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에 숟가락 얹는 대구 한국당 총선 후보들, '블랙리스트'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2.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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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대구지역 한국당 예비후보들, 동상·기생충 조형물 건립에 박물관·생가터·거리조성까지 공약 봇물
문화계·정치권 "쓸데 없는 기념사업 말고...블랙리스트 사과하고, 지역 영화인들 지원공약 마련" 촉구


4.3 총선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대구 예비후보자들이 봉준호 영화감독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봉 감독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오스카 4관왕에 오르자 감독 고향인 대구지역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봉준호 마켓팅'에 나섰다. 봉준호 동상에 영화 기생충 조형물을 세우고, 봉준호 박물관을 짓거나 감독 생가터를 복원하고, 봉준호 거리조성까지. 금배지를 달면 본인 지역구에 봉 감독, 기생충 관련 무언가를 짓겠다는 토건 공약들이 봇물을 이뤘다.

4.3 총선 한국당 대구 달서병 강효상, 중남구 도건우, 배영식, 장원용 예비후보 / 사진.후보자 페이스북
4.3 총선 한국당 대구 달서병 강효상, 중남구 도건우, 배영식, 장원용 예비후보 / 사진.후보자 페이스북

한국당 강효상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대구시 신청사 옆인 달서구 두류공원에 건립하자"고 밝혔다. 강 후보는 "대구가 봉 감독의 고향인만큼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박물관을 설립해 대구를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대구 중구남구에 출마한 한국당 도건우 예비후보는 "감독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대구에 봉준호 명예의 전당을 건립할 것"이라며 "특히 중구 경상감영공원과 향촌동 일대를 봉준호 거리로 조성하는 한편, 남구 앞산과 미군부대 후적지에는 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유치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지역구에 나온 한국당 배영식 예비후보도 "봉 감독 고향인 남구에 영화·카페거리를 조성하고 봉준호 동상, 영화 기생충 조형물 설치, 봉준호 생가터 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봉 감독의 위대한 업적을 영구보존하고 계승시키기 위해 김광석 거리와 연계해 관광시너지를 내겠다""고 이날 주장했다.

한국당 장원용 중구남구 예비후보 역시 "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 쾌거를 이룬 봉 감독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을 그가 태어난 남구 대명동에 건립하고, 봉 감독이 3학년까지 다닌 대명 5동 남도초등학교 인근 대명 2공원을 봉준호 공원으로 개명해 제2, 제3의 봉 감독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남구청(구청장 조재구.한국당)도 봉준호 거리조성을 계획 중이다. 봉 감독은 1969년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나 대명동에서 초등 3학년까지 지냈다. 남구청은 봉덕동과 대명동을 후보지로 보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제도개선위' 백서 중, 봉 감독 영화 '괴물'에 대해 "반미 정부 무능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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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쥐고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CBS News 캡쳐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쥐고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CBS News 캡쳐

문화계와 정치권에선 한국당의 이 같은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봉 감독 성과에 숟가락을 올린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이 여당이던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권 비판성 영화를 만든 이유로 봉 감독을 '좌파' 문화인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이제와서 그를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대구민예총은 11일 "거리, 박물관, 기념관 등 쓸데 없는 기념사업을 하지 말고 한국당은 블랙리스트부터 사과하라"며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숟가락을 얹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무엇인가하고 싶다면 지역 독립영화인들을 위한 체계적 지원정책과 기금조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같은 날 논평에서 "동상, 생가터, 조형물 건립 따위의 약속은 정치인들이 얼마나 준비 없이 말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면서 "영화는 보셨는가. 봉 감독을 기념하고 싶다면 영화 기생충에 그려진 빈부격차의 현장을 찾아가고, 이를 해소할 정책 방안부터 공부하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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