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이용수 할머니' 과도한 취재 경쟁..."사생활 침해, 이제 그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0.05.2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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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불쑥 찾아와 기다리고 호텔 객실도 확인 "무례·괴롭힘, 할머니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제발 부탁"

 
"제발 할머니 숙소에 찾아오지 말아달라. 기자 여러분들에게 부탁한다"

25일 오후 2시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이용수(92) 할머니 2차 기자회견에 앞서 서혁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의 말이다.

서 대표는 "지난 번 기자회견(2020년 5월 7일 1차 기자회견) 이후 할머니가 머무르는 숙소까지 찾아와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유감이다. 제발 할머니 숙소는 찾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회견장에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용수 할머니가 회견장에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할머니 집에 와 두리번 거리는 경우도 많고 전화도 갑자기 거는 일이 빈번하다"면서 "너무 무례하다. 지나치고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인해 할머니의 사생활까지 침해하고 침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할머니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이 기자회견 이후로는 이런 일이 없게 부탁한다"며 "제발 할머니를 괴롭히는 행동을 지양해달라. 이제 그만 하자. 기자 여러분들에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를 향한 언론 취재 경쟁이 "과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사전에 약속도 없이 아흔이 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대구 달서구 아파트를 불쑥 찾아가 할머니를 기다리고 집 앞을 서성이고 심지어 호텔 등 숙소까지 찾아가는 취재 행태 탓이다. 일부 언론사는 할머니가 묵고 있는 호텔 프론트에 전화해 객실 호수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그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이사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18일간 언론은 이 할머니 취재에 열을 올렸다. 독대 인터뷰를 통한 '단독보도'가 하루 걸러 나왔다. 자택, 호텔, 숙소, 쉬고 있던 휴식처, 카페, 모처 등 단독이 붙은 보도의 인터뷰 장소는 다양했다.

"장소가 좁아 다 못들어가"...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서혁수 대표(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소가 좁아 다 못들어가"...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서혁수 대표(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취재 대기 순번까지 등장했다(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취재 대기 순번까지 등장했다(2020.5.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5일 2차 기자회견은 취재 경쟁 탓에 기자들이 몰리면서 아예 기자회견 장소를 바꿔야 했다. 당초 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2시 '죽평다관'이라는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오전 11시가 되자 벌써 8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기자회견 장소가 있는 동네가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찻집 문에서 계단을 따라 건물 출구까지 기자들이 줄을 섰다. 취재 대기 순번 종이도 등장했다.

번호는 순식간에 카메라 기자 20번, 글 기자 50번까지 갔다. 그러자 주최 측은 "취재진을 모두 수용하기에 장소가 좁다"고 공지했다. 취재인은 풀 기자단을 만들거나, 순번대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러자  '유튜버'들은 "대기 순번보다 구독자가 많은 순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더 넓은 장소인 호텔로 기자회견 장소가 변경됐다. 그리고 오후 2시 30분 호텔인터불고 기자회견장에는 13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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