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KEC의 '성차별'...입사부터 등급 차등·승진 배제·월급 절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6.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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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 전원, 입사부터 남성보다 낮은 직급 채용→같은 26년차 남성 전원 'S'등급 승격·여성 0명
월급 50~80만원 적어...국가인권위 진정 1년4개월째 '묵묵부답'...노조 "여전한 유리천장, 즉각 구제"


"여자라 차별 당해"...KEC 구미공장 여성 노동자의 호소(2019.6.27.국가인권위 앞) / 사진.금속노조
"여자라 차별 당해"...KEC 구미공장 여성 노동자의 호소(2019.6.27.국가인권위 앞) / 사진.금속노조
"국가인권위 KEC의 남녀 성차별 시정하라" 기자회견(2019.6.27) / 사진.금속노조
"국가인권위 KEC의 남녀 성차별 시정하라" 기자회견(2019.6.27) / 사진.금속노조

반도체업체 KEC 구미공장 현장직 여성 노동자들이 입사 때부터 남성 노동자들보다 낮은 직급으로 채용되고, 승진에서도 배제돼 월급도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 전원은 이 같은 남녀 성차별에 의한 인사·임금 성차별 시정을 촉구하며 진정을 넣었으나 1년 4개월째 묵묵부답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로 창사 50년을 맞는 반도체기업 KEC(케이이씨)는 산업통상부가 지원하는 국책사업에 선정된 중견기업이지만, 뿌리 깊은 남녀차별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라며 "여성 노동자들에게 새겨진 남녀차별의 주홍글씨를 인권위는 외면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구제해 여성들에게 덧씌워진 여전한 유리천장을 깨야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KEC는 노동자 등급을 6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J1, J2, J3, S4, S5, 연봉대상자(M, L0, L1, L2, 임원) 순이다. 사측은 고과 결과를 반영해 매년 1월 1일 노동자들의 등급을 상향조정하는 정기승격을 시행한다. 현재 전체 노동자 650여명 가운데 남성은 70%에 이르는 450여명, 여성은 30%대인 190여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J1(29%), J2(32%), J3(30%) 등 전원이 'J'등급이다. 반면 남성 노동자는 S4(16%), S5(29%), 연봉대상자(45%) 등 모두 'S'등급이다.

최초 입사 때부터 남성은 J2로 시작하고 여성은 J1으로 남성보다 더 낮은 직급으로 채용돼 등급에 차등을 둔 탓이다. 때문에 J등급 50여명 중 남성 노동자는 1명도 없고 모두 여성 노동자다. 더 나아가 여성 노동자는 J3 등급까지만 승격되고 S등급 이상으로는 승격된 사례는 앞서 20년 동안 1명도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같은 입사 동기라도 남성은 J2로 시작해 S등급으로 모두 승진했고, 여성은 J등급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같은 근속 26년차 남녀 노동자들을 비교해보면, 36명 가운데 남성 32명은 모두 S4등급 이상으로 승진했지만, 여성 노동자 전원은 J3등급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월 평균 50~80만원의 임금 격차가 벌어져 남성의 월급이 남성의 절반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지난해 2월 전체 여성 노동자 명의로 성차별 진정을 냈지만, 인권위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성차별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이종희 KEC지회장은 "J등급은 KEC 여성 노동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이고, S등급은 오를 수 없는 유리천장"이라며 "인권위는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적인 승진과 임금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즉각 시정과 구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 여자라서 노동현장에서 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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