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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안전망입니다
[정은정 칼럼] 국가가 보장하는 안정망,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2020년 02월 17일 (월) 18:47:05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휴일 저녁 뉴스에 엿새만에 코로나19 환자가 새로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런! 이번 29번째 환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온 80대 고령 환자인데 문제는 최근 중국은 물론 다른 어떤 나라도 다녀온 적이 없어 앞선 28명 환자와는 달리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아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고 했다. 며칠간 확진 환자가 더 나오지 않아서 확산의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에 들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나의 기대감도 다시 우려로 바뀌었다. 어쩌나? 2002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까지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유행이라는 새로운 재난에 불안하고 두렵다. 나와 가족, 우리의 안전을 최대치로 확보하고 싶다. 팍팍한 일상에 더 큰 짐을 얹고 싶지 않고 생존을 보장받고 싶다.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을 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했다. “공동체로서 국가는 그 구성원인 국민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하는 문제는 돈도 권력도 힘도 없는 개인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우리의 질문에 나름대로 답하는 국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는 관련 정보를 자세히 발표하고, 보건 당국과 전문가 학회는 유례없이 빠르게 진단 키트를 만들어 일선 병원에 보급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우리는 더 집요하게 국가에게 묻고 요구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감염병 관리와 관련된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은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발목 잡히고 있으니 국가에게 “돈보다 생명이 먼저다.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더욱 강화된다. 재난과 관련한 정부의 브리핑이 매일 이어졌지만 청각 장애인들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당사자 단체의 문제제기로 4일부터는 정부 브리핑 자리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게 다는 아니다. 앞으로 국가의 공식 브리핑장 모든 곳에서는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언론은 반드시 수어통역사를 화면에 내보여야 하며, 재난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보호조치를 더 강화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 재난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해서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나 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라고 요구해야 한다. 국가는 더 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생활을 보장하라고 함께 소리 높여야 한다.

SNS에 자가격리가 끝난 한 시민이 자신의 경험과 소감을 인상 깊게 읽었다. 비행기에 같이 탑승했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얼마 안돼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는 전화 연락이 왔고 곧이어 보건소에서 방문해서 생활 수칙을 담은 인쇄물과 함께 체온계, 소독제 등을 가져다 주었으며, 매일 두 번씩 전화 통화로 체온과 이상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지 항상 물었다고 한다. 어느 날은 햇반, 김, 참치캔, 홍삼이 들어있는 상자를 주고 가고,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따로 준 폐기물 봉투에 넣어두면 수거해 갔다고 했다. 이로 인해 공적 체계로 안전히 관리되고 보호받는단 느낌을 받았고 했다.

그러나, 그 분은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따스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공적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고 보호되었지만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급함과 짜증이 일어났고 그것에서 자신과 가족을 구원한 것은 맥주에 치킨, 콜라와 과자, 제리를 사서 집 앞에 놓아두고 간 이웃과 소식을 듣고 붕어빵과 계란빵을 종류별로 사서 문고리에 걸어 놓고 벨튀를 한 딸의 친구였다고 했다.

   
▲ 사진 출처 / KBS뉴스 [J다시쓰기] <"감염 공포 때문에 반발?"…'님비' 현장 가보니>(2020.02.09) 방송 캡처
   
▲ "가장 큰 힘이 된 건 시민들이 보내온 응원 편지였습니다"는 중국 우한 교민 / 사진 출처. KBS 뉴스 [자막뉴스] <아산·진천 격리 교민 퇴소 D-1…"정말 감사합니다">(2020.2.14) 방송 캡처

지난달 30일과 31일 우한에서 귀국해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서 임시 거주했던 교민들은 격리 기간을 잘 보내고 지난 주말 모두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지역주민들의 반대 집회에 부딪혀야 했다. 언론은 마치 아산, 진천의 모든 주민들이 우한 교민이 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듯이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상 교민들이 거주할 시설 앞에는 시민단체의 환영 현수막이 걸렸고, SNS에는 시민들의 환영 캠페인이 일어났다. 아산에 살고 있는 강유정(28)씨는 공책에 “우리는 서로의 안전망입니다.”라고 적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안전망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도 사회안전망이다.”라는 말을 했다.

중국의 어느 도시 재래시장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고 대륙을 넘어 세계를 위험에 몰아넣었다. 우리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집요한 질문과 함께 “연결된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국가에게 집요한 질문을 했듯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우리 각자에게도 책임있는 질문과 답이 있어야 한다. 나는 아산 시민이 공책에 적은 “우리는 서로의 안전망입니다.”가 그 답이 아닐까 싶다.

신종 바이러스나 질병은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다.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신뢰가 두터운 사회는 새로운 질병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연결된 우리를 보호하는 믿음직한 바탕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의심되면 다른 사람의 감염을 막기 위해 꼭 마스크를 쓰고 많은 사람과의 접촉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명심하자. 그리고 따뜻해지면 바이러스도 사라진다는 얘길 들었다. 서로에게 따뜻하자.

   







[정은정 칼럼 6]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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