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빗장이 40년 만에 풀리자 경북 지자체 너도나도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립공원의 경우 그 동안 개발이 어려웠지만 환경부가 이번에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승인하자 경북 국립.도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문경새재, 소백산, 금오산, 속리산 등 지역 명산을 포함해 영일대와 삼사해상공원 등 해안가도 포함됐다.
지자체들이 산과 바다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자 난개발로 인한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백억원 사업비가 드는만큼 예산낭비가 없게 신중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경북지역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지자체는 6곳(2일 기준)이다. ▲문경시 문경새재 케이블카(곤돌라) 설치사업 ▲영주시 소백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 ▲구미시 금오산공립공원 친환경케이블카 연장 설치사업 ▲상주시 속리산 문장대 케이블카 설치사업 ▲영덕군 삼사해상공원~해파랑공원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 ▲포항 환호공원~포항여객선터미널 해상케이블카 설치사업 등이다.
◆문경시의 경우 사업이 가장 많이 추진됐다. 경북도립공원 해발 1,106m 주흘산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정상 관봉까지 1.98km를 잇는 케이블카를 설치한다. 관봉에서 주봉 2.5km 능선을 열견하는 하늘길(데크로드)도 조성한다. 전체 예산은 490억원이고 기본 구상과 타당성 조사 용역이 종료돼 실시 설계에 들어갔다. 오는 6월 착공에 들어간다. 신현국(국민의힘) 문경시장 대표 공약이다.
◆영주시는 기본사업을 구상하고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한다. 1987년 국내 18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소백산. 영주시는 2009년부터 두차례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했지만 경제 타당성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무산됐다. 박남서(국민의힘) 영주시장은 설치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현재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예산 1억원을 들여 타당성 조사 용역을 앞두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800억원, 왕복 8km 케이블카다. 하지만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민자사업이 아닌 영주시가 직접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막대한 사업비를 놓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오산 케이블카 사업은 경북도의원이 제안했다. 김용현(국민의힘.구미) 의원은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금오산은 경북 관광 명소"라며 "교통 체증과 열악한 휴게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시민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경북도가 금오산도립공원을 명품 공원으로 탈바꿈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친환경케이블카를 연장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상주시의회에서도 설치사업을 주장했다. 박주형(국민의힘.청리·공성·외남) 상주시의원은 지난 3월 7일 5분 발언에서 "속리산 문장대(상주시 화북면 산33)는 상주에 있는데 관광객들은 충북 보은에만 몰려들고 있다"면서 "문장대에 쉽게 오도록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상주시에 제안했다.
◆해안도시인 영덕군과 포항시는 해상케이블카를 꿈꾼다. 영덕군은 민간자본을 투입해 삼사해상공원~해파랑공원 사이 1.3km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전체 사업비는 336억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희진 영덕군수, 노성모 영덕해상케이블카 대표는 지난 2020년 4월 6일 '영덕해상케이블카 투자유치 MOU 협약서'를 체결했다. 해양수산부 차관이 주재하는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는 오는 6월 이 사업과 관련해 매립지 매립목적 변경 여부를 심의한다.
◆포항시는 지난 2017년 이강덕 포항시장 재임 시절 환호공원에서 포항여객선터미널을 잇는 높이 100m 왕복 1.8km 모노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발표했다. 전체 예산은 798억원이다. 민간사업자가 지난해 7월 말까지 PF 자금 실행 계약서를 제출하기로 했는데, 당시 제출하지 않아 현재는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포항시는 케이블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새 사업자를 찾고 있다.
당시 포항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케이블카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며 "시민 누구나 즐기는 공공자산이자 휴식처, 지역의 상징이자 천혜의 자연을 침해하는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환경 훼손은 물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은 친환경 공사 기법을 사용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친환경적인 자재와 최신 공법을 도입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형 상주시의원도 "친환경 공법으로 지어 환경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도는 기초단체들의 케이블카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4월 25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여수 케이블카도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강원도 평창 케이블카는 매년 8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엄청난 부가 가치를 올리고 있다"고 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대해 맞장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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