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와 포스코(포항제철소)에 대해 이강덕(국민의힘) 포항시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 대응을 놓고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4일 국정감사에 이 시장과 최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포항시와 포스코에 힌남노 피해가 집중된 원인을 추궁했다. 또 당시 포항시와 포스코의 대응에 대해서도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태풍으로 포항지역에서 10명이 숨지는 인명사고가 생긴 것에 대해 이 시장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포항시가 진행한 '냉천 고향의 강 친수사업'을 피해 원인으로 지목했다. 냉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강 폭이 줄어 강물이 순식간에 범람했다는 주장이다.
문진석 의원(60.충남 천안시 갑)은 "포항시의 냉천 정비사업으로 태풍 피해가 컸다는 게 언론과 포항 시민 생각"이라며 "관리부실로 참사를 키웠다는 것에 대해 이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교흥 의원(62.인천 서구갑)도 "하천은 치수 사업이 제대로 돼야 하는데, 이번 태풍 피해 책임은 결국 포항시와 이 시장에게 있다"며 "하천이 범람해 결국 포스코도 피해를 입었다"고 따졌다. 또 "하천 범람은 기업보다 포항시 책임"이라며 "포스코는 여태까지 세금을 많이 낸 죄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강덕 시장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즉각 반박했다. 이 시장은 "이번 냉천 범람은 기록적인 폭우와 만조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며 "일부 언론이 지적한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 냉천 친수사업으로 통수(강물이 지나가는 단면 공간)를 더 늘렸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이 "그러면 포항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며 "자꾸 다른 데로 원인을 돌리는 게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냐. 답해보라"고 다그쳤다. 이 시장은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다"면서 "포항시도 책임을 지고 재해대응 시스템을 개선하겠다.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태풍이 올라올 당시 최 회장의 일정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은 같은 목소리로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3일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치고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에서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다. 지난 9월 3~4일은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예보가 이미 나온 시점이다.
게다가 포스코는 '재난대책본부'를 지난 9월 1일부터 가동했다고 했는데, 최정우 회장·김학동 부회장· 정탁 사장은 지난 8월 30일부터 태풍 대응회의를 주재한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 회장을 몰아부쳤다. 이만희 의원(58.경북 영천시·청도군)은 "태풍이 오는데 대응회의 한번 없이 한가롭게 전시회를 관람했다고 한다. 맞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맞다"고 했다. 박성민(63.울산 중구)의원은 "태풍으로 긴장하고 있는데 골프장에 갔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포스코 메뉴얼을 보면 재난대책본부장이 '포항제철소장'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당시 대응을 논의했고, 지금도 직원들이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제원 의원(55.부산 사상구)은 "관리부실로 참사를 키우고도 뻔뻔하다"면서 "역대급 태풍 예보가 있는데 골프장에서 노닥거리면서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정신이 아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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