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전인 지난 5월 1일 세계노동절 대구 집회 당시 '차로 확보'를 놓고 노동계와 경찰이 거세게 충돌했다.
경찰이 이와 관련해 지난 한달간 민주노총 간부 등 노동계 인사 23명을 무더기로 소환 조사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청장 유재성)과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에 19일 확인한 결과, 대구경찰청은 지난 5월 1일 열린 '세계노동절 대구대회'와 관련해 수사를 하고 있다.
집회 당시 경찰이 정해 놓은 '질서유지선'을 집회 주최 측이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했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때문에 이길우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을 비롯해 대구본부와 산별노조 소속 조합원 21명,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2명 등 모두 23명을 불러 조사 했다.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 등이다.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소환조사를 진행한 23명이라는 인원은 노조에서 집계한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조사 대상 인원을 정확히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절 집회 당시 한 차로를 경찰에서 확보한 것은 대중교통과 긴급차량을 위해서였고, 일반 차량에 대해서는 전면 통제했다"면서 "혐의점에 대해서도 사례 분석이나 판례 등을 참고해 유동적으로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조합은 정당한 집회신고를 통해 확보한 구간을 경찰이 일방적으로 제한했고, 집회를 진행하는 내내 확성기 등을 동원해 집회를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대구본부는 19일 대구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위법한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집회 방해행위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노동절 집회를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무대 설치를 어렵게 한 데 이어, 전체 5천여 명이 모인 집회 공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통제한 것은 명백한 집회 방해 행위"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물론, 노동조합을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은 과도하게 집회를 제한하고, 위법한 질서유지선을 설정해 명백하게 집회를 방해했음에도 무더기 소환조사로 잘못을 덮으려 하고 있다"며 "경찰은 무더기 소환조사로 공안 분위기를 형성하며 노조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노동절 대구대회를 방해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은 "경찰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벌이지 말아야 할 일을 벌였다"며 "민주노총은 23명 조합원과 연대단위 구성원들의 무죄를 끝까지 증명하고, 경찰이 집회를 방해한 부분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경찰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의적인 해석과 입장에 따라 집회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집회 참여자들의 안전과 평화적 집회 권리를 보장하고, 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5월 1일 오후 '2024 세계노동절 대구대회' 시작 전 노조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를 위해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교동네거리 구간 5개 차로를 사용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회 전 "시민 교통 불편"을 이유로 이 구간 5개 차로 중 1개를 제외한 4개 차로만 설치하도록 펜스를 설치했고, 병력 1,100여명을 배치했다.
노조는 "정당한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차로를 제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머지 1개 차로 확보에 나서며 충돌이 발생했다. 20분가량 충돌이 이어진 끝에 5개 차로를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경찰은 대회 중 "질서 유지선을 침범한 행위는 '집시법 위반'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이탈행위를 중단하고 집회 장소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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