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4시. 네이버 코로나19 '잔여백신' 시스템에 알림이 울렸다. 대구 북구에 있는 한 동네의원에 아스트라제네카(AZ) 주사기 표시 7개가 떴다. 오늘 안에 사용해야 할 잔여백신이 남았다는 의미다.
기자가 있는 중구 동인동으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거리다. 예약 시스템상으로는 병원 운영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백신 접종 운영 종료 시간은 오후 4시로 떴다. 바로 예약 신청 칸을 클릭했지만 '당일 예약이 실패되었습니다'라는 표시가 떴다. 하지만 네이버 '잔여백신' 표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바로 카카오 택시를 예약해 중구에서 북구로 갔다. 대현동 동대구시장 인근, 칠성시장역에서 650m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작은 동네 병원의 좁은 로비에 들어서니 접수 데스크에는 10여명 넘게 줄을 섰다. 모두 잔여백신을 맞기 위해 온 이들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접종을 할 수 있었다. 바로 '코로나 예방접종 예진표'를 작성했다. 여러 동의 사항에 표시 후 체온을 재고 전용 좌석에 앉아 기다렸다. 백신을 맞은 이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이에도 백신을 맞으러 병원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뒤늦게 온 이들은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잔여백신 예약에 성공한 이들은 20~40대 젊은층으로 대구 곳곳에서 몰려왔다. 어린이를 대동한 젊은 부모님들과 50대 이상 중년층들은 간발의 차이로 접종하지 못했다. 접수 데스크 전화기 벨소리는 계속 울렸다. 전화 폭주로 수화기를 내려놓아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늦게 온 한 50대 중년 여성은 "병원 앞 아파트에 사는데...젊은이들은 못 당하겠다"면서 "고민하다가 조금 늦었는데 너무 아쉽다. 다음 기회에는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며 병원을 나섰다.
이어 이름이 불려 백신을 맞으러 들어갔다. 병원장이 작은 주사기에 백신을 담아 직접 주사를 놓았다. 잠깐 따끔했고 큰 아픔은 없었다. 반창고를 붙이니 접종은 금새 끝났다. 병원장은 "예약에 성공해서 축하한다"며 접종자들과 주먹 인사를 했다. 의료진들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질병관리청과 대구 북구청이 만든 2가지 '예방접종 안내문'도 전달했다. 30분간 대기석에서 이상 반응을 관찰했다.
질본청은 휴대전화로 '국민비서' 문자를 보냈다. "000님 1차 접종을 받았다. 8월 00일 00시 00의원에서 2차 접종을 꼭 받으라"는 내용이다. 예약번호·백신종료 1차 접종등록 증명과 2차 접종 내역이 적혔다.
이날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의료진에 확인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1바이알(1병)당 맞을 수 있는 인원은 10명이다. 정상 접종 순서에 따라 이날 해당 병원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오후 4시 전 끝냈다. 하지만 한 60세 이상 시민이 뒤늦게 나타나 백신 1병을 땄고, 당일 사용하지 않으면 폐기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9명이 더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함께 잔여백신을 맞은 이모씨는 "일상으로 가는 길은 백신 뿐"이라며 "행운을 누려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역 백신 접종률은 국내에서 최하위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대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1차 접종률은 54.9%다. 접종률이 가장 높은 전남 71.2%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60~74세 접종 대상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 동의율도 74.8%로 전국 평균인 80.6%에 비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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