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입구에서부터 고기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식당 가마솥에선는 종업원들이 바가지에 국물을 담아 계속 섞는다. 장판이 깔린 도마에는 도축된 개들이 누웠다. 유리 냉장고에는 부위별로 해체된 개들이 보인다. 보신탕, 개소주, 개고기 간판이 적힌 점포 17곳은 점심 손님을 받느라 바쁘다. 저 멀리 철장에선 커다란 개가 계속 짖는다. 철창 앞 주인은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고 외부인을 경계한다. 간혹 중년 남성들에게는 호객 행위를 한다. 손님이 가장 많은 곳. 개고기 도·소매 겸 보신탕을 취급하는 식당이다. 앞에선 누린내가 난다. 개소주 가게에는 상호명 옆에 진돗개 사진이 붙었다. 배달 전화번호도 크게 적혔다. 전국 3대 개고기 시장 중 마지막 남은 대구 칠성 개시장의 초복 전날 모습이다.
11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1가 칠성원시장 A~B동 사이 중앙통로. 전국 최대규모 3대 개시장 중 한 곳인 칠성시장 내 개시장 상인들이 초복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국 3대 개시장 중 성남 모란시장과 부산 구포시장이 지자체, 시장상인회, 동물단체 협업으로 폐쇄한 뒤 유일하게 칠성 개시장만 영업 중이다.
한국전쟁 후 70여년 간 이어져 온 칠성 개시장은 반려동물 문화 확산과 동물권 확대로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몇 년 전부터 초복이면 동물단체가 개시장 폐쇄와 개식용 종식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70년간 식문화 변화로 사양사업으로 접어 들어 이젠 점포 17곳만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개장수들이 운영하는 개농장에서 팔려 온 개들이 철창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칠성 개시장 00보신탕 사장 안모(63)씨는 "예전처럼 패거나 강제로 끌고오지 않는다"며 "전기 충격기로 기절시켜 잡는다"고 밝혔다. 또 "동물권이니 뭐니 하며 가게를 닫으라고 몰려오니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면서 "생계 때문에 장사하는데 그냥 없애라면 누가 참겠냐"고 따졌다.
그러나 칠성 개시장도 모란·구포처럼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 대구 북구청이 정비사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구청에 확인한 결과, 칠성시장과 경명시장 내 일부구간에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해달라며 조합과 상인회가 지난 달 사업인가 신청을 냈다. 모든 개시장 점포가 구간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일부가 포함돼 사업 확정 시 새 건물 공사로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 북구청은 승인 여부를 9월로 보고 있다.
북구청 민생경제과 한 담당자는 "부산, 성남처럼 지자체가 강제로 폐쇄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사양사업인 개고기 시장은 자연 소멸의 길로 들어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선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식용견이 키워지는 개농장의 열악한 실태는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을 것"이라며 "동물학대는 개고기와 개시장이 존재하는 한 계속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개식용 문화를 종식시키고 개고기 시장을 없애기 위해 대구시와 북구청은 부산시 사례를 본받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하루 빨리 철창에 갇힌 개들을 구조하고 보호할 수 있다.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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