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정의당·민중당 대구시당 등 지역 11개 단체·정당이 모인 '이동노동자 종합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대구시민행동'은 지난 10월 초 대구지역 대리운전기사 102명을 대상으로 '대리운전 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여 지난 30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대리기사 셔틀버스가 운영되는 대구 수성구 범어천네거리 부근에서 설문지 기입 방식으로 진행됐다.
'길에서 콜을 기다린다'고 답한 대리기사는 응답자의 91.1%(93명)였다. '편의점에서 기다린다'는 3.9%(4명)였다. 95%(97명)가 기다릴 곳이 없는 셈이다. 기타(무응답)는 5명(4.9%)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응답자 전원은 '쉼터가 만들어지면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쉼터 설치 이유로 꼽은 것은 ▲추위와 더위(45명)가 가장 많았다. 또 ▲휴식시간 확보(35명) ▲화장실 이용(32명) ▲정보공유·소통(24명) ▲안전(6명)이 뒤를 이었다. '쉼터에 필요한 시설(복수선택)'로는 ▲화장실·정수기가 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충전기·우산(39명) ▲안마의자·간이침대(30명) ▲상담·교육(15명)이 다음으로 많았다.
월 평균 소득은 10명 중 3명이 150만원 이하였다. ▲100만원 미만 9.8%(10명) ▲100~150만원 23.5%(24명) ▲151~200만원 40.1%(41명) ▲201~250만원 22.5%(23명) ▲250만원 이상 1.9%(2명)로, 33.3%(34명)가 월 수익 150만원 이하였다. 2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노동 시간은 ▲4시간 이하 1명 ▲4~6시간 9.8%(10명) ▲6~8시간 51.9%(53명) ▲8~10시간 33.3%(34명) ▲10시간 이상 3.9%(4명)로 일평균 6시간 이상 일한다가 89.2%(91명)다. 월 평균 근무일수는 ▲20일 이하 13.7%(14명) ▲21~25일 52.9%(54명) ▲26일 이상 33.3%(34명)로 86%가 21일 이상 일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대리기사 다수가 추위와 더위, 화장실을 쉼터 설치의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대리기사들이 쉴 곳 없이 거리에 내몰린 것을 증명한다"며 "이동노동자 대부분이 겪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건강·노동문제가 있어도 상담할 곳이 없다"며 "대구시는 단순 쉼터가 아닌 종합지원이 가능한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조사 결과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대구시는 '이동노동자 실태 및 지원방안'을 정책연구과제로 채택해 오는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대구경북연구원과 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종수 대구시 노사상생팀장은 "이동노동자 쉼터에 대한 필요성에 대구시도 공감하고 있다"면서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노동자란 대리운전기사, 퀵배달서비스노동자, 택배노동자,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배달노동자, 학습지 교사 등 노동시간 대부분을 길에서 보내는 이들이다. 정해진 일터가 없어 식사할 곳이나 대기할 곳 심지어 화장실도 변변치 않다. 때문에 각 지자체들은 이동노동자 쉼터를 설치하고 있다. 2016년 서울 휴(休) 이동노동자 서초 쉼터를 시작으로 창원, 광주, 제주, 부산에서 10개의 쉼터가 생겼다. 경기도도 추진 중이다.대구에선 지난 8월 한 배달대행업체가 사비로 배달기사 '쉼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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