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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아프면 어떡하나... TK 20개 시.군에 '심야약국'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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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등 6곳, 동구·달성·군위 0개
경북 경산과 포항 등 5곳, 17곳에 전무
시민단체 "의료 사각지대, 추가 지정해야"
대구 "동구 올해 신설" / 경북 "약사회 논의"

◆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약국. 30일 오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받으러 오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이 약국은 대구시가 지난해 8월 지정한 '자정약국'이다. 주중과 주말 모두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일반 약국이 문 닫는 오후 9시에도 환하게 불을 켜고 환자들을 맞는다.

자정약국을 운영하는 정모(50대) 약사는 "주로 밤에 열이 나거나, 복통을 호소하거나, 상처가 난 사람들이 약국을 찾는다"며 "야간 시간대에는 하루 평균 20~30명이 방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약국을 찾은 시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2024.4.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약국을 찾은 시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2024.4.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어 "자정까지 운영하는 약국이 없는 동구에서도 주민들이 약을 타러 오기도 한다"면서 "병원이 문 열지 않는 날에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약국을 찾은 김모(22)씨는 "약국이 보통 6시에 문을 닫는데, 저녁에 급한 일이 있으면 약을 사러 갈 곳이 없다"며 "지역마다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모(68)씨도 "밤에 많이 아프지 않으면 참는다"면서 "지역마다 심야약국이 한 두 곳은 있으면 주민들에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시 자정약국으로 지정된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약국(2024.4.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시 자정약국으로 지정된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약국(2024.4.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야간에 아플 때 약을 수 먹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 

대구경북 전체 시.군 중 절반 이상인 20곳에 심야약국이 없어 야간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 대구시와 경북도에 30일 확인한 결과,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곳은 중구(3곳), 서구(1곳), 남구 (1곳), 북구(2곳), 수성구(1곳), 달서구(2곳) 등 6곳이다. 심야약국이 없는 기초단체는 동구와 달성군, 군위군등  3곳이다. 심야약국 전체 숫자는 10곳이다. 

경북은 22개 시.군 중 포항(2곳), 경산(3곳), 상주(1곳), 예천(1곳), 칠곡(1곳) 등 5곳에서만 심야약국을 운영하고, 나머지 17개 시.군에는 심야약국이 전무하다.  

전체 대구경북 31개 시.군 가운데 심야약국이 있는 곳은 36%인 11곳, 없는 곳은 64%인 20곳에 이른다.  

◆ 특히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하는 대구지역 심야약국은 1곳,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운영하는 자정약국은 9곳으로 모두 10곳을 지정해 운영한다. 경북은 심야약국 8곳을 지정해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까지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심야약국 예산은 대구시 시비 100%로 운영됐으나, 올해부터 지역의 구.군도 함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해 시비 50%, 구비 50%로 운영된다. 때문에 지난해 예산 2억8,100만원에 비해 올해 예산은 시비와 구비를 합해 3억8,700만원(시비 2억4,100만원, 구비 1억4,600만원)으로 1억원가량 늘었다.

대구시 심야자정약국 운영 현황 / 사진 캡처.대구시 홈페이지
대구시 심야자정약국 운영 현황 / 사진 캡처.대구시 홈페이지

경북은 모두 복지부 '공공심야약국 시범운영사업' 예산을 받아 전액 국비로 운영된다. 올해 예산은 3억5천만원이 배정됐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부족한 수준이다. 대한약사회의 '공공심야약국 지역별 운영 정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공공심야약국은 전국 218개소가 운영 중이다. ▲경기도가 58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33곳 ▲인천 26곳 ▲부산 15곳으로 뒤를 이었다.

◆ 시민단체는 대구 내 공공심야약국이 구.군별로 편차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북의 경우에도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공공심야약국 지역별 운영·확충 ▲조례 등 법적 근거 마련, 공공심야약국 확충 방안 제시 등을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30일 성명을 내고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들은 심야 시간과 공휴일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시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약국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공공심야약국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심야약국 운영과 관련해 조례를 지정한 지자체는 대구시와 중구, 북구 3곳뿐이고, 남구와 서구, 수성구, 달서구는 조례 없이 운영 중"이라며 "동구와 달성군, 군위군은 조례도 없고 공공심야약국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북도는 조례는 제정했으나 8개소만 운영하고 있어 농어촌 등 의료 사각지대의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구조차도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구.군이 있는데, 경북은 더 심각하다"면서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지역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지역에도 형평성 있게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 문에 붙은 자정약국 안내 스티커(2024.4.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약국 문에 붙은 자정약국 안내 스티커(2024.4.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대구시와 경북도는 의료 사각지대 예방을 위해 구.군 참여 독려 등 사업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흥준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동구의 경우 올해 안에 지정하기 위해 대구시약사회와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시도 심야약국이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한 구에 한 곳 이상은 마련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아 약사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심야약국 지정은 약사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신념 없이는 하기 힘들다"면서 "대구시약사회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시도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아 경북도 식품의약과장은 "관련 예산이 많지 않고, 약사들도 심야 시간 위험을 이유로 운영을 잘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심야약국 외에도 자율적으로 야간에 운영하는 약국도 13곳이 있다"면서 "경북도약사회와 논의해 사업을 더 확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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