 '대구맨션' 세입자들이 열흘 뒤 강제철거 위기에 내몰렸다.

재건축사업이 확정되면서 주민 대다수는 이미 보금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원주민들과 영세 상인 등 40여명에 이르는 일부 세입자들은 여전히 갈 곳을 찾지 못해 이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주체인 재건축조합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일부 세입자들을 향해 욕설과 폭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와 수도를 끊겠다는 협박에 상가의 채소 바구니를 뒤엎었다는 피해 주장도 나왔다. 일부 세입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해당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대구중구청(구청장 류규하)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당사자간 문제라며 방관 중이다.

대구맨션 빈 점포 앞에 붙은 '출입금지' 경고문(2018.10.11)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맨션 빈 점포 앞에 붙은 '출입금지' 경고문(2018.10.11)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점포정리' 게시글이 붙어 있는 대구맨션 내 한 점포(2018.10.11)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점포정리' 게시글이 붙어 있는 대구맨션 내 한 점포(2018.10.11)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조합은 업체 직원 개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는 22일까지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통보했다. 다만 당일 당장 철거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 뒤 개별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12일 대구중구청, 조합(대봉 1-3지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대구맨션 세입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중구청은 지난 2016년 6월 중구 대봉동 55-68번지 일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시행계획을 인가했다. 1971년 지어진 대구맨션이 주요 재건축 대상이다. 중구청은 올 2월 관리처분계획을 승인했고 조합은 현재 용역업체를 고용해 주민들에게 오는 22일까지 퇴거를 통보했다. 조합은 이주가 끝나는대로 철거에 들어간다. 시공사는 '서한이다음'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40여명의 입주민·세입자들은 떠나지 못하고 있다. 보상가가 낮아 이주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일부 임대인들은 임차인 몫으로 나온 이주비의 10~50% 정도만 세입자들에게 지급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있다. 그 결과 입주민들의 90%와 상가 입주민 60% 정도만 이주를 끝냈고, 아파트 3곳, 상가 36곳에서 법적인 다툼을 진행 중이다.

대봉1-3지구 재건축사업 대상인 대구맨션아파트(2018.10.12)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봉1-3지구 재건축사업 대상인 대구맨션아파트(2018.10.12)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이 이사 나가면서 버리고 간 가전제품들(2018.10.12)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이 이사 나가면서 버리고 간 가전제품들(2018.10.12)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난 11~12일 찾은 재건축 현장. 대구맨션 인근은 이주민들이 버린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전제품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는 페인트칠이 벗겨져 세월의 흔적을 드러냈다. 빈 점포에는 노란색 출입 금지 경고문이 덕지덕지 붙었고, 일부 점포에는 '점포정리' 게시물이 나붙었다.

일부 세입자들과 상인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25년째 장사를 해온 70대 상인 A씨는 "집 주인과 용역 철거반이 수시로 찾아와 수도와 전기를 끊는다고 협박한다"며 "갑질과 횡포에 무섭다"고 했다. 상가 입구에서 채소 가게를 하는 60대 B씨는 지난 1일 밤 용역업체 직원들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고 고 주장했다. 그는 "주인과 다음 달까지 하고 비워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덩치 큰 사람들이 술에 취해 찾아와 물건을 던지고 빨리 나가라고 소리 질렀다"면서 "놀라서 며칠째 잠을 못잤다"고 하소연했다.

B씨뿐 아니라 인근 가게 5~6곳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4평 짜리 점포에서 살고 있는 80대 C씨는 보상가로 평당 700만원, 총 2,800만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C씨는 "이 돈으로는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분양을 받으려면 최소한 1억5천만원은 더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남아 있는 상가 세입자들을 찾아 온 용역업체 직원(2018.10.11)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남아 있는 상가 세입자들을 찾아 온 용역업체 직원(2018.10.11)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0월 22일 퇴거 통보를 알리는 재건축조합 측 현수막(2018.10.12)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0월 22일 퇴거 통보를 알리는 재건축조합 측 현수막(2018.10.12)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반면 조합 측 한 관계자는 "술먹은 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조합과는 상관 없지만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고 12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이어 "건물 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철거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로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능하면 법적으로 이주 절차를 밟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중구청 건축주택과 한 담당자는 "재건축 이주·철거는 조합과 세입자간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구청에게 법적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숙 대구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중구 가선거구)은 "용역을 동원한 강제철거는 시대역행"이라며 "피해가 없도록 필요하면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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