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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성매매에 관대한 대구 판사들..."성평등 감수성 부족"
2기 대구성평등인권지킴이단 / 2018~2019년 성폭력사건 판결문, 공판 100여건 모니터링 결과 발표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벌금형, 가장이라고 집행유예..."지난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해자 중심적"
2019년 12월 26일 (목) 20:11:31 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hsg@pn.or.kr
 
   
▲ 대구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회의(2019.12.19.대구여성회 사무실)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1.대구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25일 불법 성매매 10차례, 불법으로 피해자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범죄 전력이 없으며, 피해자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재범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1심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해 11월 29일 연인을 감금하고 폭행한 뒤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남성 B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초범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가 중하지 않다"고 밝혔다.

#3.대구지법은 올해 10월 29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시인, 반성하고 있으며 부인과 세 자녀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C씨를 풀어줬다. C씨는 올 3월에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 대구법원 청사 / 사진.대구지방법원 홈페이지
 
대구지방법원 판사들의 성(性)평등 감수성 지수는 지난해보다 좀 높아졌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지역 여성들이 성폭력 사건 공판과 판결문을 들여다봤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평등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처음 범죄를 저질렀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성을 하고 있거나 가장이라는 이유로 형량을 깎아주고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등 가해자에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구경북 2기 성평등인권지킴이단'은 대구지역 2018년 성폭력 사건 판결문 30건·2019년 공판 74건을 골라서 모니터링한 올 한해 활동 결과를 지난 19일 대구여성회에서 발표했다. 지킴이단은 판결문과 공판 중 판사들의 선고와 발언에 대해 ▲"성평등 감수성이 부족하다" ▲"가해자 중심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지난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감수성이 여전히 떨어진다"는 총평을 내렸다.

특히 형량에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사례는 '불법촬영' 판결이었다. 지킴이단 요원들은 "불법촬영은 피해를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판사들은 가해자가 초범이거나 어리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형을 깎아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심지어 피해가 중하지 않다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감형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10여 차례 성매매에 불법촬영까지 한 가해자가 재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재판부 판단도 이해 불가"라고 덧붙였다.
 
   
▲ 재판 모니터링 결과 발표 (2019.12.19.대구여성회 사무실)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성매매 판결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지킴이단들은 "성매매 알선에 재범인 경우에도 세 자녀의 아버지, 가장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어준 경우가 있었다"며 "판사들의 양형, 감형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성폭력 사건 공판 과정에서는 "판사 대부분이 합의를 해오면 선처를 통해 양형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며 "판사들이 2차 피해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킴이단 요원1은 "일반 국민으로서 감형 사유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고, 요원 2는 "성매매 알선 범죄자는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고 불법촬영 범죄자도 벌금형이 대부분"이라며 "성폭력 관련 사건이 법에서 정한 가장 낮은 형량으로 선고되는 경향이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성평등 지수에서 합격점을 받은 재판도 있었다. 피해 발생 한참 뒤에도 범죄를 인정한 판결이다.
 
   
▲ 형사 재판 / 사진.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4.대구지방법원(판사 장미옥)은 성추행,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D씨에게 징역 6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금지를 지난 2월 12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피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고소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6개월 전의 일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허위로 고소했다"는 이유로 무고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5.주요 신체 부위가 아닌 곳에 대한 동의 없는 접촉도 성폭력 유죄가 인정돼 이 역시 성평등 감수성이 높은 재판으로 꼽혔다. 대구지법 서부지원(판사 김태규)은 지난해 4월 26일 대구지역의 한 찜질방에서 옆자리에 자던 여성의 발을 양손으로 붙잡아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E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어깨, 손, 발 등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가 아니라며 추행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와선 철퇴가 내려지고 있다.

지킴이단들은 "성폭력 피해자가 고소를 뒤늦게 했음에도 피해자의 진술과 정황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돋보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 "어깨, 손이 성적인 부위가 아니라며 무죄판결을 내린 과거 사법부와는 비교가 된다"며 "판사의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여성회는 지난해부터 '성평등인권지킴이단'을 모집해 대구지역의 성폭력 사건 관련한 재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는 모두 10명의 시민, 대구여성회 회원이 지킴이단으로 활동했다. 대구여성회는 2020년에도 3기 지킴이단을 모집해 대구지역 성폭력 사건 재판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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