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할머니 숙소에 찾아오지 말아달라. 기자 여러분들에게 부탁한다"
25일 오후 2시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이용수(92) 할머니 2차 기자회견에 앞서 서혁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의 말이다.
서 대표는 "지난 번 기자회견(2020년 5월 7일 1차 기자회견) 이후 할머니가 머무르는 숙소까지 찾아와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유감이다. 제발 할머니 숙소는 찾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할머니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이 기자회견 이후로는 이런 일이 없게 부탁한다"며 "제발 할머니를 괴롭히는 행동을 지양해달라. 이제 그만 하자. 기자 여러분들에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를 향한 언론 취재 경쟁이 "과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사전에 약속도 없이 아흔이 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대구 달서구 아파트를 불쑥 찾아가 할머니를 기다리고 집 앞을 서성이고 심지어 호텔 등 숙소까지 찾아가는 취재 행태 탓이다. 일부 언론사는 할머니가 묵고 있는 호텔 프론트에 전화해 객실 호수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그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이사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18일간 언론은 이 할머니 취재에 열을 올렸다. 독대 인터뷰를 통한 '단독보도'가 하루 걸러 나왔다. 자택, 호텔, 숙소, 쉬고 있던 휴식처, 카페, 모처 등 단독이 붙은 보도의 인터뷰 장소는 다양했다.
번호는 순식간에 카메라 기자 20번, 글 기자 50번까지 갔다. 그러자 주최 측은 "취재진을 모두 수용하기에 장소가 좁다"고 공지했다. 취재인은 풀 기자단을 만들거나, 순번대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러자 '유튜버'들은 "대기 순번보다 구독자가 많은 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더 넓은 장소인 호텔로 기자회견 장소가 변경됐다. 그리고 오후 2시 30분 호텔인터불고 기자회견장에는 13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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