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두고 딴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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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입시 제도를 넘어 다른 사회를...지금 함께,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할 때"


나는 2019년 대한민국의 고3엄마다.
부모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아온 아이는 공부에 대한 압박 없이 중학교 시절을 지나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아이의 꿈은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일이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중 부모의 무관심만으로 대학진학이라... 이제는 ‘아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덩치와 인생의 경험을 가지고 이 청소년은 고3생활을 했고 수능을 한 달여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조국 사태'는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다른 국면이다. 조국 사태를 보며 특히 청소년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조국 장관의 자녀 입시과정의 문제가 나라를 반으로 나누고 있는 지금, 대학입시와 학벌위주의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자녀에게 현재의 계급적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세대’도 아니고 물려줄 것도 없는 가난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부모의 책임은 기본적인 돌봄과 사회적으로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 하는 것, 소통의 방법,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자녀교육에 관심 없는 부모로 살다가 원서를 써야 하는 시간은 그동안 생각해 본적 없는 입시의 실체와 마주하는 때였다. 복잡한 기준과 잣대를 이해하고 자기소개서를 봐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살고 있던 이 청소년은 세상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아야 하자 힘들어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기성세대’로의 진입은 청소년에게 힘든 일이다. 이즈음 조국사태에 대해 이 청소년은 ‘조국은 괜찮은 사람이라더니 이 난리는 뭐야?’라며 질문했다. 할 수 있는 말은 변명에 가까웠다.

사진 출처.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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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사람들과 조국 장관의 자녀입시에 대해 토론하며 ‘그때는 당연한 제도였다’,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사람과 ‘그래도 그건 특혜다.’ 라는 입장의 차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입시제도는 조국장관의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학생의 생활기록부에는 학내의 일만 기록되고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직업을 알 수 있도록 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깜깜이 입시’라고 비판 받는 이유는 수능정답도 문제제기 할 수 있는 기간을 두어 의견을 수렴하는 반면에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의 이유는 물론 불합격의 이유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고교에서 상위 몇%의 학생을 집중 관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입시의 공정성은 의심받고 서울 강남의 몇 개 구와 대구 수성구만 이롭다는 학종 흔들기와 정시확대가 주장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입시로 ‘계급’이 세습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통계들은 대학입시에서 SKY진학과 IN서울이 세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대입제도를 바꾸더라도 결과는 동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직업에 귀천 있음’이 재고되어야 한다. 소위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의 최종수입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사회를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한 생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이미 선진국들은 이런 제도를 시행중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청소년들과 다양한 진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며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철학과 경제학,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다는 고3에게 '수능 끝나고'가 아니라 지금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입시 제도를 넘어 다른 사회를 상상하고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남은주 칼럼 2]
남은주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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