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구미시·KEC·금속노조의 말을 종합한 결과, KEC는 2010년, 2011년, 2013년, 2014년 등 모두 4번에 걸쳐 구조고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 반도체 제조업 폐업→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기업 상업시설화→외주화 확대→600여명 정리해고→일대 중소상공인 몰락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매번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공모 사업자에서 탈락했다.
수 차례 고배에도 사측은 포기하지 않은 모양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앞으로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경영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오는 9월 또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자 공모에 신청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미시도 공장이 있는 노후공단(1공단) 정비를 이유로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6월 초 노조가 장세용 구미시장을 만나 사업 반려를 요구했으나 성과 없이 끝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지회장 이종희)는 "KEC가 대형쇼핑몰이 포함된 복합터미널 건립을 신청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자 선정에서 4번 탈락했지만 스마트산단 이름으로, 정주 여건 개선 명목으로 구조고도화라는 좀비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17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그 근거로 노조는 "KEC가 구조고도화를 추진하면서 회사 투자에 손을 놓고 있다"면서 "공장에 대형쇼핑몰을 지을 빈터를 짓기 위해 2013년 어셈블리 공장을 폐쇄했고→2018년 11월 중국의 4대 파운드리 업체 CSMC와 전력반도체 IGBT 외주생산계약을 체결해 끊임 없이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쇼핑몰 지을 땅에 국책사업 생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KEC는 2019년 SIC(실리콘 카바이드.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개발 국책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지만 이 역시 외주 생산할 것이 뻔하다"면서 "이 모든 것이 2010년부터 시작된 구조고도화에 대한 KEC의 탐욕과 집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EC는 구조고도화 사업을 통해 부지를 개발하면 노후된 1공단이 달라질 것처럼 주장하지만, 공장은 빠져나가고 반도체 공장은 폐업할 수 밖에 없다"며 "재개발을 노린 투기세력만 북적여 공단 공동화를 심화시키고 노동자와 시민 삶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멀쩡히 돌아가는 공장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짓는다고 반도체 공장을 폐업하는 것은 노동자 일자리를 흔들고, 중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구조고도화 반대 이유로 "10년째 노조파괴 등 각종 불법행위로 얼룩진 KEC라는 점에서 더 큰 분노를 느낀다"며 "이에 더해 지주회사 한국전자홀딩스 분식회계 적발과 최근 대주주이자 그룹회장인 곽정소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해외자금유출 의혹까지, 이젠 탐욕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희 구미KEC지회장은 1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전임 자유한국당 남유진 구미시장도 시민 반대로 추진하지 않은 사업을 굳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이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시민 편의시설과 공단 재개발 치적을 쌓다가 이 시대 최고의 공공성인 일자리를 뺐고 소상공인들 생계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문재인 정권 정책 기조와 어긋나게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장 시장이 직접 나서 KEC의 구조고도화 사업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