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방화 참사, 경찰 '패소 원한' 추정...변협 "엄청난 충격, 대책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6.0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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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용의자 A씨 6억대 재개발 투자금 반환소송, 법원 기각
경찰,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 방화 추정...직원 등 7명 참변
변협 "변호 활동에 트라우마...피해자 구조·지원 노력하겠다"
'합동장례' 검토...대구시·수성구, 부상자·유족 '긴급생계지원'


7명이 목숨을 잃고 40여명이 다친 대구법원 인근 빌딩 '방화 참사'에 대해, 경찰이 숨진 용의자 A씨(53)에 의한 단독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인이 투자한 금액에 대해 돌려달라고 소송을 했지만 최종 기각되자 원한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오후 7시. 깨진 유리창을 비닐로 막아 놨다. 통제선 앞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막고 있다.(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후 7시. 깨진 유리창을 비닐로 막아 놨다. 통제선 앞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막고 있다.(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9일 대구경찰청과 대구소방본부 등의 말을 종합한 결과, 용의자 A씨는 지난 2019년 대구 수성구 신천시장 일대 재개발정비사업에 투자한 사람이다. A씨는 당시 재개발사업 시행 대행사에 6억8,5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 분양이 잘 안되면서 실적이 저조하자 A씨는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소송 민사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시행사는 A씨에 대한 지급을 미뤘다. 이에 대해 A씨는 지난 2021년 다시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이 이 소송을 최종 기각하면서 돈을 되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참사가 발생한 현장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시행사 대표의 변호를 맡은 B변호사가 입주한 빌딩이다. 불이 발생한 203호 역시 B변호사가 근무지다. 때문에 경찰은 A씨가 B변호사에 원한을 품고 방화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현장(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현장(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다행히 B변호사는 이날 오전 포항에 출장을 가 화를 피했다. 하지만 B변호사와 203호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던 C변호사를 포함한 30~50대 남녀 직원 5명이 참변을 당했다. 용의자 A씨도 사고 난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신은 모두 경북대병원에 옮겨져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 같이 큰 참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소방당국은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7층짜리 빌딩에 '스프링쿨러'가 지하에만 있고 지상층에는 아예 설치되지 않은 점, ▲밀폐된 사무실의 복잡한 구조 등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용의자가 사무실에 들고온 물질들의 화재성과 폭발력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방화범 용의자 A씨가 203호 사무실로 무언가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 CCTV 화면.독자 제공
방화범 용의자 A씨가 203호 사무실로 무언가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 CCTV 화면.독자 제공

이 빌딩 관계자가 제공한 사고 당시 CCTV를 보면, 방화범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4분쯤 흰색 비닐에 감싼 무언가를 한쪽 팔로 들고 로비를 통과해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와서는 203호 사무실 앞에서 매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203호 사무실로 17초쯤 들어갔다. 이어 40초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불길이 보이고 흰색 연기가 사무실 밖으로 새어 나왔다. 비명 소리와 함께 직원 3명이 사무실 밖으로 탈출했고 시꺼먼 연기가 CCTV 화면을 가렸다. 참사는 13초 만에 벌어졌다. 

이 때문에 같은 빌딩 다른 층에 있던 사람들과 옆 건물 관계자 48명이 경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깨진 유리창 파편과 매캐한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대책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6시 20분쯤 경북대병원에서 입장을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빌딩 옆 아파트 주민들이 참사 현장을 보고 있다.(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고가 발생한 빌딩 옆 아파트 주민들이 참사 현장을 보고 있다.(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긴급구조통제단이 방화 현장에서 사고 수습 활동을 하고 있다.(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긴급구조통제단이 방화 현장에서 사고 수습 활동을 하고 있다.(2022.6.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석화 대구변호사회장은 "오늘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유족은 물론 지역 변호사들과 직원들의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잘못이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 사회적 문제, 그야말로 참사"라며 "소송의 반대 당사자를 찾아가 해꼬지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이러면 어떻게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사 소송에 패소해 돈을 못 받는 이런 사회적인 원한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적으로 사회보장제도를 만들거나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고 다른 부상자들도 치료 받는 상황이다. 유족과 상의해 합동장례를 검토하고 피해자 구조·지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수습에 나섰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이날 오후 사고수습지원단(단장 김철섭 대구시 시민안전실장)을 꾸려 피해자와 유가족, 부상자에 대한 심리 상담 지원과 긴급생계지원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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