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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84시간' 물량에 짓눌린 우리 택배 아저씨...'미안해요, 리키'
켄 로치 감독 영화 <미안해요, 리키> 12월 개봉
도둑 맞으면 내 돈으로, 깁스한 채 다시 배달..."당신을 위해 일하는데 왜 노동자 아니냐" 분노
한국 택배기사들, 영화 속 '리키'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법원 '택배 노동자성 인정' 첫 판결
2019년 11월 21일 (목) 21:35:41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 켄 로치 감독 영화 <미안해요, 리키>...네 식구 가장인 리키가 택배기사로 취업 뒤 가족을 돌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웃는 리키의 모습 / 사진 출처.'미안해요, 리키' 공식 사이트
   
▲ 물량이 쌓인 택배차 뒷칸에서 딸과 샌드위치를 먹는 리키 / 사진 출처.'미안해요, 리키' 공식 사이트

켄 로치 감독 신작 영화 <미안해요, 리키>가 말하는 택배노동자들의 신산한 삶

"일주일 동안 6일, 하루에 14시간씩 당신을 위해 일하는데 왜 노동자가 아니야"

리키의 부인은 분노했다. 택배회사를 위해 '일주일 84시간'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려도, 일하다 다쳐 입원해도, 상품을 도둑 맞아도, 남편 리키가 벌금을 내거나 대체인력을 사용해야 하는 탓이다. 사춘기 아들이 가출하고 어린 딸이 심리 불안을 호소해도 리키는 식구들과 밥 한끼 나눌 시간조차 없다. 

행복하고 싶어서, 이 집 저 집 전전할수 없어서, 번듯하게 살고 싶어서 택배일에 뛰어들었는데 쌓이는 건 빚이요. 깨진 건 가정의 평화다. 결국 멍든 얼굴로 깁스한 채 다시 배달하러 가는 남편 모습에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인 부인의 화가 폭발했다. 그래도 회사 관리자는 '당신은 오너' 노동자가 아닌 사장이라는 말 뿐이다. 가족 몰래 택배차에 오른 리키 눈물은 오늘 날 택배기사, '리키'의 현실이다.

노동 영화의 거장인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2019년 12월 19일 정식 개봉>는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지난 16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열린 '대구 전태일 기념관 건립 후원을 위한 노동영화특별전'에서 '미안해요, 리키'가 한 달 일찍 스크린에 올랐다. 관객석에선 영화 상영 내내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룰 수 없는 꿈과 수렁에 빠져드는 현실이 영국과 한국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 관객들은 공감했다.

   
▲ 다친 팔에 깁스한채 상품을 배송하는 CJ대한통운의 한 택배노동자(2017.5.17) / 사진.전국택배연대노조
   
▲ 컨베어벨트에서 나오는 배달 물량을 확인하고 있는 택배노동자들(2017.3.14) / 사진.전국택배연대노조
   
▲ "문재인 대통령님에게"...택배노동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물품(2018.6.20) / 사진.전국택배연대노조

화장실 갈 시간 없어 물통에, 2분 안움직이면 '삑', 휴가도 못가...고용·산재 무책임한 착취  

평범한 가장 리키는 부인 차를 판 돈으로 택배차를 샀다.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빚도 청산할 수 있다는 꿈으로 시작했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컨베어벨트에 밀려드는 물량에 동료와 말 한 마디라도 주고 받으면 경고가 날아온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물통에 오줌을 눈다. 2분간 움직임이 없으면 '삑' 울리는 택배PDA(피디에이)에 차를 세워 샌드위치도 먹을 시간이 없다. 상품을 배달할 때마다 마주치는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진상 고객'에 마당에 풀어놓은 대형견에 바지를 물어 뜯기고 택배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관리자 잔소리가 휴대폰으로 바로 쏟아진다.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써야 할 때면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관리자는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 사정을 봐줄 수 없다고 한다. 쉬고 싶으면 돈(벌금, 대체인력비)을 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강도에게 맞아서 부상을 입고 물건을 도둑 맞아도 회사는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다. 초장시간 노동에 가려진 리키의 삶은 무거워져만 간다. 고용은 물론 산재에도 무책임한 회사의 노동착취는 한 개인, 더 나아가 한 가정, 택배노동자 전체를 좀 먹어간다.

   
▲ "택배기사 노동자성 인정하라" 대구지역 택배노동자들의 기자회견(2018.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평균 주 74시간 '한국의 리키들'...지난 15일 '택배기사 노동자 맞다' 첫 판결

한국의 '리키'들도 영국과 비슷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2017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법적으로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택배기사도 노동자가 맞다고 인정한 국내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지난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택배기사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지하라는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가 택배기사도 노동자가 맞으므로 노조를 설립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구, 경주, 김천 택배 대리점주들도 이 소송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노사교섭은 여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광석 택배연대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정부는 물론 법원도 택배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고, 노조를 인정했다"며 "사측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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