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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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5 12:14
  • 수정 2024.02.2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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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복지와 교육으로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원석의 품질이 좋아야 명품 보석이 가능하다

지난달(24년 1월) 칼럼에서 필자는, ‘국민 대표성 부족 + 이해충돌’이라는 현 국회의 결함을 치유하기 위해 이렇게 제안했다. 국회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국민 대표성을 높이고, 일반 국민 중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뽑힌 대표로 이루어지는 시민의회를 두어 국회의 이해충돌 안건 등을 다루게 하자.(평화뉴스 칼럼 <갑진년, 정치개혁의 '값진 해'가 되기를>(2024.1.1) 참고)

그런데 선거든 추첨이든 국민대표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대다수가 공공문제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필자의 제안도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마치, 원석의 품질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잘 다듬어도 명품 보석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상당수 국민이 공공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또 관심이 있어도 공공문제를 이성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누구 말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를 세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자신이 익숙해져 있는 기존 제도를 당연한 제도, 심지어 좋은 제도라고 여긴다. 그래서 제도 개혁에 거부감을 보이는 수가 많으며, 기존 제도 속에서 성공한 사람일수록 심하다. 둘째, 모난 돌로 몰려서 정이라도 맞을까 봐, 주변 사람들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에 따라 정당 지지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도 그 예다. 셋째, 선거에서 정당의 지향과 공약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과 제도를 추구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많다.
 

제412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2024.2.1) / 사진 출처. 국회 홈페이지, 영상회의록 방송 캡처
제412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2024.2.1) / 사진 출처. 국회 홈페이지, 영상회의록 방송 캡처


충분한 복지와 적절한 교육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회제도와 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공공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호구지책 마련에 급급한 개인은 공공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국민도 사회의식이 미숙하면 공공문제에 무심하게 지낸다. 그렇다면 국민이 생계에만 골몰하지 않아도 되는 충분한 ‘복지’와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는 태도와 판단 능력을 기르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전통적 방식의 복지에 대해서 소위 ‘우파’는 부지런한 개미가 게으른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이라는 시각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하는 시장친화적 복지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면 ‘좌파’든 ‘우파’든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다른 칼럼에서 이런 제도가 가능함을 보인 바 있다. 가상의 나라 ‘율도국’의 복지제도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정당한 재원, 충분한 급여, 사후 심사라는 3대 원칙이 적용되는 ‘생존권보험’을 제시하였다. (평화뉴스 칼럼 <생존권보험: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복지제도>(2020.6.29) 참고)

국민의 사회의식을 깨우고 기르는 역할은 교육이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시민의 사회의식은 투표권을 갖기 전, 즉 고등학교 졸업 전에 갖추는 게 바람직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대학 입시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밀려 정작 중요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필자는 ‘대학 평준화 + 입학 추첨제’를 제시한 바 있다.(평화뉴스 칼럼 <대학 평준화 + 입학 추첨제: 입시 지옥과 교육 실패에서 벗어나는 길>(2022.7.4) 참고)

깨어있는 시민 양성을 위해서도 정치개혁이 절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하는 대학에서는 이런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이 1990년에는 10명 중 3명꼴이었으나 최근에는 7명꼴로 늘어났다. 그러므로 고등학교에서 못한 사회의식 교육을 대학이 담당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학의 교과과정과 다수 교수의 교육관으로는 기대난망이다.
 

<사상계> 1958년 8월호
<사상계> 1958년 8월호


더구나, 사회 지배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시민을 원하지 않는다. 기득권층과 이익을 같이하는 언론도 합세하여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부패·무능한 권력은 국민의 무조건 복종 또는 철저한 무관심을 바란다. 이승만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58년, 월간지 ≪사상계≫ 8월호에 함석헌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글을 실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글은 자유당 독재를 비판한 글인 동시에 생각 없이 사는 국민 모두를 향한 외침이기도 하였다. 함석헌은 이 글 때문에 구류 20일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사진 출처. 뉴스타파 <부자가 지배하는 나라... 공직자 재산 30년 치 분석>(2023년 11월 23일) 방송 캡처
사진 출처. 뉴스타파 <부자가 지배하는 나라... 공직자 재산 30년 치 분석>(2023년 11월 23일) 방송 캡처


생각하는 국민, 진정한 민주시민이 늘어나려면 복지개혁과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의원 70.6%가 국민 중 상위 10%의 부자인 우리 정치 상황에서는 기성 정치권에 이런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30년 간의 국회의원 재산을 전수 분석한 <뉴스타파>의 표현처럼 “국회의원 재산은 이념 성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필자가 지난 1월 칼럼 [칼럼 1 참고]에서 제안한 정치개혁,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 + 시민의회’가 절실하다.

 

 

 




 [김윤상 칼럼 136]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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