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힘드시죠? 저희가 짐을 덜어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16일 대구 중구 동성로 상가와 길목 곳곳에 '코로나 긴급대출' 대부업체 명함과 스티커, 전단지가 수북히 쌓였다.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거나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들을 유혹한다. '급전', '당일대출', '즉시대출', '비상구대출', '달돈', '돈' 문자 한통, 전화 한 번이면 돈을 빌려준다는 문구가 빽빽하다.
'일용직', '자영업자', '신용불량자', '직장인', '여성' 제도권 금융권 문턱을 넘긴 힘든 저신용자들을 아예 꼬집어 돈을 빌려준다고 말한다. 그 결과 대구경북지역에서 고금리 불법사채 피해가 늘고 있다.
대구에 사는 30대 여성 이모씨는 코로나로 직장(식당)이 폐업해 지난해 6월 실직자가 됐다. 월세와 각종 생계비를 내야하는데 쓸 돈이 없었다. 이씨는 동성로에서 주운 '코로나 긴급대출' 명함을 기억하고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 지난해 9월 생활비 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200만원을 대출받았다.
선이자 10%와 당일 일수금액을 제외하고 모두 176만원을 받았다. 65일 동안 매일 4만원씩 전체 260만원을 두달여만에 상환하는 조건이다. 하루라도 이자가 밀리면 다시 65일을 갚아야 한다고 사채업자는 말했다. 그러면서 65회 가운데 40회를 하루도 밀리지 않고 이자를 납부하면 200만원 재대출이 가능하다는 말도 했다. 이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해 겨우 이자를 갚아 나갔다. 그리고 재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200만원 대출 중 이자 25회분 100만원을 공제하고 선이자 10%와 당일 금액을 뺀 76만원만 추가 대출해줬다. 그러나 사채업자는 다시 65일간 4만원씩 전체 260만원을 상환하라고 했다. 또 추가 대출 이자도 매일 6만원씩 납부하라고 했다. 얼핏 계산해도 원금은 진작 납부했고, 법정 이자를 넘긴 것만 해도 컸다. 그럼에도 사채업자는 하루 몇 번씩 독촉 문자를 보냈다. 결국 이씨는 도움을 요청했다. 대구지역에는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한국대부금융협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이씨는 "사채업자가 전화, 문자로 계속 빚 독촉을 해 괴로웠다"며 "저녁에 투잡(두개 일자리)을 뛰면서 일수금액을 납부했는데 1년째 코로나 사태가 계속됐고 또 최근에는 밤 9시 영업제한으로 저녁에 아예 일을 못하게 돼 이자를 더 이상 납부하지 못할 것 같아 고민하다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집 찾아간다"...원금 다 갚았는데 이자 더 내놔라 협박 '불법추심'
경북 경주에 사는 30대 여성 박모씨도 개인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해 지역 생활정보지 대출 광고를 보고 사채업자에게 연락해 1,800만원을 대출받았다. 원금을 모두 상환했지만 사채업자는 박씨가 상환 전 이자를 납입하지 않아 몇 개월 연장했다는 이유로 이자 연장비용 400만원을 추가로 내라고 했다.
돈을 마련해 갚아보려 했지만 사채업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집으로 찾아간다", "가족에게 연락하겠다", "바로 경매를 진행하겠다"고 협박성 전화를 했고 결국 가족들에게 채무 사실을 들켰다. 법정 최고금리를 뛰어넘는 이자를 매겨 빚더미를 안기고 제때 갚지 못하자 주변인에게 전화하는 불법추심이다.
17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후 최근 1년간 불법사채 피해신고는 5천160건이다. 지난해 1천48건의 5배다. 평균 대출액은 992만원이고 평균 64일을 빌려 평균 금리는 401%로 나타났다. 법정이자율 초과, 불법 채권 추심, 대부계약서 미작성(미교부) 등이 주요 피해 내용이다.
서울시 '눈물그만상담센터', 경기도 '특별수사반'...대구시는? '전무'
지역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는 대안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눈물그만상담센터'에서 불법대부업 피해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경기도는 특별수사반(12명), 모니터링 요원 등 '특별사법경찰단'을 꾸려 온라인 불법사금융을 조사한다. 또 '찾아가는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소'도 운영 중이다.
한편, 불법사채 관련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한국대부금융협회 소비자보호센터(02-6710-0831) 또는 금융감독원(1332)이나 법률구조공단(132)으로 연락하면 상담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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