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태풍', 특권적 제도를 날려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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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기울어진 운동장, 사회 전반의 특권 구조 개혁에 나서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에서 유례없는 커다란 논란이 불거졌다. 아베 정권의 몰염치한 도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덮을 정도로 파장이 커서 ‘조국 태풍’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소모성 정쟁이 태풍 위력의 9할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후보자 자녀의 대학과 대학원 입학 과정이 부각되면서 입시 공정성 문제가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나서서 입시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근본적인 불평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은 왜 생길까? 상식적으로는, 당사자의 노력과 능력과 운의 차이에 의해 생긴다. 이 중에서 노력과 능력에 따른 결과의 차이를 부당하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타고난 건강이나 명석한 두뇌를 활용하여 돈을 많이 벌면 나쁜가?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드러나듯이 생장환경과 같은 운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견해가 상당히 존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특권

반면, 누구나 부당하다고 여기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격 방향을 바꾸지 않는 가운데 축구 경기를 치른다면 어떨까? 시험을 치는데 좌석마다 조명과 소음 정도가 달라서 점수에 큰 영향을 준다면 어떨까? 백이면 백,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기회는 균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유리한 공격 방향을 차지할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면 그만인가? 좌석별 조명과 소음의 차이를 그대로인 채 유리한 좌석의 선점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면 그만인가? 당연히 아니다. 축구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시합을 해야 하고 좌석을 동등하게 만든 후 시험을 보아야 한다.

사진 출처.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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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유불리가 분명한 좌석 배치 등 특혜와 차별을 야기하는 원인을 ‘특권’이라고 부르자. 우리 현실에 특권의 사례는 의외로 많다. 명문대 졸업생이 누리는 학벌 특권, 여성에 비해 유리한 남성의 특권, 같은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비해 우대 받는 정규직의 특권 등이 흔히 거론되는 예다.

최악의 불평등 원인은 부동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부당한 불평등을 야기하는 최대의 원인은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이다.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매매차액과 임대소득을 합한 부동산 소득의 규모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이다.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를 비용으로 보고 공제한다고 해도 부동산 불로소득이 GDP의 4분의 1 수준에 달한다. 부동산 소유도 편중되어 있다. 2013년 정부 발표에 의하면 총 세대 중 60% 정도만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인구 1%(50만 명)가 민유지의 56%를 소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사실은 너나없이 다 알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부동산,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부동산 중에서 인간이 생산하지 않은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사유화하는 현 토지사유제는 명백한 특권적 제도이다.

그런데도 토지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토지 불로소득을 모두 환수하여 공평하게 처리하면 되는데, 그런 개혁에는 매우 미온적이다. 시장경제 이론의 원조 격인 아담 스미스도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도 토지 보유세를 시장친화적이라고 칭찬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토지 보유세를 거론하는 사람에게 좌빨이니, 사회주의자니 하는 비난이 가해지기도 한다.

특권 없는 세상을!

서울대 발행 <대학신문>이 9월 1일부터 6일까지 서울대 학부생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비율이 73.9%에 이른다. 서울대는 우리 사회 학벌 특권의 정점에 위치한 대학이다. 재학생의 대다수는 학벌 특권을 의식하면서 입학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취득한 특권인데 네가 감히...’와 같은 배타적 의식 때문에 이렇게 높은 반대 비율이 나타난 것은 아니길 바란다.

또 서울대생들이 ‘학벌 특권을 활용하여 좋은 직장의 정규직이 되고 건물주도 되고 싶다. 또 이런 특권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73.9%에 달하는 반대율은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자신이 비판하는 현상에 스스로 동화되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이든 누구든 진정 정의를 원한다면 이미 획득한, 그리고 앞으로 획득하려고 하는 특권부터 다시 돌아보기 바란다. 나아가서는 인사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특권 구조 개혁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변화로 이어진다면 조국 태풍이 수반하는 엄청난 사회 비용도 아깝지 않다.

 
 





[김윤상 칼럼 84]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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